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2015 MEN OF THE YEAR 정수빈

2015.11.27GQ

정수빈은 한국시리즈 MVP다. 두산 팬들은 정수빈을 ‘아이돌’이라고 부른다.

검정색 턱시도, 흰색 셔츠, 바지, 보타이, 모두 바톤 권오수

푸른색 재킷은 김서룡 옴므, 셔츠는 프레디페리, 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한국시리즈 우승과 MVP 수상 축하해요. MVP 경쟁에서 2위를 한 허경민 선수는 “마지막 경기인 5차전에서 수빈이의 스리런 홈런이 없어도 우리가 결국 우승했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했어요. 맞아요. 이기는 건 어느 정도 확정된 상황에서 홈런을 쳤어요. 하지만 누가 마지막에 임팩트 있게 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닐까요? 하하. 경민이에게는 미안하지만, 끝에 잘해야죠. 경민이는 준 플레이오프부터 꾸준히 잘했고, 신기록(포스트 시즌 최다 안타)도 세웠는데 아쉬워요. 운이 좀 없었던 것 같아요.

정규 시즌 이야기부터 할까요? 이번 시즌 가장 두드러진 건, 도루가 많이 줄었다는 점이에요. 김태형 감독의 사인이 많이 없었나 봐요? 사인이 많이 안 났어요. 그건 감독님의 성향인 것 같아요. 원래 저랑 (오)재원이 형은 언제나 뛸 수 있는 그린라이트인데, 올해는 아니었어요. 선수는 팀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니까요. 게다가 시즌 초반부터 무릎과 발목이 안 좋아서 도루를 많이 못했어요.

팀 도루가 많이 줄어서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작전보다는 선수에게 직접 맡기는 것 같아서 반기는 팬도 많았어요. 네. 선수들도 도루 중심이 아닌 것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 일단 뛰어야 하는 선수니까, 준비 잘해서 내년에는 많이 뛰어야죠.

타격 폼은 내년에 또 바뀔까요? 작년 후반기에 넥센의 서건창 선수 폼을 벤치마킹해서 3할 5푼 1리를 기록했잖아요. 하지만 올해는 또 바뀌었어요. 전 저만의 타격 폼이 없어요. 볼이 안 맞으면 과감하게 바꿔요. 지금 타격 폼으로 9월부터 한국시리즈까지 좋았어요. 내년 캠프 가서도 올해 잘 됐던 폼을 계속 익혀나가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다 슬럼프가 찾아오면 또 바꾸려고요.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왼손 검지를 다쳤어요. 좌타자에게 왼손은 중요할 텐데요, 타격할 때 검지를 펴고 방망이를 쥐었는데 그러면 힘이 잘 전해지지 않을 것 같았어요. 방망이 쥘 때는 불편하지만 타격을 할 때는 크게 작용하지는 않아요. 일부러 붕대를 두툼하게 감았어요. 방망이에 딱 걸리게요. 시합에 집중하다 보면 전혀 안 아파요. 한국시리즈 1차전에 다쳐 2차전에 쉬고 3차전부터 다시 나왔는데 그때는 공을 맞히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쳤어요. 근데 4차전에는 훨씬 덜 아프니까 좀 더 세게 쳤고, 5차전 때는 아무렇지 않아서 힘껏 휘둘렀는데 넘어갔어요.

한국시리즈의 승부처가 있었다면 언제였을까요? 4차전, 8회 초, 스코어 4 대 3, 삼성 공격, 주자 1루에서 투수 노경은 선수가 던진 공을 나바로 선수가 제대로 받아쳤어요. 그게 정말 아슬아슬하게 파울이 되었어요. 김태형 감독은 바로 투수를 이현승 선수로 교체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우리한테 왔구나.

우승할 것 같았나요? 네. 엄청이요. 사실 좀 더 일찍…. 준 플레이오프 4차전 때 대역전승을 하면서부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것 같았어요. 그 경기에서 팀의 기가 확실히 살았어요. 선수들끼리 얘기해보면 비슷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해요.

2013년에도 ‘리버스 스윕’으로 기적적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잖아요. 하지만 끝내 준우승에 그쳤어요. 그때와는 분위기가 달랐나요? 완전히 달랐어요. 2013년에는 한 게임, 한 게임이 엄청 박빙이었잖아요. 사실 그때는 왜 그런지 모르게 좀 불안했어요. 이번 포스트 시즌에선 아주 힘든 경기는 별로 없었어요. 플레이오프 때도 NC한테 질 때는 확실히 져버리니까 다음 게임을 준비할 수 있었어요. 이길 때도 확실히 이기는 게임이 많았죠. 2013년엔 그런 기운이 없었어요. 결국 마지막 게임에서 졌죠.

영화 <머니볼>에서 빌리 빈이 한 말이 생각나네요. “마지막 게임에서 지면 모두가 비웃는다.” 맞아요. 제가 항상 강조하는 것도 ‘마지막에 잘하자’예요.

그래서인지 8회와 9회 타율이 3할 7푼 9리, 3할 3푼 3리로 꽤 좋아요. 중요한 경기면 마지막에 찬스가 오잖아요. 저도 모르게 몇 배 더 집중이 돼요. 타율이 제일 안 좋은 회가…. 1회, 2회? 아니면 3회?

사실 타율이 가장 안 좋은 건 7회예요. 2할 8리. 진짜요? 찬스가 별로 없었나? 하하.

