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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시계는?

2016.02.13G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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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천4백만 달러짜리 시계 시계 가격의 기록 경신에서 파텍 필립은 결코 빠지는 법이 없다. 파텍 필립의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 슈퍼컴플리케이션 회중시계는 1999년 경매에서 1천1백만 달러에 낙찰되며 역사상 가장 비싼 시계로 기록됐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시계가 지난 2014년 11월 제네바 소더비 경매에서 다시 한 번 자신의 기록을 경신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기존의 두 배가 넘는 가격인 2천4백만 달러로 말이다. 구매자의 신원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지만, 대리자 자격으로 팻말을 들었던 이는 필립스 경매소의 컨설턴트 오렐 박스였다. 역사의 증인으로 활약한 그를 만나 그날의 얘기를 나눴다.

이 시계의 어떤 점이 그렇게 특별한가요?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 슈퍼컴플리케이션은 그냥 평범한 시계가 아니에요. 1925년 미국의 자산가 헨리 그레이브스 주니어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최고의 시계”를 만들어달라며 특별 주문한 시계죠. 설계하는 데만도 수년이 걸렸어요. 무브먼트는 920여 개의 부품으로 조립했고, 무려 24가지 컴플리케이션 기능을 담았죠. 퍼페추얼 캘린더나 스플릿 세컨드 크로노그래프, 웨스트민스터 카리용 이외에도 센트럴 파크에서 바라본 밤하늘이나 달의 위상, 일출과 일몰 시간까지 확인할 수 있어요. 그리고 이 시계는 1932년에 완성된 이후 1989년 파텍 필립 칼리버 89가 나올 때까지, 무려 57년 동안이나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시계라는 왕좌를 지켰어요. 그런 의미에서 신화적인 존재고, 모든 시계 컬렉터들의 꿈이에요. 지금까지 그 역사적 가치를 완전하게 이해하는 극소수의 수집가들만이 손에 넣을 수 있었죠.

마지막 입찰을 위해 팻말을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요? 무척 열광적이었어요. 마지막 입찰을 하고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둘러보았죠. 자리에 참석한 컬렉터와 전 세계의 딜러들, 업계의 큰손들, 심지어 이 시계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까지도 이 경매가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듯했어요. 그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던지, 실내 온도가 섭씨 30도를 훌쩍 넘어선 것처럼 느껴졌어요. 숨이 막혀 창문을 열어야 할 정도였죠. 보통 경매 결과는 예측이 가능해요. 누가 팻말을 들지, 들지 않을지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이 시계처럼 중요한 물건이 나왔을 때는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죠. 이런 점이 극적인 요소를 더했어요.

이번 낙찰 가격이 시계 업계에 어떤 의미를 남길까요? 개인적으로는 적절한 가격이라고 생각해요. 2천만 달러 이상이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인상파 작가의 작품이나 희귀한 다이아몬드, 아니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빈티지 자동차를 살 수 있죠. 물론 시계 하나에 2천만 달러는 아주 드문 액수라는 것을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시계 제작 역시 회화나 조각, 보석처럼 하나의 예술로 봐야 해요.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한 얘기죠.

가장 아쉬웠던 시계 사람들은 시계 전문가는 시계 구입에 실패하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일 년에 수천 개의 시계를 보는 나조차도 후회되는 선택을 한 적이 있다. 술에 취해 우악스럽고 유행을 타는 시계를 샀다거나 시차 적응을 못해 엉겁결에 어처구니 없는 모델을 골랐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 시계는 진정한 고전이라고 칭송받는 제품이자, 개인적인 ‘드림 워치’였다. 바로 1970년대에 출시된 모 브랜드의 빈티지 시계다.

그 시계는 역사상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크로노그래프 워치다. 독특한 사각형 케이스와 초기 자동식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대범한 다이얼 디자인이 전 세계 컬렉터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나 역시도 오랫동안 그 시계를 숭배해왔다. 업계 사람들이 우스갯소리로 하는 표현처럼, 신이 허락해야만 살 수 있는 시계라고 여길 정도였다. 그런데 그 운명적인 순간이 실제로 다가왔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한 웹사이트에서 그 시계를 발견한 것이다. 그것도 상자와 각종 서류까지 모두 구비되어 있는 완전한 패키지를.

망설일 까닭은 없었다. 결정은 순식간에 이루어졌고, 얼마 후 그 전설적인 시계를 손에 넣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손목 위에 얹은 시계가 애초 기대했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나의 가느다란 손목 위에 채워진 시계는 유독 크고 두꺼워 보였다. 셔츠의 소매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이 시계에는 미처 몰랐던, 다시 말하자면 소유한 다음에야 알아챌 수 있는 미묘한 뉘앙스가 있었다. 투박한 사각형 케이스와 두꺼운 야광선, 각진 시곗바늘. 분명 흥미로운 디자인 요소를 갖추고 있었지만, 불행히도 디자인 제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더 높아 보였다. 결국 나의 드림 워치는 컴퓨터 모니터 앞에 탁상시계처럼 놓였다. 세상에서 가장 공격적인 탁상시계처럼 보였다.

어느 날, 사무실에 들른 친구 하나가 책상 위에 놓여 있던 시계를 발견하곤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었다. 어울리지 않아 차지 않는다고 답했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구입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심지어 지금까지 가진 시계 중 최고라고 평한다. 결국 이 이야기는 시계를 사는 것이 얼마나 개인적인 일인지를 입증한다. 나에게 가장 아쉬움을 남긴 시계가 그에게는 최고의 선택이었던 셈이다.

순수한 물리학 그 자체 수동식 시계는 용두를 직접 돌려 메인 스프링에 동력을 축적한다. 이는 1777년 아브라함 루이 페를레가 등장하기 전까지 무브먼트를 구동하는 유일한 방식이었다. 아브라함이 선보인 자동식 회중시계는 지금의 자동식 손목시계와 거의 흡사한 구조로 제작해 직접 태엽을 감지 않아도 되었다. 오늘날의 자동식 시계는 대부분 손목의 움직임을 로터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해 중앙 축 주위를 회전시키며 메인 스프링을 감는 구조다. 자동식 시계를 일상적으로 착용할 경우 무브먼트에 충분한 동력을 저장할 수 있다. 서랍 속에 며칠간 방치해두었다면, 손으로 용두를 감아 다시 작동시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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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글 / 벤자민 클라이머
    출처
    파텍 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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