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R, 두 명의 뮤지션과 하나의 레이블

지금 AOR의 세계를 지탱하는 세 명의 인물에게 물었다. AOR이 뭔가요?

# 로저 봉 (레이블 Aloha Got Soul 설립자)

로저 봉은 호놀루루에서 정기적으로 하와이 뮤지션들의 음악을 트는 파티를 연다.

AOR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단 한 장의 음반을 꼽는다면요? 2013년에 나온 에지 모타의 < AOR >. 그걸 들으면서 거꾸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일 것 같아요.

좋은 AOR은 훌륭한 팝이기도 하죠. 난해하기보다 누구에게나 어필할 수 있는. 기본적으로는 미국 서부의 부드러운 솔 음악이 AOR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특정 지역을 떠나서 70~80년대 솔, 재즈, 팝, 록을 두루두루 받아들이던 백인 뮤지션들이 만든 곡들 중에 AOR 성향의 노래가 많고요. 누구나 좋아할 수 있는 한편, 애호가들에게도 흥미로운 장르예요. 무엇보다 보컬이 중요해요. 부드럽게 부르면서도 단박에 기억에 남을 만한 목소리.

가장 도회적인 음악인 한편,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휴양지가 떠오르는 음악이기도 해요. 레이블 알로하 갓 솔에서 발매하는 음악은 그 사이 어디쯤 있나요? 도심과 휴양지의 정가운데요. 하와이엔 멋진 해변이 있지만, 호놀룰루는 꽤 큰 도시이기도 하죠. 70~80년대 뮤지션들이 샌프란시스코처럼 자연 풍경이 아름다운 대도시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것과도 비슷하다고 봐요.

AOR에 관심을 갖게 된 사건이 있나요? 당장 어딜 가나 들을 수 있는 ‘요즘 음악’은 아닌데. AOR은 흔히 말하는 ‘에지’ 있는 음악은 아니에요. 하지만 복잡해요. 그런데 요즘 대중들은 반대예요. 복잡하진 않지만 ‘에지’ 있는 음악을 원하죠. 그러니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쉽지 않아요. 저도 2011년에 나온 AOR 컴필레이션 음반 < Americana – Rock Your Soul >를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하와이 뮤지션들의 AOR 음반에서 특별히 두드러지는 고유한 성질을 꼽는다면요? 음… 가사요. 하와이 출신 뮤지션들은 이 섬의 특정 장소에 대해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요. AOR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나온 어떤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모두 이 땅에 대한 존경심이 있죠.

지금 가장 갖고 싶은 음반, 그리고 꼭 재발매하고 싶은 음반은 뭔가요? 바바두Babadu의 음반을 빨리 재발매하고 싶어요. 다행히 음반 프로듀서랑 잘 알고 지내는 사이라, 빠른 시일 내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하와이에서 자랐다고, 모두가 로컬 음악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닐 거예요.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디제이 무로가 낸 믹스 테이프 < Hawaiian Breaks >를 들은 후 모든 게 시작됐어요.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에 이렇게 고유한 훵크, 솔, 재즈 음반들이 있다는 걸 몰랐죠. 전 1987년생이거든요. 아무리 여기서 컸다고 해도 제 또래들이 70~80년대 하와이 음악을 잘 알기는 힘들어요. 그런 상황을 바꾸고 싶었고요. 당시만 해도 인터넷을 뒤져봤자 아무 정보도 없었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블로그를 열었고, 지금은 음반까지 재발매하게 됐죠.

하와이에서 정기적으로 파티를 여는 DJ이기도 하죠. 뜨거운 하와이의 밤, 절정의 순간엔 무슨 노래를 트나요? 레무리아Lumuria의 ‘Hunk of Heaven’이야말로 그런 순간을 위한 노래예요. 사람들이 무슨 곡이냐고 물어보면, “하와이에서 나온 노래야”라고 대답할 때가 제일 기분 좋아요.

알로하 갓 솔의 음반은 어떤 사람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나요? 솔풀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 해변에서 좋은 음악을 들으며 쉬길 원하는 사람들.


# 에지 모타 (뮤지션)

에지 모타는 2013년, 그 이름부터 도발적인 현대적 AOR 음반을 발표했다.

