요즘 위스키는?

이제 막 싹을 틔운 최신 주류 트렌드.

01 베리 브라더스 앤 러드 거번 그레인 1989. 02 고든 & 맥페일 디스틸러리 라벨 아드모어 1996. 03 고든 & 맥페일 캐스크 스트렝스 쿠릴라 2003. 04 블랙 애더 로 캐스크 부나하번 2006. 05 고든 & 맥페일 디스틸러리 라벨 스카파 2001.

01 싱글 몰트위스키의 계단  싱글 몰트위스키가 한국에서 막 존재를 알리기 시작할 2007년 무렵, 선택지는 달랑 4~5가지였다. 그때는 증류소의 이름을 알아두고, 그 증류소의 연산을 몇 가지 맛보고 나면 더 탐험할 세계가 없었다. 지금은? 수입하는 증류소의 개수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취향은 선택지 안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다. 꿈틀거리는 취향은 올드 빈티지(희소성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은 고연산 위스키), 캐스크 스트렝스(물과 희석하는 과정 없이 알코올 도수가 높은 원액 그대로를 병입한 위스키), 올드 보틀(일반적으로 숙성한 위스키라도 출시된 지 한참 지나 그 시대의 위스키 풍미를 반영하고 있는 위스키)로 옮겨가며 지평을 넓혔다. 그리고 지금, 그 다음 계단 위에 ‘인디펜던트 보틀러Independent Bottler’ 위스키가 있다. 우리말로 ‘독립병입자’라고 부르는 이 위스키는 증류소의 원액을 사고팔던 스코틀랜드의 오랜 풍습이 이어진 형태다. 와인 업계의 ‘네고시앙’과 비슷한 개념으로, 직접 위스키를 제조하지 않는 독립병입자들이 다른 증류소에서 원액을 구입해 판매하는 술을 일컫는다. 예를 들어, A라는 독립병입자가 보모어Bowmore 원액을 구입해 ‘A 보모어’를 만들어 판다는 뜻이다. 물론 글렌피딕, 글렌모린지, 글렌파클라스처럼 원액을 다른 곳에 아예 팔지 않는 증류소도 있고, 마음이 바뀌어 더 이상 원액을 내주지 않는 증류소도 있다.

02 내 원액을 널리 이롭게 하라 스코틀랜드에는 새로운 증류소가 5~10년에 하나씩 생긴다.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는 일이 그만큼 드물다. 그러니 독립병입자 위스키는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새로움을 불어넣는 꽤 효율적인 방법이다. 스코틀랜드의 한 증류소가, 블렌디드 위스키를 만드는 대기업에 판매하고 남은 원액을 독립병입자에게도 판매하면, 해당 증류소의 원액은 소비자를 만날 기회의 문을 하나 더 여는 셈이다. 만약 독립병입자가 아란Arran 증류소에서 사들인 원액을 숙성통을 달리하거나 병입 방식에서 차이를 주면 풍미가 다른 아란이 탄생한다. 아란 증류소에서 나온 비슷한 연산의 원액이라도 여러 독립병입자에게 팔면 제각각 다채로운 맛을 낸다. 아란에서 직접 출시한 공식 제품과 독립병입자가 판매하는 몇 가지 아란 위스키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로울 테다. 독립병입자의 또 다른 재미 하나. 독립병입자는 증류소의 원액을 주로 오크통 단위로 구입하기 때문에 싱글캐스크의 특징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할 수 있다. 새로움에 목말랐던 위스키 애호가들의 힘을 등에 업고, 최근 들어 스코틀랜드와 위스키 시장이 크게 형성된 몇몇 나라를 중심으로 독립병입자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03 독립병입자의 보물 스코틀랜드의 독립병입자는 18세기부터 존재해왔다. 때문에 아주 오래된 원액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한 증류소는 올드 빈티지 위스키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독립병입자에게 팔았던 원액을 다시 사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오래된 원액을 보물찾기하듯 3_독립병입자의보물-누끼발견할 수 있다는 게 독립병입자 위스키의 또 다른 매력이다. 1895년 설립된 독립병입자 고든&맥패일은 ‘프라이빗 컬렉션 울트라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고연산 원액을 국내에 4종 선보이고 있다. 사진 속 위스키는 1952년 더 글렌리벳 증류소에서 생산하고 고든&맥페일이 2014년에 병입한 위스키다. 국내 판매 가격은 3천5백만원이다.

 

04 바에 부는 독립 바람 수입되는 싱글 몰트위스키가 한정적인 우리나라에서는 독립병입자 위스키가 새로운 증류소를 경험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 있는 바 ‘마크티’에서는 6개 독립병입자의 총 47가지 위스키를 맛볼 수 있다. 서로 다른 독립병입자 제품으로 한 증류소의 술을 비교해볼 수도 있다. 요즘은 B28, 볼트+82 등의 전문 바에서도 독립병입자 제품을 점점 늘려나가고 있다. 2백 가지가 넘는 독립병입자 위스키라면 바를 한층 풍성하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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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