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나, 정수정

2016.02.24장우철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하나뿐인 크리스탈, 나, 정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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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팽글 원피스는 구찌

오늘 인터뷰가 있다, 이러면 기분이 어때요? 그냥 아무 생각이 없어져요.(웃음) 음, 인터뷰 좀 무서워하는 거 같아요.

무서워요? 대화를 하다 보면 아시겠지만 제가 솔직한 편이어서, ‘말린다’고 하죠.(웃음) 저는 얘기를 하면서 저를 좀 많이 드러내는 편인 것 같아요.

비밀이 많아요? 비밀이라기보다, 그냥 말하지 않으려는 것들은 있죠. 팬들이 모르게 하고 싶은 거라든가, 그냥 프라이버시로 갖고 싶은 것들요. 누구나 그런 거 있잖아요. 저는 집에서도 방에 가만히 있는 편이에요. 뭔가 다 노출되어 있는 직업이니까 어딜 가든 눈이 항상 있죠. 그래서 뭔가 비밀스러운 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방 안에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가득 채운다든지. 그걸 나만 아는 게 더 좋아요.(웃음)

선입견으로 보자면 크리스탈은 취향이나 호오가 분명해서 적극적으로 그런 걸 말하며 나누려는 사람 같았어요. 하지만 사실, 나만 좋아하고 싶은 건. 알려주기 싫죠.(웃음) 그런 거예요, 정말.(웃음)

나누면서 좋은 게 있고, 혼자 간직해서 좋은 게 있죠. 맞아요. 나를 힐링하는 것들을 집에 비밀스럽게 두려는 거예요.

그 방을 조금만 묘사하면 더 비밀스러워질 것 같습니다. 창을 자주 열어요. 밤에, 특히 겨울에 창을 열면 차가운 바람이 들어오잖아요 그게 방 안의 따뜻한 느낌과 섞일 때, 몸은 따뜻한데 공기는 시원한 거요. 다른 계절에는 언제나 바람이 들어오는 걸 좋아해요. 근데 낮에는 커튼 다 치고 어둡게 있을 때도 많아요. 악마 커튼이라고 부르는 걸 쳐요.(웃음) 그리고 아주 은은한 등을 켜요. 그러면 지금 여기가 낮 2시인지 밤 10시인지 모를 정도가 돼요. 엄마한테 낮에 불 켠다고 전기세 아끼라는 잔소리 많이 들었어요.(웃음)

낮과 밤 중엔 역시 밤을 좋아하는 거죠? 네. 밤을 지나 새벽으로 가는 시간을 좋아하죠. 평균 2시쯤 자는 것 같은데, 4시나 5시까지 깨어있을 때도 있어요. 그러다 또 잠은 잘 자요.

갑자기 용감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예요? 카메라 앞에 설 때요. 무대에 오를 때든, 연기를 할 때든, 사진을 찍을 때든, 카메라 앞에서 가장 집중하는 힘을 느껴요. 그러니 제가 가장 드러나는 순간이겠죠.

지금 내 앞에 있는 게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편안하게 느끼는 걸까요? 맞아요.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뭔가 하나 있는 거잖아요. 직접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신감도 더 생기는 거 같고.

스마트폰 시대의 초상이기도 할 거예요. 막상 사람과 사람이 대면하면 어쩔 줄 몰라 하는 경우를 많이 봐요. 무례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인사를 해야 하는 지 잘 모르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저도 그런 걸 잘 못했어요. 데뷔한 지 8년이 됐는데, 뭔가 나름 사회생활이라고 해야 하나? 사람 사이의 관계라든지, 처음 보는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점점 알고 배워가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 너무 낯을 가려서 주위에서 늘 “좀 웃어.” “말좀 해. 왜 이렇게 가만히 있어?” 그랬어요. 그런 얘기를 듣는 게 정말 스트레스였어요.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 왜 이렇게들 푸시하지? 근데 나이가 좀 들면서(웃음), 이해를 하기 시작한 거죠. 애기 때부터 누군가 저를 쳐다보기만 해도, 저 사람 나를 왜 쳐다보지? 이랬어요. 데뷔를 하고 나서도 그게 좀 지속됐어요. 적응이 안 되고요. 얼굴을 아니까 쳐다보는 건데 그게 익숙해지지 않아서, 자꾸 ‘왜 쳐다보는 거지?’ 이런 마음이 있었어요. 지금도 사실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아요. 쑥스러움도 많고, 낯도 많이 가리고.

