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마약 대신 케이블카, 메데인

2016.01.09GQ

좋은 결정이 훌륭한 도시를 만든다. 지금 미래를 짓는 도시 No.4 COLOMBIA MEDEL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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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 교통 TRANSPORTATION

A 건축 ARCHITECTURE

C 문화 CULTURE

L 생활수준 LIVABILITY

P 공익사업 PUBLIC UTILITIES

T 케이블카 연결 파편화된 도시를 하나로 엮는 곤돌라 메데인은 안데스 산맥 높은 골짜기에 자리 잡고 있는 도시다. 도시의 극빈층 대다수는 가파른 언덕에 형성된 코무나스 자치구에 거주한다. 90년대에는 마약 갱들과 게릴라 전사들이 이 좁은 골목들을 지배했다. 폭행과 사고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주민들은 바깥 세상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지만,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이동 자체가 굉장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파편화된 도시를 한데 묶기 위해 당시 시장 루이스 페레즈는 케이블카라는 참신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주민들이 산비탈을 따라 위태롭게 내려가는 대신 곤돌라를 타고 미끄러지듯 전철역까지 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첫 메트로케이블 노선은 2004년에 개장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추가 노선을 도입했다. “메트로케이블이 대단한 이유는 이 시설이 실제로 빈곤층에게 도움이 되고, 또 그들을 도시 안으로 통합시키며 일자리를 포함한 다른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소속의 도시설계자이자 콜롬비아에서 태어나고 자란 훌리오 다빌라의 말이다.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거죠.”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케이블카를 타고 소위 우범지대를 방문하기 시작하면서 더 많은 대중이 이 도시의 운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는 향후 10년에 걸쳐 일어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도시설계 사례의 첫 발걸음이기도 했다. 글 / 리지 웨이드(Lizzie W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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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공원 같은 도서관 모두를 위한 안전한 공간 메트로케이블은 메데인의 낙후지역 거주민들을 도시와 연결하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건축가 알레한드로 에체베리는 이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는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메데인시의 도시 개발 사업을 담당했다. 메데인이 직면한 난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4년 간 온몸을 바쳤다. 그가 가진 비밀병기는 ‘아름다운 디자인’이다. 하지만 그의 이 프로젝트는 아름다움을 향유할 여유가 있는 부유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케이블카가 설치된 저소득층 지역에도 똑같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것을 고집했다. “잘 지은 건물, 디자인이 좋은 공간, 수준 높은 대중교통 시스템, 양질의 문화행사 등은 모두 정서적인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개개인이 도시의 일원이 되었다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리고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녹지대에 둘러싸인 도서관 다섯 개가 설계돼 메데인 곳곳에 지어졌다. 공원 같은 형태의 도서관들은 메데인의 여러 구역에 걸쳐 나타난 안전한 공공장소 중 하나였다.(에체베리가 임기를 마친 후 시에서는 다섯 개의 도서관을 추가로 건립했다.) 하지만 에체베리는 그저 예쁜 건물을 몇 채 짓는 것만으로는 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거란 기대를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 밖에도 그가 이끄는 메데인의 도시개발국은 거리마다 나무를 심고 낙후된 학교를 보수했다. “메데인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이런 프로젝트들이 서로 고립된 상태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에체베리가 얘기한다. 다양한 프로젝트가 지역공동체의 일상과 한데 엮여 진행되었다. 그는 이를 두고 공동 창조라고 명명한다. 글 / 리지 웨이드(Lizzie Wade)

CN4TCN Colombia, Antioquia Department, Medellin, Santo Domingo Savio District, Biblioteca Espana by architect Giancarlo Mazzanti built

 

C 사회운동가의 그래피티 스프레이 페인트로 저항하기 페로그라프Perrograff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진 다니엘 펠리페 퀴체가 손에 든 스프레이 페인트로 벽을 겨눈다. “나만의 표식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해요.” 그는 그래피티 수업을 들으러 온 무리를 향해 얘기한다. 그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날렵하게 파란색을 칠한다. 그러고는 학생들이 각자 도시의 벽에 표식을 남길 수 있도록 스프레이 캔을 나눠줬다. 페로그라프는 3년 전부터 ‘그래피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한때 자신이 힘겹게 생활했던 그 골목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이는 곧 수백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한때 끔찍한 폭력에 시달렸던 골목길에서 그래피티로 저항한 셈이다. 그리고 그 폭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쇠퇴한 골목인 ‘코무나 13’ 지역의 역사를 그리고, 살해당한 친구들을 기리는 벽화로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했다. 또한 그는 지역 주민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기도 했다. 메데인에서 자라고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도시설계자 호타 샘퍼 말에 따르면, ‘그래피 투어’ 같은 풀뿌리 운동은 메데인의 변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메트로케이블과 ‘도서관 공원’도 대단하지만 “풀뿌리 운동이 굉장한 것은 그 운동이 일어난 장소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페로그라프는 자신의 지역공동체 작업이 이제 2차원을 벗어나길 기대하고 있다. 수년간 평면에 그림을 그려온 그는 현재 건축 공부에 새로이 매진하고 있다. 글 / 리지 웨이드(Lizzie Wa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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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에 메데인으로 다시 돌아왔을 때, 마치 완전히 새로운 도시를 발견한 것처럼 신기했어요. 유유히 움직히는 메트로케이블과 새로 지은 도서관, 어느 순간 생겨난 공원들…. 내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멋지고 근사한 곳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죠.” 히메나 코발레다 벨트란 EAFIT 대학교 도시 및 환경연구센터 코디네이터

    에디터
    Lizzie Wade
    포토그래퍼
    Corbis(Metrocable), Perrograff(Graffiti), Alamy(Library)
    일러스트
    Joe McKend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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