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 레드메인의 모든 것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을 것 같은 스타. 전통적인 교육을 받은 33세의 영국인. 결혼 생활 문제 없음. 동료는 칭송하고 감독은 탐내는 배우. 그리고 매우 어린 나이에 받은 오스카 남우주연상. 하지만 에디 레드메인은 어쩐지 불안해 한다. 최근 완성한 영화 <대니쉬 걸>에서 또 한 번의 변신을 했는데, 트랜스 젠더 선구자 격인 릴리 엘베 역을 맡았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시도지만, 어쩌면 상을 하나 더 받게 해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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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건과 셔츠와 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스웨터 메종 마르지엘라.

“물건이 꽤 크죠.” 에디 레드메인이 테이블 위로 아이폰을 밀어주며 말한다. 화면에는 번쩍이는 남성의 토르소가 있다. 오스카 트로피다. 그는 지금 딱 붙는 흰 옷을 입고 있다. 지난해 2월에 지미 키멜이 이 작은 바지를 선물했다. “벨크로가 막 떨어지려고 해요. 그래서 가끔은 홀랑 벗고 지내죠.” 그가 웃는다.

레드메인은 트로피에 새겨진 남자처럼 수수한 것을 좋아한다. 이튼(윌리엄 왕자와 같은 반 친구였다)과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한 것을 이야기할 때면 수줍어한다. 거의 병적인 그의 겸손함은 지난해 오스카 수상 소감에서 잘 드러났다. 그는 아카데미 측에 거의 용서를 구하다시피 했다. “저는 제가 정말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는 지금 약간 불안해 보인다. 새해가 되었으니 이제 서른 넷. 전형적인 영국인의 의연함은 어디로 간 걸까. 새 영화 <대니쉬 걸>이 그 원인이다. 요즘 같은 때에 꽤나 적절해 보이는 릴리 엘베의 이야기. 엘베는 1931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세계 최초로 성 확정 수술을 받은 사람이다. 이 역할에 따르는 위험은 레드메인이 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가 테이블 위 작은 집기들을 만지작거리며 말한다. “그런데 실망시킬 거라는 걸 알고 있어요.”

나긋나긋하고 루비 같은 입술에 가발을 쓴 레드메인의 이미지가 처음 온라인에 퍼진 이래, <대니쉬 걸>은 많은 기대를 낳았다. 또한 그만큼 철저한 검증을 당하기도 했다. 아이콘이 되어버린 트랜스젠더 선구자를 섬세하게 연기하는 것과 <미세스 다웃파이어> 풍의 뻔한 ‘드랙’ 연기는 팬티 한 장 차이다. 레드메인은 캐이틀린 제너와는 달리 시스젠더 역할이다. 그래서 일부는 트랜스젠더 배우를 캐스팅할 희귀한 기회를 낭비했다고 제작자들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런 비난에 대해 레드메인이 할 수 있는 말은 많지 않지만,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느끼는 책임은 그의 어깨를 무겁게 누른다. 한 트랜스젠더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 “수술을 받을 것이냐 하는 결정은 결국 ‘진정한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이든 모든 것을 다 내줄 수 있는가에 달려 있지.” 업계에서는 이 역할을 ‘상 받기 딱 좋은 역’이라고 부른다. 한편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저레드 레토와 <트랜스패런트>의 제프리 탬버에 이어 또 한 명의 트랜스젠더냐는 식의 냉소적인 시선도 있다. “스티븐 호킹을 연기하더니, 더 나가는 거냐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배우로서 ‘이걸 해야 돼’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스스로에게 물어보죠. 이 이야기는 들려줄 가치가 있나? 내게 와 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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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와 팬츠 구찌. 티셔츠 T by 알렉산더 왕.