예뻐서 보는구나, 하면서 익숙해지진 않던가요? 그게 정말 익숙해지지가 않아요.(웃음)

예쁘다는 말을 듣는 건 어때요? 그건 좋아요.(웃음) 칭찬이 지겨울 때는 없을 테니까요(웃음)

틀린 칭찬이면 싫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내가 직접 보고 확인을 해야 알게 되는 게 있죠. 내가 정말 잘했는지, 예뻤는지. 그래도 칭찬 듣는 건 역시 좋아요. 아, 모르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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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터틀넥과 모직 재킷은 모두 넥타이코드, 실버 팔찌는 아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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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색 원피스는 럭키 슈에뜨

스물세 살이죠? 21, 22, 23 어떤 변화나 자각이 있나요? 딱히 없는 거 같아요.

스무 살이 될 땐 어땠어요? 저는 영원히 제가 10대일 줄 알았어요.(웃음) 그때도 큰 변화는 없었는데, 주위에서 자연스럽게 술을 권한다는 게 달라졌죠.

그런 날이 오길 기다렸나요? 아니에요.(웃음) 술 진짜 못해요. 얼굴이 막 빨개져요. 가족과 식사할 때 와인을 곁들이는 정도만 좋아해요. 막 술 파티 이런 건 절대 못해요. 그래도 취해본 적은 있어요.

취해서 바로 잠들었다는 식의 싱거운 얘기가 아니기를. 아뇨.(웃음) 그때가 싫어서 술을 안 마시는 것도 있어요. 이렇게 막 사람들한테 기대면서 애교가 많아진대요.(웃음) 근데 그게 저는 싫었어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막 누구한테 기대고 이러는 거 좀 이상하니까요.

기대는 게 싫어요? 정말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면 절대 안 하려고 하죠.

반대로 누군가 수정 씨에게 기대려고 하는 건 어때요? 그건 좋아요. 위로해주는 것도 좋아하고. 우쭈쭈, 토닥토닥.(웃음)

연애하는 사이라면? 그렇다면, 서로 기대며 뭔가 오가는 게 좋죠. 친구들과 같이 있을 때는 그냥 ‘내가 살게’ 이러는 편이고요.

그럴 것 같아요. 크리스탈에게는 어쩐지 독립적인 이미지가 있죠. 기분 좋은 말이에요. 제게 그런 측면이 있다면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엄마는 지금 제 나이 때부터 모든 걸 독립적으로 이뤄왔고 지금도 혼자 뭘 잘 하세요. 성격이나 말투나 엄마의 영향이 커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요. 저한테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게 너무 좋죠. 나를 더욱 그렇게 만들어가고 싶기도 하고, 그게 진짜 저이기도 하고요.

크리스탈은 똑똑한가요? 어느 부분에서 똑똑한 거 같긴 한데,(웃음) 이걸 내 입으로 어떻게 얘기해야 하지?(웃음) 저는 똑똑하다기보다는 좀 냉정한 거 같아요. 이것도 약간 독립적인 이미지랑 연관이 있는 거 같은데.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고 똑 부러져요.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 때는 언제죠? 아끼는 사람, 좋아하는 사람, 남자든 가족이든 그들이 약해져 있는 모습을 봤을 때요. 뭔가 저 자신이 바보가 된 느낌이 들어요. 저를 마냥 내려놓고 뭔가를 다 받아주게 되고, 말 그대로 바보가 돼요. 제가 좀 그래요. 제가 케어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크리스탈은 차갑다는 말, 어때요? 모르겠어요. 계속 차갑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가 있겠죠. 지겹다고 해도 될까 모르겠는데,(웃음) 솔직히 지겨울 때도 있어요. 그래도 그냥 지겹다고 말하면 안 되겠죠?(웃음) 사실 저를 잘 몰랐어요. 어렸을 때 자기가 어떤지, 차가운지 따뜻한지 그런 거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자꾸 얘기를 들으니까 주눅이 든 것도 있어요. 약간 더 경계하게 되고, 맘 놓고 웃지 못하게 되고.

