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퍼센트 슈퍼보이, 최두호

UFC의 기린아 최두호는 연신 ‘100퍼센트’를 강조했다. 14경기 중 10경기를 깨끗한 KO로 이긴 선수의 늠름한 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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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정말 깨끗해요. 이번 시실리아와의 경기에선 딱히 제대로 맞은 펀치가 없어요. 근데 자세히 보면 흉터도 있고 그래요. 연습 때 안 다칠 수는 없어서.

보자마자 위압감이 드는 인상은 아니에요. 좋은 것 같아요. 케이지 안에선 격투기 선수지만 항상 그럴 필요는 없죠. 학생같이 생겼잖아요. 또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경기를 보면서 약해 보이는 사람을 응원하니, 더 기억에 남을 수도 있고요.

경기장에선 언제나 웃거나 여유만만했어요. 케이지 아래에선 더 개구쟁이일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영 다른 사람 같아요. 구미에서 온,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 그런 소리 많이 들어요. 얼굴도 웃으면 개구쟁이 같은데 무표정으로 있으면 좀 다르죠. 그렇지만 케이지 올라갈 때는 최대한 즐기면서 게임 하듯이 시합을 치르려고 해요. 내가 연습했던 걸 100퍼센트 믿고 엄청 과감하게 싸워요. 제 경기 보면 망설이는 게 없잖아요. 어차피 시험이란 건 계속 암기했던 걸 그대로 답안지에 적어내기만 하면 되는 거니까. 거기서 비장해봤자 마이너스인 것 같아요. 더 긴장되고.

UFC의 철제 케이지가 주는 중압감은 링이나 매트와는 또 다르다고 하던데요. 링에서 싸우다 케이지에서 싸운다고 해서 크게 다른 느낌은 없습니다. 내가 주인공이 돼서 많은 사람 앞에서 상대를 쓰러뜨려야 한다는 중압감만 있을 뿐이지. 어차피 내가 해야 할 건 똑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상황에선 한 경기 한 경기에 정말 많은 게 걸려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압박은 엄청나죠.

그런 압박을 잘 숨기는 건가요? 중계진도 UFC 첫 경기 당일 도무지 긴장하지 않는 최두호를 보고 이렇게 말했죠. “거물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글쎄요. 경기할 땐 100퍼센트 거기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긴장감을 100퍼센트 긍정적 요인으로 바꿀 수가 있어요. 지금 딱 문 열고 갑자기 나가라고 하면 그렇게 못합니다. 하지만 시합 때의 제 멘탈은 그 어떤 것도 전부 끌어안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가 된 상태기 때문에 긴장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로도 훈련을 해야 돼요. 어떻게 보면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언제든지 불행한 상황이 생길 수 있거든요. 부상을 안고 싸울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좋을 수도 있고. 저는 기술을 10개 더 알고 힘이 세져도 정신력이 약해진다면 마이너스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예전엔 시합 전에 무서워서 집에 가고 싶고 그랬어요. 그런데 어차피 케이지에 들어가서 상대랑 마주 보고 싸워야 하는 시간은 와요. 그래서 경기 때는 100퍼센트 집중해서 제 성격, 습관, 행동 모두 다 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같은 정신력에 대한 얘기라도 투혼이나 패기 같은 말과는 좀 다르게 들려요. 그보단 퍽 이성적이라는 인상. 맞습니다. 어떤 스타일이 정답이라 말하긴 어렵지만, 무작정 죽기살기로 할 필요는 없어요. 그렇게 싸우면 아무래도 시야도 좁아지고 체력 안배나 기술적 부분에서도 생각을 덜하게 돼요. 물론 격투 스포츠는 투지가 기술을 뛰어넘을 수 있는 종목은 맞아요. 넘을 수 없는 상대가 있다면 투지로 꺾을 준비도 항상 돼 있어요.

아직 그런 상대를 만나지 못했다는 말인가요? 네. 만약 제가 1라운드, 2라운드에서 밀렸는데 3라운드에서도 답을 못 찾았다면 그냥 무조건 투지로 이겨낼 겁니다. 전략이고 뭐고 없어요.

13승 1패. 10KO승. UFC에서 치른 두 경기도 모두 KO로 이겼죠. 경기가 막 끝나고 바닥에 누운 상대를 보는 그 기분은 어떤가요? 사실 좋습니다. 미안한 감정도 들지만, 내가 조금 더 준비했고 조금 더 강해서 눕지 않고 서 있는 거니까. 그 순간이 격투기를 하는 이유고. 경기 직전 케이지에 올라가면 공기가 달라요. 물에 빠진 것같이 숨 막히는, 정말 싫은 기분. 하지만 이기고 경기가 끝나는 순간 엄청 편해져요. 순식간에.

지난 11월 서울에서 열린 샘 시실리아전에선 승리 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어요. 그 자리에서 허리에 손을 올리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한참을 서 있었죠.  아, 편해져서 문득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또 이렇게 무사히 잘 넘어갔네. 그러다가 왠지 제 모습이 좀 멋있어 보이는 것 같아서 잠깐 그러고 있었어요.