오스카 수상자 맞히기 도박에 관심 있는 사람을 위해 알려주자면, 현재 몇몇 사이트에서는 6:1의 확률로 레드메인이 상을 받을 거라고 점친다. <스티브 잡스>의 마이클 패스벤더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경쟁자다. (디카프리오는 이 영화를 찍으며 들소의 간을 날것 그대로 먹고, 시체들과 잠을 잤다고 한다.) 레드메인은 자신의 수상 확률을 계산할 생각이 없다. 하지만 자신이 큰 도박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안다. 레드메인은 어린 나이에 오스카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32세에 처음 받았다. 애드리언 브로디는 <피아니스트>로 29세에 수상한 뒤, M. 나이트 샤말란의 <빌리지>에 출연했다. “젠장, 당장 내일 은퇴할까? 이제 다시는 아무것도 안 할 거야! 그러던 때도 있었어요. 너무 일찍 일이 벌어진 것 같았어요. 하지만 곧 생각을 바꿨어요. 아니야, 난 이걸 원해.”

“크로크 무슈 먹을래요? 여기 온갖 종류가 다 있어요.” 레드메인이 말한다. 파란색과 버건디색 줄무늬 스웨터, 청바지, 낡은 컨버스 차림의 그는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해 보인다. 사실 집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부모님 댁이 저 아래예요.” 그는 점심을 먹은 뒤 부모님 집에 갈 것이다.

레드메인은 런던에서 자유로이 돌아다니는 편이다. 최근 골동품 딜러인 아내 한나 백쇼와 함께 집을 보러 다니다 사진을 찍힌 적은 있다. 그들은 ‘공공장소에서 애정 행각을 즐긴다’고 소개됐다. 레드메인은 지난해 오스카 수상 이후 히드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가 최악이었다고 기억한다. 수십 명의 사진가가 코앞에서 뒷걸음질치며 플래시를 터뜨리고 자기들끼리 걸려 넘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공항에서는 일반적인 방법으로 나가야 해요.” 레드메인이 키득거리며 말한다. “진짜 어색해요! 엘리베이터에 타면 문 앞까지 따라와요. 문이 닫혔다가, 다시 문이 열리면 앞에 또 그들이 있어요!” 그들은 계속 나타났다. “그 뒤로도 하루 이틀 정도는, 드라이클리닝을 맡기러 가거나 시장 본 걸 들고 다니는 사진까지 찍었어요.” 그가 숨을 한번 내쉰다. “결국 다들 지겨워하며 사라졌어요.”

그는 지난 가을 블로그를 통해 개인 스타일리스트가 없다고 밝혔다. 널리 칭송받는 그의 레드카펫 스타일이 완전히 자신의 취향이었던 것이다. 그 소란은 레드메인이 보기에, 공정한 한편 완전히 역겹기도 했다. “내가 혐오스러웠던 건, 세상이 ‘으으으…’ 하고 반응했다는 거예요.” 그가 웃는다. “나쁜 놈이 된 것 같았지만, 난 질문에 대답한 것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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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셔츠 모두 에르메네질도 제냐 꾸띠르.

일주일 동안 밤 늦게까지 <신비한 동물사전> 촬영을 한 레드메인에게 오늘은 그야말로 쉬는 날이다. 이 영화는 J. K.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의 프리퀄로, 아직은 많은 게 비밀에 싸여 있다. 그는 ‘뉴트 스캐맨더’ 역을 맡았다. “지난 영화 두 편은 8주 동안 촬영했어요. 이번 영화는 9주 동안 찍었는데, 이제 시작이에요. 페이스 조절을 해야 돼요.”

레드메인은 구석 소파에서 자기 커리어가 시작된 곳을 가리킬 수 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카페는 로열 코트 극장과 붙어 있는데, 그는 2008년에 연극 <지금 아니면 나중>에서 미국 대통령의 게이 아들을 연기했다. 여기서 3킬로미터만 더 가면 12세의 나이로 샘 멘데스 연출의 1994년작 <올리버!>에서 ‘소년 46번’을 연기한,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 런던 팔라디움이 있다. 그가 집요하게 연기를 파고들자 부모님은 조심스럽기는 했지만, 결국 도움을 주었다. 아버지는 은행에서 일했고 어머니는 화이트컬러 외국인이 영국에 정착하는 것을 돕는 회사에 다녔다. “부모님은 이쪽 세계에 대해 전혀 모르셨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숫자에 밝았기 때문에, 실업률 통계치는 아셨죠.”