그럴수록 무대라는 곳은 가면을 쓰고 숨기에 알맞은 곳이 되기도 하죠. 그렇죠. 무대에서는 내가 짱이니까. 내가 짱이어야 하니까.(웃음) 근데 그냥 차갑다는 게 아니라 성격이 안 좋다는 얘기도 있거든요.(웃음) 그런 얘기가 있는 게 어쩌면 더 마음 편한 거 같기도 해요. 제가 실제로 성격이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요.(웃음) 아주 가까운 사이가 아닌 이상 그냥 제 일부 이미지를 보는 거잖아요. 냉정할 땐 냉정하고 아닐 땐 아닌. 그냥 느낀 대로 말하는 거니까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모든 인간에게는 선과 악이 있지 않겠어요? 굳이 감추려고 할 일도 아니죠. 그냥 내가 나인 채로 있으려 해요. 어렵다는 생각도 들고, 싫다는 느낌도 있지만,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거 같아요.

아무거나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쳐낼 건 쳐내야죠. 내가 나를 정확히 보려는 게 중요할 겁니다. 사람들은 어차피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봐요. 맞아요. 그런 것 같아요.

나도 지금 ‘독립적인’ 이라는 말로 수정 씨를 보려고 하잖아요.(웃음) 네, 그냥 있는 그대로의 저를 받아들여주셨으면 좋겠는데, 그게 참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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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셔츠와 플라워 프린트 원피스는 모두 미우미우.

크리스탈의 이미지 중에는 이런 것도 있죠.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여자. 네.(웃음) 알아요.

그럼 남자들은 왠지 덜 좋아한다는 얘기가 될까요? 그것에 대해 별 느낌은 없어요.(웃음) 여자팬이 많은 거, 저는 그거 좋아요. 여자가, 같은 여자를 좋아하고 응원하고 지지하는 게 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저를 알잖아요. 제가 막 여자애 같은, 귀염상 얼굴이 아니잖아요. 저한테 중성적인 얼굴이 있죠. 그걸 별로 안 좋아하는 남자 분들도 있을 거고요. 그건 뭐 다 개인의 취향이기 때문에, 제가 노력할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이미지 때문에 고민해본 적은 없어요. 사실 저는 예쁘다는 말도 좋지만, 멋있다는 말을 좋아해요. 어쩌면 더 좋아해요. 왜냐면 여자가 멋있다는 말을 듣기는 어렵잖아요. 여자들이 멋있다고 해주면 기분이 좋아져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여성상이 또한 그렇지요? 멋있는 여성들. 네, 맞아요.(웃음)

그런가 하면 크리스탈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에서 많은 애정과 지지를 받는 이름이기도 하죠. 여고에서 가장 인기있는 언니같은 이미지도 있고요. 알아요. 인터넷에 많이 뜨더라고요.(웃음) 그것도 좋아요. 어쩌면 저한테 아주 여성스러운 면도 있을 거예요. 제가 일부러 막 어떤 모습을 연기하듯이 어필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죠. 언제나 저는 그냥 저인데, 저의 이런 면, 저런 면을 다양하게 좋아해주는 건 재미있고 고마운 일이에요. 저는 다 오케이!(웃음)

갑자기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뿌잉뿌잉을 남발하던 ‘안수정’이 생각나네요. 맞아요. 제가 거기서 맡은 역할은 오빠한테도 막 소리 지르면서 다 이기려고 드는 터프한 여자애였는데, 자기가 딱 필요할 때만 애교를 부리는 설정이었죠. 처음에 그 설정을 듣고, 이걸 진짜 해야 하냐고 물어봤어요. 그런데 피디 선생님은 아예 손동작도 저한테 만들어보라고 하셨어요. 이렇게 할까요? 이렇게 할까요? 그러다 그렇게 됐는데(웃음), 나름 유행어가 되기도 했고, 나쁘진 않아요.

