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테이블의 모든 것

턴테이블 위에 바이닐 레코드를 얹고 바늘을 가져가면 하여튼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지만 그 소리가 진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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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방지 소재를 적용하고, 4.5킬로그램의 강력한 모터 토크를 보여주는 최신 다이렉트 드라이브 턴테이블 PLX-1000은 92만원, 파이오니어 by 디제이코리아(admus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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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 턴테이블 세팅의 목적은 “바늘이 관성의 영향을 받아 소리골의 중심(눌 포인트)을 정확히 타고 들어가서 레코드의 한 면이 끝날 때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턴테이블의 수평은 그야말로 첫 단추다. 수평이 틀어진 턴테이블에서는 이후의 모든 세팅이 무의미하다. 다만 아날로그는 1과 0의 세계가 아니다. 아무리 정확하게 세팅해도 오차는 발생한다. “정확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아날로그다. 턴테이블의 첫 단추는 수평계로 맞춘다. 턴테이블은 플래터가 본체로부터 떨어져 있는지 붙어 있는지에 따라 각각 리지드, 플로팅 방식으로 나뉘는데, 아무래도 플로팅 방식의 플래터는 가볍다. 작고 가벼운 수포의 수평계가 유리하다. 수평계는 동네 철물점에서도 팔고 턴테이블 구입 시 번들로도 주지만 대개 그리 정확하지 않다. 제자리에서 돌렸을 때 수포가 제자리에 머무른다면 정확한 제품이다. 전문가들은 오디오 회사에서 만든 정밀한 수평계 혹은 수포가 두세 개씩 달린 공업용 수평계를 권한다. 오차 범위를 확연히 줄일 수 있다. 하지만 플로팅 방식의 턴테이블에서는 부적절할 수 있다. 오디오 회사에서 만든 수평계도, 공업용 수평계도 상당히 무거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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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행 톤암은 턴테이블의 척추다. 톤암을 중심으로 모든 동작이 이어진다. 톤암 세팅의 첫 단계는, 톤암을 플래터에 놓았을 때 턴테이블의 중심(스핀들)부터 바늘 끝까지의 거리를 가리키는 ‘오버행’을 맞추는 것이다. 바늘이 스핀들보다 멀리Over 위치해 오버행이라고 부른다. ‘카트리지 얼라인먼트 프로트랙터’를 주로 쓴다.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고 턴테이블 관련 기기 구입 시 증정하기도 하는 매우 단순한 자다. 프로트랙터를 스핀들에 끼워서 여기에 표시된 바깥쪽과 안쪽 두 점에 바늘이 오도록, 또 프로트랙터의 직선과 카트리지가 겹치도록 조정한다. 좀 더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서는 카트리지를 부착하기 전 오버행을 대략 맞춰놓고, 카트리지를 부착한 다음 톤암의 길이와 카트리지의 위치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조정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 방법에서는 9인치, 10인치, 12인치 등 제각각인 톤암의 길이가 고려되지 않는다. 그래서 애호가들은 주로 ‘톤암 얼라인먼트 툴’을 쓴다. 제조업체별, 톤암의 길이별 수치가 제공되며, 바늘 끝부터 피봇포인트까지의 거리와 스핀들부터 피봇포인트까지의 거리 사이의 정확한 눌 포인트까지 단 번에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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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무스 바늘이 수직으로 바이닐 레코드에 닿을 수 있도록 카트리지의 수평을 맞추는 과정이다. 카트리지를 정면에서 봤을 때 좌우가 평행이면 된다. 모눈종이 혹은 모눈자를 이용한다. 다만 톤암을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유니피봇 방식은 고가의 턴테이블 중에서도 흔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 헤드셸을 살짝 돌리거나 나사를 조이는 게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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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A ‘버티컬 트래킹 앵글’의 줄임말이다. 바늘과 바이닐 레코드 사이의 수평각을 가리키며, 톤암의 높이로 조정한다. VTA 설정에 앞서 평소 자신이 자주 듣는 바이닐 레코드의 특성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컨대 50~60년대 미국에서 생산된 음반들이나 최근 180그램 리이슈 등, 중량반을 주로 듣는다면 바로 그 음반을 올려놓고 높이를 맞춰야 한다. 레코드마다 두께가 다르므로, 모든 판을 정확한 각도에서 회전시키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톤암과 플래터의 평행이 원칙이다. 바늘을 올려놓았을 때 플래터 위 톤암의 가장 먼 곳과 가장 가까운 곳의 높이를 똑같이 한다. 하지만 평행이 만능은 아니다. 1밀리미터, 2밀리미터가량의 미세한 차이지만, 바깥쪽 높이가 조금 높았을 때 음이 더 명확해지고 저역의 다이내믹이 살아나는 카트리지가 대부분이다. 카트리지의 특성에 맞는 톤암 높이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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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압 카트리지 매뉴얼에 적정 침압이 제공된다. 무게를 이용하는 스태틱 밸런스 방식이든 스프링의 장력을 이용하는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이든 대체로 이 침압을 만족한다. 일반적인 침압 설정은 무게추를 돌려, 톤암이 밑으로 내려가지도 위로 올라가지도 않는 시소와 같은 상태를 만들면서 시작한다. 침압 설정 전에 수평을 맞추는 것이다. 여기에서 스태틱 밸런스 방식과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이 갈린다. 스태틱 밸런스 방식은 무게추 앞쪽의 숫자 다이얼을 0으로 한 다음 적정 침압만큼 무게추를 돌리고, 다이내믹 밸런스 방식은 미리 0으로 돌려놓은 톤암 축 부분의 다이얼을 적정 침압과 일치시킨다. 가끔 보조추가 달려 있기도 하지만, 턴테이블은 부품 하나만 추가해도 진동이 바뀌는 예민한 기기인 탓에 선호되진 않는다. 보조추 유무와 관계없이 침압을 맞추기는 어렵다. 각각의 방식에 따라 적정 침압이 차이가 날 수도 있고, 손을 댔나 싶을 정도로 움직여도 1그램이 늘어나는 게 무게추다. 애호가들은 자신의 운을 믿거나 침압계를 사용하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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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스케이팅 자동차의 코너링에 비유되곤 한다. 5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와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자동차의 코너링 시 핸들을 돌리는 각도는 엄연히 다르다. 100킬로미터로 달리다 급경사를 만나 핸들을 평소만큼 튼다면 원심력에 의해 벽을 받고 말 것이다. 바늘은 바이닐 레코드의 소리골을 주행하는 자동차다. 시작부터 중간까지는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중간 이후부터 급해진다. 바늘이 소리골 안쪽 벽에 부딪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바깥쪽에서 인위적으로 당겨주는 힘이 안티스케이팅이다. 바늘 무게가 3그램이 넘는다면 안티스케이팅은 건너뛰어도 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바늘이 3그램 이하다. 침압 무게와 비슷한 값으로 맞추는 게 일반적이다. 좀 더 확실한 조정은 테스트 엘피를 이용한다. 보통 마지막 트랙이 안티스케이팅이고 핑크 노이즈가 나온다. 핑크 노이즈가 스피커 사이의 중앙에 정확하게 머무른다면 안티스케이팅이 맞은 것이다. 꼭 테스트 엘피가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정말 많이 들어서 속속들이 아는 음반을 올려놓고 이른바 ‘스윗 스폿’이라고 불리는 정중앙에 소리가 형성되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괜찮다.