일거리가 계속 들어왔다. 학교를 통해서, 졸업 후에는 개인에게 직접. 2005년에 그는 에드워드 올비의 작품 <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에 출연해 올리비에상 후보에 올랐다. 5년 후에는 <레드>에서 마크 로스코의 어시스턴트 역을 연기해 올리비에상을 받았다. <레드>는 브로드웨이에 진출했고, 레드메인은 토니상을 받았다.

여러 모로 레드메인은 ‘올드스쿨’ 무대 배우다. 그는 아직도 연극의 에너지와 동료애를 그리워한다. “브로드웨이가 좋은 건 극장들이 다 붙어 있어서예요. 웨스트 엔드에 비해 공동체라는 느낌이 더 강해요. 거기서 <레드>를 할 땐 알프레드 몰리나가 로스코를 하고, <오페라의 유령>이 밖에 나와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요. 고개를 돌리면 거기 루시 리우가 있고….”

레드메인은 내내 연극만 해도 만족했을지 모른다. 2005년에 레드메인은 처음으로 TV 미니시리즈 <엘리자베스 1세>에 출연했다. 톰 후퍼가 연출한 작품이었다. 2006년에는 로버트 드 니로가 직접 그를 골라서는 CIA 스릴러 <굿 셰퍼드>에서 안젤리나 졸리의 아들 역을 맡겼다. 그는 곧 버버리 모델이 되었는데, 아직도 그가 배우로 변신한 모델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레드메인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젊은 배우와 뮤지션을 보러 와요.” 그는 버버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자신을 ‘발견한’ 이야기를 한다. “일단 옷을 입는 모델을 한 이상, 사람들이 내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는 걸 불평할 수는 없죠.”

그 후 레드메인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 그리고 그의 성격과도 가장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캐릭터였던 것은 – 2011년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을 통해서였다. 그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순진한 젊은이 역을 맡아, 영화 촬영차 영국에 온 마릴린 먼로와 뜻밖의 관계를 맺는 연기를 했다. 마릴린 먼로를 연기한 상대역 미셸 윌리엄스가 좋은 평을 얻으면서, 덩달아 레드메인은 얼굴을 알리며 자신의 커리어에 대한 통찰도 얻었다. “그 영화에 이런 대사가 있어요. 로렌스 올리비에를 연기한 케네스 브레너가 내 캐릭터에게 하는 말이에요. ‘서커스에 낀 게 기뻐?’”

오늘 에디 레드메인은 크로크 무슈를 먹지 못하게 됐다. 웨이트리스는 이곳에 다양한 크로크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일러서 준비된 게 없다고 말했다. 지금이야말로 그가 ‘내가 누군지 알아요?’ 카드를 꺼내기에 적합한 때인 것 같다. 테이블 아래서 금빛 트로피를 슬쩍 꺼내며 “내 친구 오스카가 먹을 거예요”라고 말하면 된다. 그러나 레드메인은 아주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는 베이컨 샌드위치를 부탁한다. “베이컨 샌드위치도 맛있어요.” 그가 달래려는듯 말한다. 자기 자신에게 하는 말 같다. “케첩이 있어야 돼요. 많이요.”

이런 모습이야말로 레드메인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다. 당황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상냥하고, 갈팡질팡하는 영국인. 휴 그랜트가 이런 연기로 커리어를 쌓았다. 레드메인이 휴 그랜트가 주연이었던 <노팅 힐> 리메이크에 출연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자기보다 훨씬 더 유명한 사람 때문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게 된, 매력적이지만 끔찍하게 평범한 남자. 어쩌면 명랑한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면 일과 관련된 레드메인의 끊임없는 불안이 줄어들지도 모른다. 어쩌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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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터와 셔츠와 팬츠 모두 에르메스. 스니커즈 생 로랑 by 에디 슬리먼.