그 후로는. 절대 안 했어요. 시켜도 잘 안 하고.

크리스탈은 뭘 좀 아는 것 같다는, 그런 이미지도 있죠. 제가 그런가요? 취향이라든지, 뭔가 내 것이 확고해질수록 똑똑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똑똑하다는 말이 좀 웃긴데, 공부를 잘해야 똑똑한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웃음)

여기가 학교는 아니니까. 네, 그렇죠? 이쪽 직업에서 보면 취향이나 감성으로 사람을 느끼고 판단할 수 있는 거 같아요 그런데 제가 정말 뭘 좀 아는 것 같고 똑똑해 보이고 그런가요?

정확히 얘기하면 그런 사람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죠. 누군가 인터뷰 때마다 비슷한 기대가 있어요. 이 사람이 생각보다 더 멋지길! 칭찬인 거죠?(웃음).

듣고 있잖아요. 직접 판단해보세요. (웃음)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요. ‘나는 이게 좋아서 남들과 달라’ 이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남들과 다르게 보이려 일부러 하는 것도 없고요. 그냥 좋아하는 걸 따라가요. 진짜 마음 가는 대로. 그래서 사실 뭘 좋아한다는 얘기를 할 때 조심스러워요. 허세 부린다고 오해할까 봐.

그런 조심스러움은 당연하고 예뻐요. 질문하고 의심하고 호기심을 갖는 과정이니까요. 스스로 판단이 서면 그뿐이죠. 오해는 그저 오해니까. 근데 오해는 곧 나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유명인으로 사는 어려움이라는 게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지만 그래서, 크리스탈은 어떻게 할 건가요? 진짜 나를 아는 사람, 나와 정말 가까운 사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랑 진짜 친한 사람들에게 이런 고민을 얘기하면, “수정아, 나는 너를 잘 알아. 알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같은 눈으로 볼 수가 없어.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이렇게 말해요. 그러니 이런 일은 그냥 무시해야겠다, 넘어가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죠.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계속 자기 최면인 거 같아요. 무시하자, 넘어가자, 냉정해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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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스웨트 셔츠는 제이미 앤 벨, 흰색 터틀넥은 미스치프, 데님은 스타일리스트의 것, 스니커즈는 케즈.

냉정한 정수정 씨에게 f(x)는 어떤 팀인가, 물어 볼까요? 독보적인 색깔의 팀요. 정말 자부심이 있어요. 항상 새로운 걸 했다고 생각해요. 저희가 다 다르기 때문이예요. 외모와 성격, 나라, 목소리 모두 다른 멤버들이 모인 시너지가 f(x)가 된 것 같아요.

자부심을 가질 수밖에요. 그런데 외롭진 않나요? f(x)는 여전히 새롭지만 여전히. 혼자죠.

f(x)가 새롭고 멋있는 걸 보여줬다면 더 새롭고 더 멋진 걸 선보이려는 팀이나 음악이 계속 나와야 건강한 신일 텐데, 여기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고 있죠. 맞아요. 사실 외로움도 있어요. f(x)는 장르가 아예 ‘f(x)스러운’ 이잖아요. 독특하고 신선하다고는 하면서, 그런 걸 직접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음, 근데 이렇게 혼자 외롭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다른 거 신경 쓸 필요가 없잖아요.

올해의 첫 후회로 f(x) 콘서트 못 본 것을 뽑는 저 같은 사람이 꽤 있다죠? 못 보셨구나. 정말 재밌었는데.(웃음) 두 시간이 훅 가버렸어요. 사실 무대가 그렇게 재밌는 건지 예전엔 몰랐어요. 이제까지 몇 년을 활동해왔지만, 말이 몇 년이지 진짜 활동은 1년에 한 번, 한 달 이렇게 했고, 무대라면 하루 종일 방송국에서 기다리다가 3분 정도 무대를 하고, 그 시간이 전부 재미있지만은 않았어요. 근데 콘서트는 막 이렇게, 관객이랑 막 호흡이….

