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MEN OF THE YEAR – 김영철

김영철로 태어나서 할 말도 많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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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 걸친 코트는 카루소, 안에 입은 재킷은 버버리 프로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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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에 걸친 코트는 카루소, 안에 입은 재킷은 버버리 프로섬.

퇴원은 한 거죠? 네. 내 생애 첫 입원. 첫 1인실, 첫 혼자만의 7박 8일. 12층 병실에서 보이는 뷰도 좋았고. 음악도 많이 들었고. 오에 겐자부로의 < 읽는 인간 >을 읽는데, <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랑 단테 < 신곡 > 얘기가 많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랑, 단테 < 신곡 >은 연옥편.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 순서대로 있다기에….

김영철이 병원에서 오에 겐자부로와 단테를 읽었다? 지금은 김훈의 < 라면을 끓이며 > 읽고 있어요. 7박 8일 동안 한번 누려봤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영철 교통사고 뉴스가 떴을 때, 이상하게 걱정이 안 되더라니. 이 사고가 무슨 의미일까, 그 생각은 많이 했죠. (이영자 흉내) 하나님 이러시면 대상이랑 최우수상 아리까리해지는 거 아녀유?

그러게요. 뭔가 부상 투혼이라도 발휘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왠지 우수상 느낌이…. 그냥 우수상 결정인가요? (강)호동이 형이 이런 말을 해줬어요. “영철아, 니는 상을 안 받아야 더 웃긴다. 니가 ‘힘을 내요 슈퍼파워’ 했을 때, 댓글이 다 좋았잖아. 댓글 열 개 중에 두세 개만 좋으면 칭찬이야. 근데 막 아홉 개가 칭찬이잖아. 네가 올해 상을 안 받으면 그 사람들이 ‘김영철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이럴 거고, 그게 또 니 개그 소재가 될 거야.”

받아본 사람의 여유인가요? 형이 그러더라고요. “당일만 좋아. 한 달도 안 가. 니가 다음에 상 받아보면 형 마음을 알게 될 거다” 하는 거예요. 올해 내가 너무 연예대상, 연예대상 떠든 게 입방정이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어휴, 아무튼.

이런 얘기가 정말로 연예대상을 바라면서 하는 얘기라는 거! 하하, 이 모든 게 다 진심이라는 거!

상을 받아도 웃기고, 안 받아도 웃기다는 얘기는 맞는 것 같아요. 개그맨이잖아요. 백 프로 진심이면 뭐 어쩔거야? 상 받고 싶다는데, 왜? 지금 나는 진심이어도 웃기고 진심이 아니어도 웃겨요

과연 대상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힘을 내요 슈퍼 파워’로 시작된 거겠죠? 2월에. < 무도 > 설날 특집 때.

대운을 직접 피부로 느낀 건요? 느꼈죠. 작년까지는 절대 느끼지 못했던 걸 올해 느꼈죠. 이건 절대 맞는 거예요. 내 감정이 맞다는 건 맞는 거잖아요. 선배들의 시샘을 느꼈어요. 진심으로. 아는 분께 물어봤어요. “제가 지금 오버하는 걸까요? 선배 몇 명이 녹화할 때 내 말을 안 받아주더라고요” 그랬더니 그분 하시는 말씀이 “아니, 오버 아냐. 질투 맞아요 영철 씨. 거기도 결국 경쟁이잖아.” 그러시더라고요.

그렇죠. 정선희 누나한테 그 얘길 했더니, “영철아, 니가 떠서 그래. 이제 즐겨. 어쩔 수가 없어. 이제 그 포지션으로 니가 갔다는 거야” 그랬어요. 그 질투에 정확히 내가 떴다는 걸 느꼈죠.(웃음)

얼핏 얼굴에 대상 수상자의 여유가 스치네요. (웃음) 이번에 병원에서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MRI 촬영이 자꾸 연기되는 거예요. 의사가 딱 들어왔어. “선생님 MRI 언제 찍어요?” 했더니, 외워온 거 같더라고 멘트가. 안 외우곤 그렇게 할 수가 없어. “김영철 씨 인기로는 오늘 MRI를 못 찍어요. MRI실에 김영철 씨 얘기했더니 김영철 씨가 누군지 모르더라고요. 오늘 못 찍어요. 내일 찍어야 돼요.”

웃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고요? 네. 작년 같았으면 “MRI랑 인기랑 뭔 상관이에요!” 정색했을 거예요. 그러면 그 사람도 무안해졌겠죠. 근데 확실히 여유가 생겼는지, (웃음) 이번에는 한 박자 쉬고 이렇게 답했어요. “인기를 다 쌓은 거 같은데, 아직 모자라나요?“ 2월에 ‘힘을 내요 슈퍼파워’ 하면서 내가 완전 바뀐 게, 정색하면 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얘길 정선희 누나한테 했더니, “영철아 잘 버텼어. 그런 일 많을 거야. 갑자기 누군가 나타나서 ‘기부 안 하세요?’ 그러기도 할 거야.” 누나, 그럼 뭐라고 해야 돼요? “지금 은행 가고 있잖아요~해.” 예전엔 갑자기 만난 사람이 “TV 요새 안 해요?” 그러면, “라디오 해요!” 예전엔 이랬거든요. 근데 요새는 누가 활동 안 하냐고 물으면, “잘 모르시는구나. 저 난리예요 요새.” 이렇게 되더라고요. 좀 더 개그맨답게 대처하게 됐어요. 같은 말도 이상하게 하는 사람 많잖아요.