“열심히 노력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재능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는 연기에 대한 자신의 접근 방법에 대해 말한다. 일단 준비를 엄청나게 많이 하는 것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는 효과가 있었다. “<사랑 에 대한 모든 것>을 할 때는 너무 겁이 나서, 필요한 걸 요구했어요. 발성 코치, 움직임 코치, 그런 전문가들요. 준비할 시간이 4개월 있었어요. <대 니쉬 걸>은 3년이 있었어요.”

톰 후퍼 감독은 레드메인과 함께 작업한 두 번째 작품, <레 미제라블 > 촬영장에서 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대니쉬 걸>은 할리우드에서 몇 년 동안이나 돌아다니던 프로젝트였다. 한때는 니콜 키드먼의 야심 찬 프로 젝트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후퍼에게 왔을 때, 스타가 없는 시나리오가 되 어 있었다. “가끔 대본을 읽으며 어떤 배우를 상상할 될 때가 있어요. 처 음 읽었을 때부터 나는 에디가 떠올랐어요. 아무 표시도 없는 봉투에 대 본을 넣어 그에게 건네줬어요. 에디는 대본을 읽고 내게 와서 사랑에 빠 졌다고 했어요.”

<레 미제라블>에서 장발장을 연기하며 의식을 잃은 레드메인의 캐 릭터 마리우스를 상당히 오랫동안 어깨에 들쳐 메고 다닌 휴 잭맨은 촬 영 초기부터 상대역 레드메인의 매력을 알아보았다. “리허설을 할 때 너 무 자연스러워서, 나는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에디가 대본을 읽는 게 아니라 그냥 말하는 줄 알았어요. 같이 일해본 배우 중 그런 사람은 많지 않아요. 테이블에 앉아 대본을 읽을 때부터 출연진 전체가 그렇게 생각했 어요. 같이 일해본 배우 중 최고 수준이에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해본 덕택에 레드메인은 <십이야>의 비올라 같은 여성 캐릭터도 연기해봤다. 하지만 릴리 엘베는 의상 트레일러나 메 이크업 의자에 다녀오는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다. “나는 ‘트랜스베스티즘’과 ‘트랜스젠더’라는 두 단어를 헷갈리곤 했어요. 하지만 좋은 점은, 일단 그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그게 얼마나 큰 일인지, 우리가 스스로를 교육시키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 수 있어요.”

레드메인은 스스로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트랜스젠더 여성을 인터뷰 했고, 엘베와 그녀의 파트너 게르다 베게너의 이야기인 1933년 책 <남자 에서 여자로>를 꼼꼼히 읽었다. “연기하면서 알 수 있었어요. 레드메인은 스스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곳까지 용기를 내어 결국 가고 있었어 요. 아주 깊은 물속까지도.” 갈등을 겪지만, 결국 응원해주는 게르다를 연 기한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말이다.

레드메인은 SF 대작 <주피터 어센딩>에서 함께 작업했던 라나 워쇼 스키의 충고에 따라, 잰 모리스의 중요한 비망록 <코넌 드럼>도 읽었다. “나는 LGBT의 이야기가 대부분 비극으로 묘사되는 게 불안해요. 우리의 ‘다름’이 결국 저주라는 듯이요. 어떤 사람은 그걸 인생의 큰 축복으로 여 기는데 말이죠.” 라나 워쇼스키가 말한다. 앤디 워쇼스키와 함께 <매트릭스> 3부작을 만든 그녀는 성을 전환하고 2012년에 자신을 라나라고 소 개했다. “나는 에디에게 릴리와 게르다가 내 존재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말했어요. 이 두 사람의 상상력과 용기가 없었다면, LGBT의 역사는 훨씬 더 늦게 진화했을 수도 있어요. 에디는 연민이 넘쳐요. 언제나 캐릭터의 약한 점을 스스로 가지려고 하고, 느끼려고 해요. 에디는 릴리를 이해하 고 싶어 했고, 결국 해냈을 거라 생각해요.”