인터뷰에선 “이 정도 상대를 이긴 것을 기쁘지 않다는 것을 어필하고 싶었다”고도 했죠? 그런 걸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에 좀 멋있어 보이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퍼포먼스가 되니까.

그런 말이야말로 최두호를 만나고 싶단 생각이 들게 했어요.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로 선정되어 5만 달러를 받은 후에도, “난 앞으로 매 경기 보너스를 받을 예정이다”라고 당돌하게 말했죠. 얼굴 맞대고 절 알아봐주는 분들에게만 겸손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이 보는 인터뷰나 영상에서는, 글쎄요. 겸손하려면 거짓이 좀 있어야 되잖아요. 제가 목표가 챔피언인데 그냥 열심히 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이럴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스포트라이트를 즐기나요? 요즘 너무 행복해요. 소풍 가기 전날 잠 안 오잖아요. 이기고 나서 2주 내내 그런 기분이에요. 이런 말은 좀 웃기지만 칭찬 듣는 게 아무 느낌이 없을 정도로. 격투기 선수가 제일 빛날 때는 경기 때랑 경기 직후잖아요.

승승장구. 지금 딱 한 경기 진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누구에게 지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챔피언한테 패한다면 다시 붙어서 이기기 위해 맹훈련을 하겠죠. 그런데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대한테 지면, 그래서 제 스스로가 챔피언이 될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그만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 정도로 지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상황이 닥쳐서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이 선다면, 무조건 화끈하고 재미있게 싸우는 파이터가 되는 게 나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항상 기다리고 심장 뛰게 하는 경기를 벌이는 것도 제 목표 중 하나예요.

무엇보다 상대 펀치를 보면서 때린다는 인상이에요. 카운터가 주무기이기도 하고. 하지만 종종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해요. 샘 시실리아 전에선 그게 전략이었어요. 펀치 거리 안에서 싸우는 것. 제가 카운터가 좋긴 하지만 다른 부분, 예를 들면 레슬러를 레슬링으로 넘길 자신도 있습니다. 또 제가 키가 큰 편이고 펀치 거리가 길어서 그걸 깰 수 있는 선수가 많이 없기 때문에, 카운터가 효율적이기도 하고요.

키에 비해 리치는 좀 짧은 편이죠? 두 번의 KO승 이후, 전문가들이 최두호를 페더급 최강자들과 비교하기 시작했어요. “신체조건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 챔피언 조제 알도처럼 덩치가 작은 선수에겐 우세를 점할 수 있지만, 키가 비슷한 선수에겐 고전할 수 있다”는 평도 있어요. 리치가 길면 유리하지만, 무조건 자기 리치를 100퍼센트 활용하는 선수는 많이 없어요. 저보다 10센티 더 긴 선수한테도 카운터를 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지금까지 제가 보여준 경기를 바탕으로 했을 땐, 정확한 분석인 것 같아요. 하지만 진흙탕 싸움도 자신 있어요. 그렇게 해야 할 이유가 없었을 뿐이죠.

주짓수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타격가가 된 건가요? 모르겠어요.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주짓수는 전 세계에 저보다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타격은 많이 없습니다.

펀치는 타고나는 부분이 큰가요? 아무래도요. 펀치 각도를 가다듬는다거나 콤비네이션 같은 건 노력으로 완성할 수 있지만, 타격 타이밍이나 거리를 재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유도 선수들은 이렇게 얘기해요. 옷깃 잡아서 한 번 당겨보면 이길 수 있겠다 혹은 지겠다, 를 가늠할 수 있다고. 케이지 안에선 어떤가요? 모르겠습니다. 잡아봐서 질 것 같아도 무조건 이겨야 되기 때문에.

한 대 맞아보면요? 그래도요. 완전히 정신 나갔다 돌아와서 이기는 경우도 많고. 전 그냥 안 싸워봐도 내가 무조건 이긴다고 생각합니다. 세계 챔피언이라 해도 턱이, 사람 턱이 아닌 사람은 없지 않습니까.

같은 체급인 페더급 챔피언전까지 치른 정찬성과의 대결도 생각해봤나요? 좀 많이 친해서 되도록 안 싸우고 싶어요. 한 명이 챔피언이 된다면 경기를 하겠지만, 그게 아닌 이상은 제가 안 할 것 같습니다.

정찬성은 UFC 데뷔 이후 불과 2년 반 만에 챔피언전을 치렀어요. 최두호에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요? 2016년엔 톱10 안에 들어갈 것 같아요. 그리고 운이 좋으면 내후년엔 타이틀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계속 지금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기회가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올해는 제가 팀을 옮기면서 엄청나게 세질 것 같습니다. 감독님이 준비해주시는 대로만 따라가면 무조건 세계 챔피언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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