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드를 찾아라 : 단서 #다니엘크레이그

새로운 007 시리즈 <007 스펙터>가 개봉했다. 사진가 랜킨은 촬영 현장에서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미지를 찍었다. 여기 랜킨이 모은 새로운 ‘본드 시리즈’에 관한 여러 가지 단서가 있다.

[나는 스파이다] 2015년 3월 27일. 멕시코시티의 소칼로 광장에서 진행된 ‘죽은 자들의 날’ 축제 장면 촬영 중 1천5백 명의 엑스트라 속에 있는 제임스 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 “저는 다니엘이 스티브 맥퀸 같아요. 항상 왠지 모르게 맥퀸의 느낌이 나죠.” 사진가 랜킨이 말한다. “터프하면서도 아주 스타일리시해요. 무뚝뚝하지만 불친절하진 않죠. 그렇다고 패셔너블한 건 아니에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패셔너블과는 거리가 멀죠. 그는 고전적이에요. 저는 다니엘이 아주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무척 섹시하고요. 다니엘은 그대로 제임스 본드예요.”

비밀의 힘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비밀은 그 어떤 경력도 파괴할 수 있고, 국제기구를 해체하거나 역사를 바꾸거나 한 정부의 힘을 잃게 할 수도 있다. 또한 비밀은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매혹적으로 타오르게 만드는 불씨다.

007 시리즈는 1962년 <닥터 노>(한국 제목은 <007 살인번호>)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다. 이후 50년 넘게 이어오면서 이번에 24번째 작품인 <007 스펙터>를 만들었다. 예고편이 공개되자 소년부터 할아버지까지 컴퓨터 앞으로 몰려들었다. 새로운 본드카인 애스턴 마틴 DB10을 보고 저마다 평가를 하고, 미망인 루시아 시아라 역의 모니카 벨루치를 보며 신경을 곤두세웠으며, 새로운 악당 (혹은 오랜 원한 관계)인 프랜츠 오버하우서를 연기한 크리스토프 왈츠의 소름 끼치는 대사에 무릎을 쳤다. “나였어, 제임스. 너의 모든 고통의 창시자.”

[위험한 본드] 2015년 3월 30일. 멕시코시티의 조칼로 광장에서 본드 역의 스턴트맨 앤디 리스터와 스키아라 역의 롭 쿠퍼가 헬리콥터 위에서 격투를 벌이고 있다. “심미적으로 이전 작품들과 연관성을 두고 싶었다”고 랜킨이 말한다. “제작사가 수트와 타이 분위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 건 이미 여러 번 했으니까요. 제임스 본드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죠.”

이번 007 시리즈는 새로운 수수께끼를 냈다. 관객은 돈을 내고, 의구심은 버린 채 가장 매혹적인 남자 이야기에 빠져든다. 특히 10여 년 전 다니엘 크레이그가 4편의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기로 한 이후부터 그는 007로서 우리에게 완벽한 연기를 보여줬다.

런던 북부에 위치한 사진가 랜킨의 스튜디오에서 작은 가죽 소파에 모여 앉아 13인치 맥북을 다 함께 들여다보며 이번 영화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물었다. 그는 “지난 11월쯤 연락을 받았다”고 말한다. 랜킨은 <007 스펙터>와 함께 발간된 공식 사진집 <블러드, 스웨트 앤 본드: 비하인드 더 신 오브 스펙터>(Blood, Sweat And Bond: Behind the Scenes of Spectre)를 만들었고, 007 관련 모든 사진을 담당하는 예술가다. 그가 베스트 컷을 <GQ>에 공개했다. 말하자면 랜킨은 007 시리즈 최신작에 대한 비밀을 그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는 인물이다.

랜킨이 찍은 사진은 여러 면에서 이번 작품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미래를 내다보면서도 제임스 본드의 발자취와 기백을 보여준다.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 반복과 개연성은 중요한 요소다. 1962년부터 2015년까지 반복해서 등장하는 여자, 무기, 자동차, 술, 심지어는 대사(“본드, 제임스 본드”)까지 007 시리즈만의 액세서리이자 상징, 유산이자 힘이며 역사다.

<007 스펙터>의 첫 번째 포스터 속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은 원작자 플레밍이 그린 ‘무명의, 무뚝뚝한 요원’에서 발전해 짙은 파란색 눈에 그의 임무와 어울리는 삐딱한 모습을 한 채 심플한 블랙 터틀넥과 차콜 그레이 바지를 입고 있다. 그가 지닌 액세서리라고는 자주 사용하는 갈색 가죽 권총집과 <골든아이>(1995)부터 본드가 항상 착용해온 오메가 씨마스터 그리고 <닥터 노> 편에서 처음 사용한 월터 PPK 피스톨뿐이다.

