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COATS

많고 많은 코트 중, 무조건 이 것이어야 마땅한 코트 10벌.

Wooyoungmi / Wool Cashmere Coat

블랙 코트 한 벌 없이 겨울을 지내긴 섭섭하다. 캐멀이나 회색도 괜찮지만, 블랙 코트엔 손을 내밀면 까만 물이 들 것 같은 캄캄한 겨울밤을 상징하는 고유한 정서가 있다. 그래서 블랙 코트를 사려고 들면, 당장 구할 것 같지만 정작 마음에 드는 건 도대체 보이지 않고, 너무 평범하거나 지나치게 비범해서 마음이 가지 않는 것들뿐이다. 특별한 장식이 없는 블랙 코트 중 보고 또 본 것 같지 않고, 편하고도 고급스러운 코트는 단연 우영미 코트다. 크고 웅장한 라펠과 단단한 더블 브레스티드 여밈, 단추를 모두 숨긴 섬세함까지. 게다가 캐시미어가 섞인 울 소재라 담요 대신 덮고 싶을 만큼 부드럽고 따뜻하다.

 

Dior Homme / Double Breasted Long Coat

디올 옴므의 올겨울 컬렉션은 스포츠웨어의 실용적이고 캐주얼하며 젊은 세부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정확하게 각이 잡힌 데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가 깎은 듯 아름다운 이 코트는 그야말로 클래식한 코트의 전형 같지만, 거친 그레이지 울과 가벼운 초크 컬러 덕분에 가볍게 입을만한 방법이 수만 가지다. 실제로 컬렉션에서도 데님 팬츠와 함께 입는 참신한 스타일링으로 등장했고. 디자이너 크리스 반 아셰는 이런 식의 과감하고 전형적이지 않은 룩이야말로 요즘 남자들이 알아야 하는 현대적 우아함이라고 강조했다.

 

Burberry Prorsum / Shearling Collar Deconstruct Chesterfield Coat

부드럽고 나긋한 실루엣의 이 계피색 코트는 거추장스러운 안감 없이 담백하게 만들었다. 놀랍도록 가벼운 건 당연하고, 굉장히 따뜻한 건 뜻밖의 기쁨이다. 드롭 숄더의 유연한 형태와 커다란 플랩 포켓은 다른 코트와 구분되는 뚜렷한 특징이고, 짧게 깎은 검정색 양털 칼라는 비록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이 귀여운 코트를 포기할 수 없게 만든다. 소매에 버튼 탭 커프스를 달아 손목의 폭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부위야말로 영국의 전통적 외투 디자인이다.

 

Tom Ford / Black Double Faced Long Military Coat회색

회색 헤링본 수트와 입어도, 초콜릿색 코듀로이 팬츠에 검정 터틀넥과 함께 입어도 두루 어울릴 이 코트야말로 겨울을 위한 든든한 보험이다. 앞다투어 ‘포멀과 캐주얼 모두 연출 가능한 스타일’을 내세우지만 실제로 입어보면 갸우뚱해지는 옷들과는 천지차이. 톰 포드 특유의 담대한 피크트 라펠은 눕히면 엄격하고 단정하며, 세워 입으면 섹시하고 도전적이다. 정면의 가죽 단추와 플랩 포켓도 멋지지만 안쪽엔 실용적인 다른 주머니들이 또 적재적소에 있다. 천천히 살펴보면 감탄할 일만 잔뜩 있는 이 코트는 그간의 톰 포드 외투에 비해 한결 날씬해져 체격이 좀 작은 사람도 흡족하게 입을 수 있다.

 

Saint Laurent / Tiger Printed Agneau Coat

생로랑의 2015년 가을 겨울 파리 세션스 컬렉션은 그간 생로랑 컬렉션의 핵심인 음악적 영감이 다시 파리에 집중되었음을 상징한다. 에디 슬리먼은 이 컬렉션을 위해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뮤직 무브먼트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의 파리 풍경을 참고했고, 현재 파리에서 활동하는 젊은 록 뮤지션에 집중했다. 컬렉션의 키 아이템인 코트에는 스테이지 웨어의 핵심 요소인 애니멀 프린트를 불지르듯 과감하게 사용했다. 어린 양모피의 부드러운 촉감, 강렬한 타이거 프린트, 조이듯 꽉 끼는 소매. 에디 슬리먼은 이 섹시한 코트를 블랙 스키니 진, 굽이 높은 프렌치 부츠와 함께 로큰롤 스타일로 완성했지만, 다른 해석의 여지도 충분히 열어두었다.