시즌 타율이 2할 9푼 5리인데 득점권 타율은 3할 2푼이에요. 특히 가장 좋은 상황은 만루 찬스고요. 타율이 5할이나 돼요. 만루일 때 마음이 편해요. 왜냐면 못 쳐도 본전이고 치면 영웅이 되니까요. 그래서 공격적으로 해요. 전 만루에서 거의 3구 안에 승부를 보려고 해요. 초구를 제일 선호해요. 만루 때는 투수가 무조건 초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집어넣으려고 하니까요. 찬스 때 쳐야 기여도가 높은 것 아닐까요? 임팩트가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 극적인 상황이 펼쳐질 때 야구장은 꼭 콘서트장 같아요. 야구선수는 밴드 같고요. 야구 경기는 생방송이잖아요. 관중이 많을 때 희열을 느껴요. 역전타나 다이빙 캐치를 하면 소름 끼쳐요.

프로 선수들은 외야 수비할 때 타자가 딱 치면 어디로 올지 알고 바로 뛰잖아요. 그런 건 훈련을 통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막상 해보면 정말 어려워요. 치기 전에 미리 상상을 해요. ‘힘이 없는 타자는 타구가 밀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공이 이쪽으로 오지 않을까?’ 하면서 이미지를 그려요. 만약 우리 투수의 볼이 빠르면 어떻게 공이 올 것이다 하고 미리 예상을 하는 거죠. 투수와 타자의 조합마다 스타트가 다르게 결정되는 거예요. 결국 타구 위치를 파악하는 방법은 훈련밖에 없어요.

정수빈 선수는 어려운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는 경우가 많잖아요. 어떤 공이 날아오든 다이빙을 해서라도 잡겠다는 생각은 많이 해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야 못 잡을 공도 잡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팬들을 의식하기도 하죠. 물론 잘 보이려고 일부러 다이빙 하지는 않겠지만, 제가 어려운 공을 잡으면 팬 들이 워낙 좋아하니까요. 또 다이빙을 예상해야 스타트가 빨라져서 여유 있게 잡을 수 있어요.

잠실은 천연 잔디지만 인조 잔디 구장에 가면 차이가 많이 나요? 인조 잔디에서 슬라이딩하면 너무 아파요. 천연 잔디에서는 몇 번이든 할 수 있어요.

올해 가장 까다로웠던 투수는 누구였어요? 특정 투수가 어려웠다기보다는 올 시즌 내내 좌투수에 약했어요. 원래 제가 좌투수, 우투수를 가리는 편은 아니었는데 올 시즌에 유독 그랬어요.

좌투수 상대 타율이 2할 1푼 4리예요. 맞아요. 우투수한테는 3할 넘게 (3할 4푼 4리) 쳤는데요. 보완해야죠.

야구선수로서 꼭 남기고 싶은 기록이 있어요? 마흔 살까지 야구를 하고 싶어요. 저는 외국 갈 생각 없고요. 하하. 한국에서 유명한 선수로 남고 싶어요.

여전히 아이 같은 느낌이 있어요. 타석에 등장할 때 ‘수빈아~’라고 부르는 응원가 때문일까요? 처음에는 진짜 어렸으니까요. 물론 지금도 어리지만 이제 스물일곱 살이 되니까 그 응원가가 어색하기도 해요. 하지만 팬들이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어린 이미지로 기억해주시니까 괜찮아요. 그래도 서른 살 넘으면 응원가가 바뀌지 않을까요? 그때는 바뀌어야 하는데…. 쉽게 바뀌지는 않겠죠? 하하.

여자 팬들은 정수빈 선수를 남동생 바라보듯 하기도 해요. 모성을 자극하는…. 하하하하. 근데 서른 살이 넘어도 아기 곰이라고 하진 않겠죠? 빨리 다른 후배가 나와야 되는데…. (함)덕주가 아기 곰으로는 제일 유력하긴 한데요, 야수 중에도 빨리 후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어리지만 올해, 연봉이 2억원을 넘었어요. 올해 산 것 중에서 제일 비싼 건 뭐예요? 옷 서너 벌 산 것 말고는…. 부모님한테 용돈 받아서 써요. 월급의 70퍼센트는 적금 넣고요. 비싼 거라…. 차 샀어요. 아우디 A6요. 그전에는 4년 동안 포르테 탔어요.

야구선수는 결혼하면 성적이 더 좋아진다는 말들을 종종 하는데요. 결혼하고 안정적으로 지내는 선수를 보면 많이 부러워요. 전 아직 그런 상대가 없어요.

여자친구 없어요? 네. 헤어진 지 1년 좀 넘었어요.

이상형은? 쌍꺼풀이 진하지 않고 눈이 처진 사람이 좋아요. 마주보는 걸 좋아해서, 키는 좀 컸으면….

유희관 선수가 아는 사람 많잖아요. 소개팅 좀 해달라고 해요. 희관이 형이 아는 사람들은 다 제 스타일이 아니에요. 하하.

연상이 좋아요? 원래는 연상이 좋았는데요, 언제부턴가 연하가 보여요. 저도 이제 나이가….

재킷은 트루젠, 셔츠는 라코스테 타이는 스타일리스트의 것, 바지는 바톤 권오수.

jsb

    에디터
    양승철
    포토그래퍼
    김형식
    스타일리스트
    김봉법
    헤어 & 메이크업
    장해인
    어시스턴트
    조혜령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