표정을 보니 알 것 같네요. 무슨 느낌인지. 고조되고, 짜릿하고, 장난이 아니었어요. 너무 좋았어요. 사실 저는 콘서트라는 걸 특별히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콘서트는 뭔가 팬이 정말 많은 사람만 할 것 같아서 꿈도 꾸지 않았어요. 내가 그런 걸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준비를 하면서 바로 실감했어요. 이래서 콘서트를 하는구나! 노래하고 춤추는 게 너무 신나고, 진짜 저를 좀 내려놓은 것 같았어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처음 데뷔 무대를 했을 때, <4 Walls> 앨범 내고 첫 무대 했을 때, 그리고 콘서트 때, 이렇게 세 순간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제까지 발표한 타이틀 곡 중 저는 ‘4walls’를 제일 좋아해요.

어디선가 과거와 미래에 대해 답한 걸 봤어요. 크리스탈에게 과거는 어떤 의미인가요? 음, 과거엔 제가 없었잖아요. 예를 들어 저는 94년생이니까 90년대도 잘 모르잖아요. 너무 애기였으니까요. 그 시대를 지금 나이와 감각으로 살면 어떨지 너무 궁금해요. 더 오래된 시대도 궁금하고요. 보면 제가 태어나기 전에 있던 것들이 지금보다 더 예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계속 찾아보게 돼요. 보고 싶고, 듣고 싶고. 미래는 어차피 오는 거잖아요. 제가 경험할 거니까 궁금하지는 않아요.(웃음) 근데 과거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갈 수가 없고, 너무 궁금해요. 훨씬 내 취향인 게 많았던 때.

크리스탈에 대한 마지막 이미지 얘기를 해야겠네요. 그건 아티스트죠. 누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굉장히 달라질 수 있는 말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냥 단순한 단어이기도 하죠. 저에게 정말 중요한 말이에요. 노래와 춤, 뭔가를 표현하는 것, 사진을 찍거나 찍히는 것도요. 아까 촬영할 때, 눈에 뭔가 표정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죠. 저는 그 말을 표현해내는 사람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 상황이나 표현이 모두 아티스트의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스스로 아티스트라고 생각해요. 나를 정말 나다운 아티스트로 만드는 과정에 있는 아티스트. 그 말이 무작정 좋기도 하지만, 아무나 가질 수 있는 말이 아닌 것 같아서 여러 생각이 들어요. 고민 정말 많이 해요. 왜냐면 가짜도 정말 많으니깐.

자기가 가짜인 줄 모르는 가짜도 있고요. 네. 가짜가 되지 않기 위해, 가짜를 가려내기 위해, 그러려면 결국 나다운 걸 해야 하는 것 같아요.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보다…. 맞아요. 내가 뭘 안 해야 되는지, 그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아티스트라면 누가 뭐라든. 상관이 없죠.

두렵지 않죠? 잘해내야죠.(웃음)

아까 인터뷰는 좀 무섭다고 했는데, 지금은 개척자 같은 표정이네요. 사실 그런 생각이 있었어요. 마냥 다 웃고 있을 때 혼자 웃지 않고 있는 모습 같은 게 저한테 있어서 그런지, 그냥 내가 새로운 이미지를 개척해 나가자,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인 존재가 되자, 그런 생각을 했어요. 계속 생각을 해야겠죠. 뭔가 생각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제가 이제 스물세 살이잖아요. 생각하고 싶은 게 많아요. 표현하고 싶은 것도 많아질 거예요.

과거가 지금보다 더 멋지고 새롭게 보이는, 심지어 마구 뒤섞인 복잡한 시대예요. 1994년생 정수정 씨, 부디 지치지 말아요. 네! 그럴게요.(웃음)

    에디터
    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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