 

 

진동 턴테이블은 미세한 물리적인 진동을 이용해 소리를 만드는 기기다. 바꿔 말하면 진동을 어떻게 제어하는가도 중요한 기기다. 턴테이블 설정이 완료된 이후에는 진동을 제어한다는 관점에서 살핀다. 직접 관련되는 건 세 가지다. 첫째, 설치 장소. 밀도 높은 나무 위가 좋다. 비록 좋은 나무는 좋은 턴테이블보다 비싸지만. 바닥의 특성이 음악에 묻어나는 걸 감안해 선택한다. 이를테면 돌 위에서는 딱딱한 소리를 낸다. 둘째, 슬립 매트. 슬립 매트를 얹어서 효과를 볼 수 있는 턴테이블은 대개 플로팅 방식이다. 플래터의 무게가 늘어나면 소리의 심도가 높아지고 저역이 명확해진다. 플래터가 무거운 턴테이블은 슬립 매트를 안 쓰는 게 좋다. 아날로그의 장점은 소리의 생동감인데, 흔히 쓰이는 펠트 슬립 매트는 이를 많이 죽인다. 셋째, 스태빌라이저. 바이닐 레코드 위에서 흔들림을 잡고 소리를 정돈해준다. 다만 플래터의 무게를 고려해야 한다. 가벼운 플래터에 무거운 스태빌라이저는 부적절하다. 지금까지의 복잡한 설정이 무색하게 바이닐 레코드조차도 완벽한 평면이 아니고, 전기를 이용하므로 에이징에 따라 소리는 또 변한다. 헛되고 부질없을까? 아날로그는 오차와 변수를 받아들이는 태도와 관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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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