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 손이 가요 손이 가

그 몸에 자꾸만 손이 간다.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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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손톱을 짧게 자른다. 동그랗게 잘 다듬어 누구에게 보여주려 그러는 건 아니다. 중요한 순간에 스스로 망설이거나, 산통을 깨지 않기 위해서다. 섹스 중엔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참 많으니까. 그리고 그 일들은 대부분 서로의 몸에서 가장 예민하고 민감한 부분에서 벌어지니까. 바닥에 떨어진 작은 물건을 잡을 때처럼 혼자 섬세해야 할 상황에서야 적당히 기른 손톱이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둘이서 섹스를 할 때만큼은 걸리적거릴 뿐이다.

페니스엔 거칠거나 날카로운 부분이 없다. 그러니 일단 돌진한 뒤엔 100퍼센트 온전히 쾌감과 감정에 집중할 수 있다. 하지만 손톱은 그렇지 않다. 혹시 상대의 몸에 상처를 내는 건 아닐까 정신이 산란해지고 만다. 집에 돌아와 씻으며 정리하려 들면 이미 늦다. 손은 침대 아래에서부터 이미 행동한다. 심지어 집 밖에서도. 야외의 은밀한 곳에서 전희를 하다 스타킹 올이라도 나가면? 그날 데이트는 완전히 망치는 게 아닐까.

한편 손에 대한 취향이라면 각양각색일 것이다. 손가락이 길고 가는 손을 좋아하는 사람, 두껍고 단단한 손을 좋아하는 사람, 드물지 몰라도 털이 수북한 손을 좋아하는 사람…. 그러니 크고 단단한 페니스를 갖지 못해 속상한 남자라도, 손으로 만회할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게 아닐까? 의외로 “남자의 몸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섹시한가”와 같은 설문에서 손은 순위가 꽤 높은 경우가 많다. 부동의 1위 어깨가 시각적 만족감과 더불어 “안기고 싶다”는 식의 감정에 맞닿아 있다면, 시각적 자극과는 큰 관계가 없는 듯한 손에 대한 선호는 결국 몸에서 가장 빈번하게 맞닿으며, 시간과 장소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모하는 그런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면모 때문은 아닐는지.

손의 모양이 어떻든 긴장하면 일단 손에서 땀이 난다. 개인별로 양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기서부터 좀 섹시하지 않나? 그렇게 젖은 손으로 상대를 만진다. 그럴수록 상대의 몸도 젖을 것이다. 자기가 흥분했다고 냅다 페니스부터 꺼내 흔들 수는 없다. 손이라면 가능하다. 손은 하루 중 가장 순정한 순간부터, 제일 음탕한 시간까지 ‘커버’할 수 있다. 만남의 시작부터 끝까지 쉴 틈 없이 분주하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은 대로, 부드러우면 부드러운 대로, 거칠면 거친 대로.

또한 결정적 순간 손가락은 길고 둥그렇다는 점에서, 결국 가뿐히 또 다른 페니스의 역할을 해낸다. 몸에서 가장 자유롭게 의도대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페니스의 크기를 부풀리거나 부드럽게 휠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란 생각이 삽입 중에 들 때면, 손가락은 하나, 둘, 셋, 가끔 넷이 뭉쳐 크기와 모양을 놀랍게 변모시키며 섹스를 더욱 풍요롭게 한다. 과연 나의 쾌락 또한 섹스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상대를 흥분시키는 쾌감과 그것을 보는 시각적 자극이야말로 페니스를 더욱더 뜨겁게 팽창시키는 원동력이 아니었나? 그리고 각각의 손가락에 얼마만큼의 성감대가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도 감각적으로 충분히 민감한 부분임은 분명하다.

팔이 긴 사람은 농구할 때만 부러운 줄 알았는데. 삽입 중에 손으로 어디라도 한 군데 더 자극하고 싶다면? 서로의 하체와 하체가 단단히 고정된 상태다 보니, 키보다는 팔 길이야말로 섹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나 여성상위나 후배위 중 팔이 짧아 원하는 만큼의 거리까지 손이 닿지 않는 경험은 꽤 흔한 일이지만…, 자세를 바꾸기 전까진 도저히 해결할 수가 없다. 손은 준비가 되어 있는데, 딱 한 군데만 더 도달할 수 있다면 너도 나도 완전히 황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손가락은 여럿이 힘을 합쳐 굵어질 순 있어도 길어질 수는 없으니, 그 또한 명확한 한계일까?

상대의 손이 내 몸에 닿을 때의 그 감각을 기억한다. 그만큼 돌려줄 수 있으니까. 섹스가 끝난 뒤엔, 손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축 처져 재충전이 필요한 페니스나 잔뜩 팽창해 떨리는 근육과는 달리, 금세 또 다른 (혹은 아까 했던) 제 할 일을 찾는다. 불과 몇 분 전만 해도 맹수같이 상대를 몰아붙이던 바로 그 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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