연극 무대에서 친분을 쌓은 친구 알프레드 몰리나는 레드메인에게 몇 가지 일상적이며 실용적인 방법을 말해주었다. 아내가 립스틱을 바르 는 것을 자세히 관찰하기,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앉는 모습을 주의 깊게 보기, 언제든 자신이 여성과 같은 엉덩이가 있다고 상상하고며 자세를 취 하기 같은 것. “몰리나는 내게, 배우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자기가 준 비해온 걸 드러내는 거라고 했어요. 그 모든 준비를 하는 건 결국 현장에 서 보이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예요.”

레드메인이 연기한 엘베는 알 듯 모를 듯 미묘하다. 그는 서서히 고개 를 드는 이 캐릭터의 여성성을 얌전한 미소, 게르다의 실크 슬립을 만지 는 가냘픈 손가락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에는 레드메인이 페니스를 다리 사이에 집어넣어 안 보이게 만들고는 알몸으로 거울 앞에 서는 장면이 있 다. 그는 흔한 질문이 따라올 것을 알고 있다. “제작팀 앞에서 알몸이 되 면 부끄러워요. 배우라고 그런 것을 편안하게 느끼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에요.” 레드메인은 말을 멈추고 미소를 짓는다. 자신이 <양들의 침묵>의 버팔로 빌 이후, 가장 주목할 만한 다리 사이에 성기 집어넣기 연기 를 했다는 걸 의식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토크쇼 나가기가 두려워요. 다들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고 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정말 강렬해요. 우리는 개그를 만드는 게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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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과 셔츠와 팬츠 모두 생 로랑 by 에디 슬리먼.

톰 후퍼 감독은 주연 배우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극복하기를 바라 고 있다. “에디에게는 진정한 재능이 있어요. 연기에서 정말 필수적인 건 데, 카메라가 돌아가기 시작했을 때 그는 불안함의 지배를 받지 않아요. 연기하기 전까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었는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순 간 에디는 갑자기 자유로워요.”

물론 자유라는 것은 상대적인 단어다. 온 정신을 쏟아 부어야 하는 역할에 연달아 붙들려 있던 레드메인은 이제 깨어 있는 시간 내내 마법 사의 세계로 들어가 있어야 하니 말이다. “나는 언제나 손목에 시계 자국 이 있었으면 했지만 한 번도 생긴 적이 없어요.” 그가 주근깨가 가득한 손 목을 가리키며 말한다. 피부가 엄청나게 창백하다는 것, 선탠을 하고 싶 다는 꿈이 좌절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정말로 휴가가 필요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다행히 2016년 2월 달력에는 그가 동그라 미를 쳐둔 날이 있다. <신비한 동물사전> 촬영이 끝난 뒤, 아카데미 시상 식이 있기 전까지. 레드메인은 시상식 무대에 적어도 한 번은 올라갈 것이 다. 아카데미의 전통에 따라 여우주연상 발표를 그가 맡게 된다. 그는 다 음 프로젝트를 생각하기 위해 따뜻한 곳으로 갈 것이지만, 실은 뇌의 전 원을 끄고 <대니쉬 걸>이 받게 될 반응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에 대 한 불안을 떨치기 위해 거기에 머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분장까지 다 하고 연기했던 리허설 초기에 받은 느낌 으로만 자신의 변신을 가늠해볼 수 있다. “남자들이 가득한 촬영장에 들 어가는 것만으로도, 대접받는 게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다들 엄청나게 쳐다본다는 것도 느꼈어요. 정말 시선에 압도당했어요. 여자 동료들은 이 렇게 말했어요. ‘그렇지? 우리의 세계에 온 걸 환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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