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Q AWARDS 올해의 도구 ‘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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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도구 수저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나누는 ‘수저 계급론’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떠돌다가 몇몇 언론에서 요약, 기사화되면서 폭넓게 퍼졌다. 금수저는 자산 2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2억원, 은수저는 자산 10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8천만원, 동수저는 자산 5억원 또는 가구 연 수입 5천5백만원, 흙수저는 자산 5천만원 미만 또는 가구 연 수입 2천만원 미만을 말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기사에 댓글로 동수저와 흙수저 사이에 쇠수저가 있다며 그 간극을 메우려고 했다. 그리고 많은 이가 자신이 바로 그곳에 속한다고 말했다. 뭘로 만들었든 수저는 밥을 먹을 때 쓴다. 누가 먹어도, 밥은 입으로만 먹는다.

올해의 서울 미세먼지 봄에 일어나면 목이 칼칼했다. 한강을 건널 땐 평소에 보이던 산과 그 높은 건물이 수묵담채화처럼 윤곽만 보였다. 미세먼지는 뭘 태웠을 때 나오는 아주 작은 물질이다. 연료를 태우거나 자동차 타이어 분진이 흩어진 것, 주로 황산화물과 암모니아 중금속이다. 소아과에서 기관지염과 아토피성 피부염 진단이 부쩍 는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공기청정기와 에어 워셔는 필수품이 되었다. 그런다고 대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나? 눈은 뻑뻑하고 목은 수세미 같았다. 마스크 없이 걸을 땐 무슨 죄를 짓는 것 같았다. 봄엔 황사려니 했고 중국과 편서풍을 탓하는 건 습관 같았지만…. 미세 먼지의 50~70퍼센트가 한국에서 발생한다. 다 우리 탓이라는 뜻이다. 올해는 가뭄이 길었다. 창을 열 수 없는 날이 잦았다. 서울은 무거웠다.

올해의 가사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젊은이’ 조웅은 천연덕스럽게 핵심에 이르는 가사를 써왔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세 번째 앨범 <썬파워>에 실린 ‘젊은이’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술 취한 밤 사는 게 무거워 마신 술이 더 무거워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는 후회를 해본다. (중략) 내 맘은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깨져버린 잔 여기에 나 있다고 해도 보이지 않는 별.” 역설에 기대 재치 있게 표현했다. 방황하는 젊은이의 헛헛한 마음을 전하는 노래일 뻔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이런 가사가 덧붙는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무 말도 할 게 없는데.” 이 구절은 정말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기보단 ‘뭐라 위로를 건네야 할지’처럼, 말문이 막힌 상황 혹은 말을 초과하는 상황처럼 들린다. 그 상황이 뭔지는 현재의 젊은이가 마주한 현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가사의 결이 달라지는 이 낙차로부터 ‘젊은이’는 젊은이를 뜨겁게 위로한다.

올해의 젊은이 <미지의 세계>의 미지 이자혜 작가가 창조한 대학생 미지의 세계는 시시하다. 하지만 시시하다는 말에 담긴 한가한 어감이 걸린다. 사실 미지의 세계는 참담하다. 딱히 비극은 일어나지 않지만 격렬하다. <감옥학원> 같은 일본 만화에서 볼 수 있는, 하찮은 일에 대한 정열과는 또 다르다. 상상하고 현실로 돌아오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혼자 상처받고 추하게 울고 다음 날이 밝는다. 한국 사회는 젊은이를 “지옥을 천국으로 만드는 도전정신이 필요(이어령, <중앙일보>) 중에서)”한 존재로 본다. 미지는 젊은이이기도 하지만 “드럽게 인간”이다. 한국 사회는 “드럽게 인간”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다. “드럽게 인간”으로서, 미지는 무척 사랑스러운 젊은이다.

올해의 IT 드론 <백 투더 퓨처>의 예측대로 자동차가 하늘을 예사로 날아다니지는 않지만 드론은 날아다닌다. 약 70만원 정도에 드론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올해 6월 한국인 세 명이 밀라노에서 드론을 날리다가 두오모 성당 첨탑을 지지하는 케이블에 충돌시켜 당국 경찰의 조사를 받은 사건이 있었다. 지난 8월 부산시는 드론에 구명보트를 달아 인명을 구조하겠다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가 드론이 3일 만에 해운대 앞바다에 빠져 황망해졌다. 박근혜 대통령 주재 ‘제4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 규제개혁점검회의’에서 드론 관련 규제 완화가 이루어졌다. ‘IT 강국’이라는 말이 무색해진 건 기술 미비와 정부 규제 때문이라기보다 세계 시민으로서의 소양 부족 때문이었다. 정보 기술 발전의 전제는 다양성을 허용하는 성숙한 사회다.

올해의 기운 불안 더 이상은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시간을 쪼갰는데 밥은 서서 먹어야 했다. 우리가 낸 세금은 왜 자꾸 엉뚱한 데 쓰이는 것 같지? 광화문에 우리 대신 나갔던 그 많은 사람은 지금 괜찮을까? 본의 아니게 거기 있었던 의경은? 결혼? 아기? 이대로 혼자인 게 낫지 않을까? 대답이 없으니 질문이 공허했다. 불안했다. 계속 이렇게 살까 봐, 더 지칠까 봐, 더 많은 사람이 더 험하고 슬픈 일을 겪게 될까 봐, 우린 그걸 다 보고도 또 두려워하기만 할까 봐…. 일단 2015년 전체 1년을 다 살아보니 그런 기운이 왔다. 곁에 있는 사람에게 다시 물었다. “우리,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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