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한과, 어디서 주문할까?

2016.02.05손기은

케이크 맛집은 알아도 한과 맛집은 잘 몰랐다. 아무도 알려준 적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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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골산자의 과줄 한과 분야에서 최초로 대한민국 전통식품 명인으로 꼽힌 갈골산자 최봉석 대표가 만드는 과줄. 갈골산자는 한과로 유명한 강원도 강릉, 그곳에서도 3대째 한과를 만드는 집안이다. 동네 떡집이나 슈퍼에도 있는 찹쌀 유과지만 입에 넣는 순간 촉각, 미각, 감각적으로 이건 다르다는 걸 번쩍 깨달을 수 있다. 깨무는 데 입술에 쩍쩍 붙지 않고, 속 빈 강정마냥 속이 텅텅 비어 있지 않고, 그렇다고 딱딱하거나 눅눅하지 않고, 침이 용솟음칠 만큼 달지만 골이 ‘띵’해지는 맛도 아니고,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방금 만든 것처럼 바삭바삭하다. 이런 과자라면 젤리보다 더 입맛이 당기고, 마카롱보다 더 아껴 먹고 싶을 수밖에…. 갈골산자 033-641-8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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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평한과의 다식 밤가루, 송화가루, 콩가루, 녹말가루 등 색깔이 선명한 재료에 조청을 넣고 반죽해 다식판에 찍어 만든 한과다. 다식은 소꿉놀이 음식처럼 촌스러울 정도로 현란한 문양일수록 예쁘다. 사진 속, 초록꽃 위에 올린 다식은 송화다식, 붉은꽃 위는 백년초다식, 노란꽃 위는 콩다식이다. 자연의 재료로만 색을 냈다. 게다가 튀기거나 볶지 않아서, 예쁜데 공부도 잘하는 말끔한 모범생이 떠오른다. 색깔만 보면 그저 달기만 할 것 같지만, 단맛, 떫은맛, 새콤한 맛, 고소한 맛이 오묘하게 녹아 있다.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 차 마시는 풍습이 성행했을 때 만들어진 한과인 만큼 그냥 먹었을 때보다 차 한 잔을 곁들였을 때 맛이 더 피어난다. 창평한과 061-383-6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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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 율란과 경화당제과의 진해콩 숙실과는 건과나 과일을 익혀 다시 그 재료의 모양으로 빚는 한과를 말한다. 그 옛날, 분자 요리가 있었던 것도 아닐 텐데 어쩜 이렇게 현대적인 생각을 했을까? 사진 속은 밤을 쪄서 으깨 고운 체에 내린 후 꿀과 계피를 넣고 다시 밤 모양으로 빚은 율란이다. 우리 떡에 신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인사동 떡집 ‘합’에서 만들었다. 차와 함께 먹으면 말 그대로 ‘꿀밤 맛’이다. 율란 옆에 있는 작은 콩은 1915년부터 진해 경화당제과에서 만들고 있는 콩과자다. 밀가루와 콩가루를 섞어 압정보다 더 작게 만든 것이다. 압정만큼 단단해서 어금니로 오도독 오도독 깨 먹는 게 맛이다. 불량식품 같은 맛도 치명적 매력.  070-4209-0819, 진해콩 주문 http://mall.epos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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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흔한과의 치자쑥 매작과와 백련 매작과 모양은 기계로 찍어낸 듯 아기자기하지만 의외로 집에서도 만들기 쉬운 한과가 매작과다. 반죽을 종잇장처럼 얇게 펴고 모양을 낸 뒤 기름에 튀기면 된다. 한 번 꼴 때마다 마술처럼 화려한 빗살 모양이 완성되는데, 직접 만들어보면 이 원리를 왜 몰랐나 싶은 마음도 마술을 볼 때와 같다. 반죽을 납작하게 눌러 펴고 세로로 세 줄 혹은 네 줄의 칼집을 넣는다. 가운데 칼집에 반죽의 반을 집어넣었다가 빼는 느낌으로 한 바퀴 돌리면 끝. 이 바삭하고 단단한 과자는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듯한 모양이라서 이름이 매작과인데, 생김이 닮았다기 보다는 이걸 먹을 때의 기분이 매화나무에 참새가 앉은 걸 볼 때와 비슷해서가 아닐까? 카페 차오름 02-780-2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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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골생강한과의 편강 충남 서산 하면, 생강이다. 90년대 후반부터 서산에서 만들기 시작한 편강은 토종품종 생강을 얇게 썰어 설탕에 묻혀 말리는 과자다. 사방으로 울퉁불퉁한 생강 모양을 2차원으로 누른 듯 손으로 얇게 써는 게 기술이다. 주워 먹을 땐 강렬한 향 때문에 작은 조각들을 찾게 되겠지만…. 편강은 한입에 물면 매운 기운이 한지에 떨어진 먹물처럼 얼굴 위로 퍼진다. 잠도 깨고 정신도 번쩍 나서 운전할 때나 심심할 때 좋다. 생강 맛이 워낙 강해 설탕을 아무리 많이 써도 단 맛이 느껴지지 않는데, 그 바람에 잘못 만들면 설탕 범벅이 될 확률이 높다. 사진 속 편강은 설탕을 최대한 줄여 맛도 기분도 말끔하다. 서산시골생강한과 041-669-5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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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황골엿의 땅콩깨엿 엿을 먹는 건 욕 하는 것처럼 쉬울지 몰라도, 엿을 잘 만드는 일은 정말 고되고 지난하다. 특히 치악산 황골엿처럼 엿을 제대로 만드는 곳의 주인이라면 하루종일 허리도 못 펴고 엿죽을 쑤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야 누르는 대로 부드럽게 모양이 잡히고 입 안에서 슬슬 녹는 엿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과 인내로 만든 치악산 황골엿은 얇게 엿을 뽑지 않아도 쉽게 깨물어 먹을 수 있다. 1킬로그램 갱엿 한 판이 있다면 여러 명이서 종이 찢듯이 나눠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아하게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 잔 뽑아놓고 사진에 있는 땅콩깨엿을 한 번 씹으면, 최고의 디저트다. 치악산 황골엿 033-731-1889

    에디터
    손기은
    포토그래퍼
    김종현
    어시스턴트
    정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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