 < AOR >이란 이름의 음반을 낸 뮤지션에게 묻습니다. 대체 AOR이 뭔가요? 뮤지션의 역량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음반 제작 과정의 모든 기술적 완성도가 뛰어난 높은 수준의 팝 음악. 완성도 높은

AOR 곡의 필요조건은 뭘까요? 스튜디오야말로 가장 중요한 악기예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기술적인 완벽함이 필요한 장르죠.

그렇다면 가장 AOR다운 음반을 고른다면요? 마이클 맥도날드가 쓴, 두비 브라더스의 가스펠풍 노래들. 딱 그 시기 두비 브라더스의 음악에만 있는 특별한 느낌이죠. 1979년, 크리스토퍼 크로스가 첫 음반을 냈을 때도 똑똑히 기억해요. 어릴 때긴 한데, 브라질에서 정말 인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음악적 실험과는 거리가 먼, 마냥 듣기 좋은 음악이라는 폄하의 의견도 있어요. 반론한다면요? 실험적인 것도 좋고, 마냥 듣기 편한 것도 좋은 것 아닌가요? 그리고 스틸리 댄과 벤 시드란처럼 지적인 AOR 뮤지션들을 무시할 순 없죠. 물론 전 엄청 빤한 노래들도 자주 들어요. 하하.

지금 어떤 사람들이 당신의 음악을 들을까요?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국적과 도시의 사람들. 그런 사실이 제가 음악을 만드는 데 큰 동력이 돼요.

어디에서 듣는 게 좋나요? 저는 보통 집에서 곡을 써요. 그러니 제 음반은 집에서 듣을 때 제일 좋은 순간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하필 AOR이 생각나는 순간이라면요? 햇빛과 해변을 보면 항상 생각나요. 하지만 도시의 불빛, 밤거리의 바도 마찬가지죠.

로이 에이어스부터 류이치 사카모토까지, 수많은 뮤지션과 협업했죠. 어쩌면 당신의 음악은 모든 장르와 소리를 섞어 독창적인 필터로 걸러내는 것이라 말할 수도 있을 듯해요. AOR의 특성과도 일맥상통하죠. 과연 그 필터의 핵심은 뭔가요? 제 레코드 컬렉션 안에 모든 비밀이 다 들어 있어요. 80년대 초부터 레코드를 모으고 있거든요.

그런데 음반 < AOR >은 데뷔 초의 훵키한 음악은 물론이고 2000년대의 대표작 < Dwitza >, 재즈를 중심으로 실험적 음악을 선보인 < Aystelum >과도 꽤 달라 보였어요. AOR은 꽤 오랫동안 제 삶에 머물러 있었어요. 특히 스틸리 댄의 음악들. 그런데 좀 농담처럼 지은 이름이기도 해요.

88년 데뷔한 만큼, ‘AOR’이 유행하던 동시대를 어느 정도 겪은 뮤지션이죠. 그때와 지금 AOR을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있나요? 사실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AOR에 관심이 없었어요. B.T. 익스프레스나 브라스 컨스트럭션 같은 솔, 훵크를 주로 들었죠.

AOR을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낭만’이 아닐까 싶은데요. 요즘 가장 낭만적인 일은 뭔가요? 제 아내를 만나는 일이요. 제가 경험한, 그리고 여전히 경험하고 있는 최고의 순간이에요.

포르투갈어야말로 그런 ‘낭만’을 부르기에 가장 적합한 언어일 테고요. 영어 음반을 발표한 적도 있는데, 부를 때 두 언어가 좀 다른가요? 영어가 가사 쓰기도, 부르기도 더 편해요. 영어 가사로 된 음악들을 주로 들으면서 자랐으니까요.

최근 즐겨 듣는 브라질의 AOR이 있나요? 브라질엔 이제 AOR 뮤지션이 없어요. 하지만 예전엔 많았죠. 리타 리, 길헤르메 아란테스, 호우파 노바….


히토미토이 (뮤지션)

히토미토이의 ‘Social Club 연작’은 ‘시티팝 리바이벌’을 단순한 재현이상의 지점까지 끌어올렸다.

최근 AOR은 장르보다 특정 사운드나 분위기의 음악을 뜻하는 말로 널리 쓰이고 있어요. 당신만의 언어로 AOR을 설명한다면요? 지상 낙원처럼, 당장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곳. 리조트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도 있어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도피행?