 

Prada / Cover Compact Coat

극도로 청결하고 완벽한 룩을 지향하는 프라다의 옷은 어떤 경우엔 제복처럼 보이기도 한다. 100퍼센트 버진 울 소재를 써서 수작업으로 완성하고, 빈틈없이 촘촘하게 직조한 이 코트 역시 첫눈엔 완벽주의자의 유니폼을 연상시킨다. 다만, 소매를 접어 안감의 줄무늬가 슬쩍 보이게 한 것과 풀거나 묶거나 내키는 대로 마음껏 연출할 수 있는 벨트 장식, 의외로 아주 부드러운 촉감이 드문 여유를 남기고, 그래서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든다. 이 코트와 함께 입고 싶은 옷들이 자꾸만 떠올라서.

 

Kimseoryong Homme / Tweed Wool Coat

김서룡의 아름다운 회색 코트를 사는 일은 겨울을 마중하고 가을을 배웅하는 일종의 의식이다. 이제 서울에서 이 정도로 완전하게 완성된 코트를 살 수 있다는 게 바로 이 도시의 저력이기도 하고. 두껍고 투박한 트위드 소재를 과감하게 잘라서 아낌없이 만든 이 나무 같은 코트는 넓고 반듯한 피크트 칼라, 깊은 브이존, 그리고 길게 나부끼는 밑단 때문에 바람이 많이 부는 추운 날 일부러 꺼내 입고 싶다. 같은 소재로 감싼 단정한 싸개 단추와 전통적인 남성복 테일러링으로 만든 단단한 가슴과 어깨, 만져보고 싶은 오리지널 트위드 소재. 벌써부터 성급하게 겨울을 기다리게 만든다.

 

Gucci / Military Coat

밀리터리 코트라는 남성성에 정교하고 섬세한 여성적 세부를 더한 이 코트는 알렉산드로 미켈레의 구찌를 단번에 표현하는 상징이다. 남자와 여자의 단순한 이분법을 벗어난 아이템과 스타일링. 빨강색 엠브로이더리로 장식한 라펠, 슬랜트 포켓, 금색 라이닝과 화려한 소매, 게다가 코트 안쪽엔 하트 형태 패치 장식도 있다. 이런 복잡한 디테일이 조잡해 보이지 않는 건 핏이 완벽해서다. 허리 뒤쪽의 밴드와 뒤 라인 트임 장식으로 몸에 꿈처럼 예쁘게 맞는 코트를 완성했다. 울과 캐시미어가 섞인 다정한 소재, 길이도 106센티미터로 꽤 길다.

 

Valentino / Eskimo Coat

이번 시즌 발렌티노는 모피를 현대적인 방법으로 활용한 독창적인 룩을 제대로 선보였다. 모피를 그저 부유하고 넉넉한 퍼 코트로 만드는 대신, 고급스러운 모피에 거친 데님을 섞거나, 양감이 풍성한 퍼에 납작한 스웨이드를 더하는 방식으로 혁신적이고 유머 있는 아이템을 완성했다. 에스키모 코트라는, 슬며시 웃음이 나는 이 코트 역시 양털에 커피색 스웨이드를 더하고 오버사이즈 PVC 지퍼를 토핑처럼 얹어 지극히 ‘발렌티노스러운’ 퍼 코트를 만들었다. 또한 목을 따뜻하게 감싸는 후드는 필요에 따라 칼라 안쪽에 숨길 수도 있다.

Bottega Veneta / Velour Lamb Shearling Coat

보테가 베네타의 옷은 무심하게 섞으면 의외의 룩을 연출할 수 있게 만든다. 토마스 마이어가 늘 말하는 개인주의적 옷차림이 바로 그렇다.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울리거나 새옷처럼 보이는 걸 금하고, 개인의 역사가 반영되어 삶이 드러나는 것을 강조하는 브랜드답게 이 코트도 모든 것에 초연한 듯 보인다. 벨루어 램 시어링 소재, 커다란 패치 포켓, 천연 뿔 단추가 특히 돋보이고, 압축된 펠트 소재로 안감을 처리해 눈밭을 당장 뒹굴어도 될 만큼 아주 따뜻하고 폭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