이 포스터가 공개되자마자 온갖 추측과 논쟁이 일기 시작했다. “수트와 타이를 입은 제임스 본드를 제작사가 탐탁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 건 이미 여러 번 했으니까요.” 랜킨은 007 ‘가족’이 이번 <007 스펙터> 속 본드의 모습을 그리며 어떤 아름다움과 감성을 원하는지에 대해 조언을 들었다. 그 당시를 떠올리며 랜킨은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1972년, <007 죽느냐 사느냐> 속 로저 무어의 옷차림과 비슷한 점들을 찾으려고 했어요.” 무어는 다니엘 크레이그와 같이 검정색 터틀넥, 검정색 바지를 입고 어깨에 권총집을 차고 있다. “이전 작품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죠. 제작사 Eon의 실험정신이 가미되기도 했지만, 007 시리즈에서 우연이란 없습니다. 제작자 바바라 브로콜리나 감독 샘 멘데스에게는 상품을 파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007 시리즈의 또 다른 유산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죠.”

랜킨은 사실 다니엘 크레이그와 여러 번 작업했지만, 제임스 본드는 특별했다. 랜킨이 말한다. “제임스 본드와의 작업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어요. 본드 프로젝트는 그 어떤 작품보다 세밀하게 분석되며 이를 접하는 관객의 숫자도 엄청납니다. 관객 수뿐만 아니라 기대치 또한 높죠.” 여왕, 전 국무총리들, 여러 작품을 선보인 세계적인 배우, 뮤지션과 아티스트를 촬영해본 그의 말은 빈말이 아니다. “분명 더 부담이 됩니다.”

<007 스펙터>를 마지막으로 다니엘 크레이그가 비밀 요원에서 물러날 것이란 소문이 돌고 있다. 진실이 무엇이든 랜킨은 이 배우의 영향력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 “저는 다니엘이 스티브 맥퀸 같아요. 항상 왠지 모르게 맥퀸의 느낌이 나죠.” 사진가 랜킨이 말한다. “터프하면서도 아주 스타일리시해요. 무뚝뚝하지만 불친절하진 않죠. 그렇다고 패셔너블한 건 아니에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패셔너블 과는 거리가 멀죠. 그는 고전적이에요. 저는 다니엘이 아주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무척 섹시하기도 하죠. 다니엘은 그대로 제임스 본드예요. 다니엘이 나타나면 머릿속에서 그 유명한 007영화의 BGM이 울려 퍼지는 것 같죠.”

[모든 건 진짜같이] 2015년 2월 26일. Q의 연구실 세트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장비를 들어본다. 랜킨은 “샘 멘데스 감독은 모든 것을 크게 만든다”고 설명한다. “모든 세트가 실제보다 큽니다. 아파트 신이 있는데 아파트가 마치 극장처럼 크죠. 모든 소품은 진짜이고 실제로 작동도 합니다. 세트장에 만약 냉장고가 필요하다면 진짜 냉장고여야 하고 작동도 돼야 해요. 이런 게 배우들에게 자유를 줍니다. 샘 멘데스 감독은 캐릭터들이 살 수 있는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거예요.”

<007 스펙터>의 공식 사진집 <블러드, 스웨트 앤 본드: 비하인드 더 신 오브 스펙터>에는 사진작가 메리 매카트니, 엘리어트 어윗, 브리짓 라콤이 찍고 랜킨이 엄선한 현장 사진들과 랜킨의 스튜디오에서 찍은 주인공들과 제작진의 인물사진이 담겨 있다. 촬영지를 거쳐온 이 책을 랜킨과 함께 보고 있자니, 탐정놀이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영화의 구성, 인물 관계, 특정 장면과 각각의 액션 장면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 제임스 본드 영화의 마술이 담겨 있는 듯했다.

<007 스펙터>는 스펙터클한 장면으로 가득하다. 멕시코시티에서부터 톰 포드의 수트를 입고 악당을 쫓으면서도 ‘죽은 자의 날(Dia de los Muertos)’을 축하하는 현지인들 사이에 섞인 본드의 모습. 악당 미스터 힝스(데이브 바티스타)의 재규어 C-X75가 본드의 애스턴 마틴을 들이받는 슈퍼카 액션 신. 오스트리아 솔덴에서 마들렌 스완(레아 세이두)과 함께한 비행기 추락 신. 새로운 장비들을 선보이는 Q(벤 위쇼)의 무기고 장면. 그리고 모로코 우지다에서 촬영한 기차 신까지. 물론 제임스 본드 영화답게 이슬비가 종종 내리는 영국에서 상당 부분 촬영했다. 랜킨은 “파인우드 스튜디오의 세트장은 완전히 달랐다”고 말한다. “아주 큰 예산이 투입된 블록버스터 영화에 많이 참여해봤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달랐어요. 샘 멘데스 감독은 작은 디테일도 꼼꼼히 챙겼고, 세트장에선 장인 정신까지 느껴졌습니다. 모든 세트를 진짜로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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