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무르익는 엉덩이

2015.12.23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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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어워드에서 뽑은 ‘올해의 힙’은 ‘힙’이었다. ‘올해의 센세이널’이라고 해도 좋았다. 인스타그램과 피트니스에 관한 열기가 한몫했다. 사람들은 남산만한 질량감이 담긴 엉덩이에 열광했다. 여성의 엉덩이에 대한 관심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나, 근대 이전의 이상적인 엉덩이가 복숭아에 비유되었다면 지금의 이상적인 엉덩이는 사과를 든다는 점에서 다르다. 크기는 물론이거니와 더 진하고 화려해졌다. 1994, 매그넘 사진가인 장루 씨에는 엉덩이 사진으로만 이루어진 흑백 사진집 <엉덩이Derrieres>를 발표했다. 아름다운 엉덩이의 기준이 특별히 지금과 다른 것 같지는 않다. 다만 이 책에서의 엉덩이는 지금보다 덜 맹렬하고 자연스럽다. 사과보다는 배에 가깝다. 당대의 여배우였던 샬롯 램플링의 ‘뒤태 누드’에서 잘 드러난다. 이상적인 여성의 몸을 ‘패션모델’에 한정시키는데 앞장섰던 그 유명한 피렐리는, 2016년의 달력에 한 분야의 직업적 성취가 뚜렷한 여성들을 내세우면서 유구했던 전통을 파괴했다. 배는 못생길수록 맛있다는 속설이 있다. 한 사회의 성숙을 가늠하는 척도는 사과만큼이나 배의 아름다움도 알아볼 수 있는 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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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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