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

90년대의 재해석, 마틴 로즈

2016.03.11GQ

디자이너 마틴 로즈를 아시나요?

마틴 로즈 (Martine Rose 디자이너) 마틴 로즈는 2007년 셔츠 열 장으로 아주 조촐하게 시작했다. 영국 신인 디자이너들의 플랫폼인 패션 이스트를 통해 이름을 알렸으며, 그 후 영국 패션협회 뉴젠 어워드를 수상하면서 2012년 마틴 로즈란 이름으로 첫 컬렉션을 완성했다. 시즌마다 명확한 주제가 있고, 특히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자유로운 양감과 대담한 색깔을 쓴 옷을 만든다. 편집매장 브라운스, 팀버랜드와 협업 컬렉션으로 전 세계 프레스의 관심을 얻었다. 특히 런던과 도쿄에 마틴 로즈 마니아 층이 두껍다.

2016 FW Martine Rose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처음 본 건? 내 딸 발렌타인. 아침 식사로 뭘 먹었나? 오트밀과 커피. 자기 전 마지막으로 보낸 문자나 전화는? 친구 조디와 통화했다. 그녀가 그녀의 전 남자친구를 우연히 본 얘기를 했다.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런던. 여기서 태어나고 자랐다. 평생 런던에서 살 거다. 런던의 어디가 가장 맘에 드나? 월요일 아침 런던의 소호 거리가 제일 좋다. 이탈리아 바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출근하는 사람들을 구경한다. 그 거리에서 가게 오픈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차분히 둘러본다. 런던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좋아하는 해변이 있나? 자메이카의 헬샤이어. 거긴 누워서 밥을 먹거나 마가리타나 연신 마시는 게으른 해변이 아니다. 가족과 친구들로 구성된 공동체의 삶이 있고, 비즈니스가 있다. 정말 많은 구경거리가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좋아하는 호텔은? 호텔보단 엄마 집. 요즘 듣는 음악이나 좋아하는 밴드가 있나? LA출신 프리 펑크 밴드 스모키의 <How Far Will You Go?>라는 앨범. 오지 오스본과 스투지스가 참여한 앨범이다. 기가 막히다. 좋아하는 작가는? 뻔하지만 제임스 조이스. <율리시스>의 마지막 문장을 좋아 한다.

2016 FW Martine Rose

올해 휴가를 보내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 자메이카나 조지아. 오늘은 조지아가 더 당긴다. 카프카스 산맥에도 가보고 싶고, 맛있는 조지아산 와인도 마시고 싶다. 열다섯 살 마틴 로즈는 어떤 모습이었나? 말 안 듣고, 어딘가 음흉한 구석이 있었다. 그래도 친구들에게 인기는 많았다.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오래된 꼼 데 가르송 셔츠와 역시 오래된 리바이스 진 그리고 구멍 난 크레이그 그린 스웨터, 토마스 테이트의 가죽 재킷. 종일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 문장은? 난 오늘 과연 언제 잘 수 있을 것인가. 당신이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와 지금 달라진 게 있다면? 하나의 작업을 완성하는 과정은 변한 게 없지만, 그 규모가 커지고 주기가 점차 빨라진다는 걸 느낀다. 요즘 가장 집중하는 일은? 빨라지는 속도에 맞추려고 모든 정신을 쏟고 있다. 수많은 생각을 저글링하는 기분이다. 결국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난 괜찮은 디자이너, 좋은 엄마와 딸, 친구 그리고 다정한 동반자 역할을 충실히 하고 싶다. 이 삶을 어떻게 하면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을까에 관한 궁극적인 고민이 많다. 일을 하면서 세운 자신만의 법칙이 있나? 일할 때 좋은 음악을 듣는 것, 팀원의 의견을 신중히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 이 두 가지는 꼭 지킨다. 그게 바탕이 되면, 사람들의 지식과 경험이 합쳐져 최대의 효과를 얻는다. 중요하지만 내일이나 다음 주로 미루고 싶은 일은? 소득신고. 당신의 일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은? 친구이자 잘 알려진 디자이너 루이스 그레이. 그 친구는 자기가 입는 모든 옷을 스스로 만든다.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게 있다면? 1990년에 미쳐 산다는 것. 아닌가? 1990년대를 살았지만 오로지 그 시대에 미쳐 사는 건 아니다. 난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아웃사이더나 소외된 사람들, 펑크 음악에 기본적으로 관심이 많다. 그게 내 컬렉션의 바탕이다.

2016 FW Martine Rose

그렇지만 요즘 당신의 옷을 비롯한, 소위 199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여러 브랜드를 가리켜 ‘라프 시몬스 키즈’라는 부른다. 이런 얘길 들어본 적이 있나? 왜 그런 말이 생겼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우리 모두 1990년대를 살았고, 음악과 노는 것에 미쳤다는 공통점이 있으니까. 그렇지만 난 하이엔드 패션이나 잡지를 파고드는 성향의 디자이너는 아니다. 라프 시몬스는 위대한 디자이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이들이어야 한다면, 그리고 내가 라프의 자식이란 소릴 듣는다면 참 행복한 일이다. 2016 가을 겨울 컬렉션을 담은 짧은 영상을 봤다. 매 시즌 영상을 만드는 것 같던데, 봄여름 영상은 못 찾았다. 2016 봄여름 컬렉션은 딸을 낳느라 못 만들었다. 영상은 짧은 시간에 의도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최상의 도구다. 특히 마틴 로즈 컬렉션에서 비디오 캠페인은 내 방식을 제대로 알리는 프리즘 같은 역할을 한다. 이번 시즌엔 20세기 사진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의 사진 속 펑크 뮤지션 마크 스미스를 비롯해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많은 사람의 모습을 들춰봤다. 비디오를 만드는 사람이나 음악, 엔딩 크레디트까지 한 목소리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영상을 만들 때도 팀원이 중요하다. 팀을 구성할 땐 무조건 말이 잘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어떤 얘기를 했을 때 5분 안에 그게 뭔지 알아듣지 못한다면, 결국 ‘참 애썼다’란 결과가 나온다. 그건 끔찍한 일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소셜 미디어를 하나? 친구들이 뭘 하는지, 뭘 보는지 관심이 많다. 인스타그램으로는 새로운 세상을 볼 수 있다. 좋아하는 인스타그램 계정 중 하나는 ‘아트 뉴스 아프리카 @artnewsafrica’다. 다른 문화, 서브 컬처, 무리와 부족을 엿볼 수 있다. 요즘 유행은 뭐라고 생각하나? 남성복. 이해할 수 없는 유행은? 셀카, 페이스북, 전쟁과 도날드 트럼프. 유언을 남긴다면 어떻게? 발렌타인, 모든 게 네 거야.

    에디터
    오충환, 김경민
    일러스트
    JOE SUNG H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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