정말 더할나위 없는 낙원 같은 음반이라면요? 사토 히로시의 < Awakening >. 제 음반 < City Dive >는 < Awakening >에 대한 오마주예요. 이름처럼 저를 깨워준 노래들이 들어 있죠. 마츠토야 유미의 <Pearl Pierce>와 야마시타 타츠로의 < For You >도 꼭 얘기하고 싶어요. 셋 다 1982년에 나온 음반이에요. 저한테 그야말로 특별한 해죠.

완성도 높은 AOR 곡을 구성하는 요소는 뭘까요? 계절을 즐기게 해주는 것, 어른을 즐겁게 하는 것, 그리고 편안해질 수 있는 것. 저는 삿포로 출신이에요. 저희 부모님은 거기서 남국의 도시 느낌이 나는 레스토랑을 14년 동안이나 운영하셨어요. 그러니 아무리 눈이 펑펑 와도 우리 집은 한여름 같았죠. 가게는 언제나 화려한 어른들이 놀러 오는 ‘쿨’한 데이트 장소였어요. 부모님이 고른 야마시타 타츠로나 마츠토야 유미, 오타키 에이치의 시티팝이 흘러나왔고요.

최근 ‘시티팝 리바이벌’의 열풍에 대해 묻는다면요? 70~80년대에 오리지널 시티팝을 들었던 세대가 이제 아이들도 다 키웠겠다, 자신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동시에 요즘 젊은 친구들은 당시의 함량 높은 시티팝을 동경하고 있고요. 젊은 디제이들과 여유가 생긴 중장년층이 레코드를 많이 사고 있는 거죠.

<Surfbank Social Club>은 그런 ‘시티팝 리바이벌’의 거대한 불씨를 본격적으로 당긴 음반이죠. 물론 그것은 당신이 2013년에 만든 고유한 음악이기도 하고요. 한 곡이 아닌 음반 전체를 주제로 한 긴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전반적으로 꽤 작심한 인상이었어요. < Surfbank Social Club >과 < Snowbank Social Club >은 80~90년대에 걸쳐 나온 영화 3부작 < 나를 스키장에 데려다줘 >, < 그녀가 수영복으로 갈아입으면 >, < 물결의 수만큼 껴안아 >에서 큰 영감을 받아 만든 2부작 음반이에요. 이 세 편의 영화엔 일본 버블 시대의 패션과 시티팝, AOR의 정수가 모두 녹아 있거든요. 워낙 어릴 때부터 동경해온 영화라, 이 영화의 OST를 요즘 스타일로 재해석한다는 기분으로 음반을 만들었어요. 뮤직비디오도 그래서 단편영화처럼 찍었고요.

시티팝에선 확실히 AOR의 영향이 엿보여요. 시티팝과 AOR의 공통점, 차이점은 뭘까요? 음악적으론 비슷하다고 봐요. 표현의 차이 아닐까요?

특히나 에지 모타, 베니 싱즈 등 AOR 성향의 뮤지션들이 일본에서 독점 혹은 먼저 음반을 내거나, 큰 공연을 여는 경우가 많아요. 시티팝 무브먼트를 즐기는 젊은 세대들이, 동시대 해외 AOR 뮤지션들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봐요.

지금 당신의 음반 < City Dive EP >, < Pacific High / Aleutian Low > 등은 일본 밖에서도 꽤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소감을 묻는다면요? 정말요? 와, 얼마예요? 사실 일본에서도 디제이들 사이에서 꽤 호평을 받은 음반들이에요. 커버 디자인에 꽤 신경을 쓰기도 했고요. 너무 기분 좋아요.

누가 자신의 음악을 지지하는지 가늠해보기도 하나요? 비일상적인, 말하자면 손에 닿지 않을 것 같은 판타지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 아닐까요?

하루중 AOR을 듣기 좋은 순간을 꼽는다면요? 해질녘부터 밤이 될 때까지의 시간이요. 차 안에서 운전을 하고 있을 때, 더군다나 고속도로에서라면 정말 완벽하겠죠. 혹은 요코하마를 정면으로 바라보면서라든지.

AOR을 도시에 빗댄다면요? 기억 속에 있는 도시. 다만 이곳에 실존하지는 않는 도시요.

#1 AOR이란 무엇인가?

#2 AOR의 모범 혹은 대표 레코드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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