있다 마다, 말해 뭐 해요. 나는 어쨌든 처음 본 사람의 ‘나쁜’ 유머에도 견뎌야 하는 사람이니까. 사실 내가 비호감이었잖아요. 어떻게 푼 오해며, 어떻게 받은 사랑이에요, 이게. 정말 뭘 얼마나 해야 비호감 딱지를 떼나 했었죠. “저는 좀 질려요.” 셀프 디스도 해봤죠. 그냥 내가 내 입으로 말하는 게 제일 편했어요. 나는 왜 인기가 없을까? 내가 알죠. 나는 수컷 매력이 없잖아. 알지, 내가. 근데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수다스러움이나 따뜻함 같은 거. 내가 나를 알아차리는 것도 되게 중요한 거 같아요. 센 척도 해보고, 연예인인 척도 해봤는데, 그냥 어쨌든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것만이 진리더라고요. 새벽기도 가서 졸고 있을 거라면 그냥 집에서 자는 게 낫지 않냐고 하지만, 나는 새벽 기도 나가서 졸고 있는 그 마음도 너무 예뻐요.

호감, 비호감, 말 참 쉽죠. 이번에 JTBC에서 새로 들어가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메인 작가가 <라디오스타>하던 황선영 누난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영철아 넌 한 번도 비호감이었던 적이 없었어. 대중이 너한테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걸렸던 것뿐이야. 이제 너를 조금 알게 된 거야. 그렇게 나서기 좋아하던 니가 스무 살 소대장이 “이빨 보이지마” 한마디 하니까 깨갱하는 게 너무 웃기잖아. 너의 따뜻한 유머를 사람들이 이제 좀 알게 된 거 같아.” 오케이. 나는 오버해요. “본인이 웃긴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궤도에 올랐죠.” 대답하는 게 나예요. < 유희열의 스케치북 >에서 편집됐는데, 거기서 “김영철 씨 이 인기가 끝나면?”그러기에, “괜찮아요. 다시 김희애 흉내내면 돼요” 라고 했어요. 정말 그렇다니까? 에디터님? 차장님? 저는 아시다시피 삼성역 벌리츠 어학원을 여전히 걸어다닐 거예요. 저는 살던 대로 살아가요. 작년에도 도산공원을 걸었고 올해도 걸었고, 저는 달라진 게 없어요. 호감, 비호감? 나는 작년이랑 똑같은데 뭐가 그렇게 달라졌니? 진면목을 봤다질 않나. 나의 따뜻한 유머? 나 원래 나만 챙겼거든! 간신히 생긴 호감 딱지에 어깃장을 놓고도 싶죠. 내년에 또 바뀌면 바뀌는 거죠 뭐.

그래서 지금 본인이 개그맨 순위는 몇 위라는 거죠? (웃음) 그때 막 < 강심장 > 시작할 때 < GQ > 인터뷰에서 내가 나를 4위라고 했었죠. 그때는 내가 4위가 아니라서 웃겼던 건데, 지금은 진짜 4위 같아서 더 웃긴 거 같아요. 이거 어떡해. 음, 나는 2위인 거 같아. 유재석 다음이 나 아니에요?

무슨 소리에요. 1등이라서 이 인터뷰 하는 거예요. (김희애 흉내) 알겠어요. 그럼…. 받아들이겠어요.

< 진짜 사나이 >에서 김영철이 보여준 웃음이라는 게 어쩐지 요즘답다는 생각을 했어요. 코미디로 뭘 웃기기 전에, 정말이지 맥이 풀리도록 허탈한 웃음이 나는 시대잖아요. 맞아요. 하하하, 막 이렇게 박장대소하는 식의 웃음은 없죠.

군대라는 곳은 어쨌든 극단적으로 통제된 곳이고, 거기서 김영철은 끊임없이 웃음을 참죠. 다른 출연자들이 어떻게든 군대라는 상황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는 것과는 퍽 달랐죠. 마흔 두 살 먹어서 가니까 다 웃기더라고요. 지적을 많이 당했잖아요. 내가 그런 욕받이 무녀인 게 너무 좋았어요.

약자였죠. 강자는 안 웃는데, 약자는 웃었어요. 웃음을 참느라 아주 혼쭐이 났죠. 멋진 조롱이라고 생각했어요. 코미디언다웠습니다. 일부러 웃기려고 해서 웃기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상황 자체가 얼마나 코미디냐는 걸 드러내잖아요. 아, 내가 그런 거예요? 에디터님, 차장님 똑똑하시다. 나는 왜 군기가 안 들어 보일까 생각하긴 했는데.

군기 들어 뭐 해요? 하하, 맞아요.

똑똑한 얘기 하나 더 들어볼래요? 연말에 수상 소감 정말 멋지게 해줘요. 모르는 사람들 이름 줄줄이 읊으며 감사하는 건 따로 그분들께 직접 하시고, 과연 김영철이 잘해서 김영철에게 주는 상이니까 바로 그 김영철이 어떤 생각을 하는 사람인지 보여주세요. 유별나게 했다가 또 욕먹을까 봐.

나라를 구해도 어차피 욕은 먹는 거 아니겠어요? (웃음) 지금은 < GQ > 맨 오브 디 이어에 뽑혔다는 게 너무 기뻐요. 손 다치고 입원해서 인터뷰랑 촬영이 나가리되는 거 아닌가 했는데, 이 붕대 감은 손을 더 의미 있게 받아들여줘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그래서, 연예대상 대상은? 아휴, 뭐가 됐든 올해는 눈물이 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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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밀리터리 재킷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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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