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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주파 사운드 시스템이란?

2016.03.16정우영

저음은 우퍼에서 울리는 300Hz 이하의 낮은 주파수를 가리킨다. 누군가는 저음 때문에 이웃과 칼부림을 하고, 누군가는 저음 때문에 사운드 시스템을 찾아 떠난다.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모호한 그 형식에 대하여.

층간소음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하는 사건이 있었다. 2013년 설 연휴, 층간소음 문제를 따지러 갔던 아랫집 남자가, 윗집 형제가 무례하게 굴었단 이유로 두 사람을 살해한다. 비슷한 갈등을 겪던 시민들은 동요했다. 환경부에서 운영하는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의 상담 건수가 크게 늘었다. 같은 해 4월, 층간소음에 관한 하나의 기준이 되는 판결이 내려졌다. 법원은 층간소음 발생 시 윗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거나 문을 두드리는 행위는 금지했고, 천장을 손으로 치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는 허용했다. ‘층간소음 복수극’의 시작이었다.

층간소음 대처용 스피커가 등장했다. 천장에 탈부착할 수 있는, 5와트 내외의 우퍼 내장 스피커였다. 일반적으로 큰 출력은 아니나 윗집을 괴롭히기에는 충분했다. 통기타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소리는 공기 압력이 위아래로 진동하는 비율만큼 고막을 안쪽 바깥쪽으로 흔든 결과다. 하지만 가느다란 기타 현만으로는 공기를 세게 밀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속이 빈 상자, 울림통을 덧붙여서 진동을 증폭시킨다. 층간소음 대처용 스피커는 윗집을 울림통으로 삼는다.

게다가 ‘우퍼 내장 스피커’다. 우퍼에는 통상 300회 이하의 진동으로 분류되는 ‘저음’이 담긴다. 인간은 초당 20회에서 2만 회 사이의 진동을 듣는다. 실온에서의 음속이 초당 약 340미터이므로, 초당 20회의 진동은 17미터, 초당 2만회의 진동은 1.7센티미터의 거리를 이동한다. 비유하자면 저음은 체력이 뛰어난 마라톤 선수다. 그리고 허들 분야까지 금메달을 거머쥔 유례 없는 선수다. 고음은 벽에 부딪쳐서 거의 소멸하지만, 저음은 투과하거나 벽을 우회한다. 윗집 사람은 아랫집 사람이 차라리 문을 두드리기를 바랄 것이다.

더욱이 저음은 공기 중에서 헐크의 방식으로 괴력을 발휘한다. 우리 편과 상대편을 구분하지 않는다. 직진하는 고음과 달리 공간 전체에 퍼진다. 윗집을 괴롭히자면 우리집도 괴로워진다. 아이언맨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몰라도 헐크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문명의 발전은 인간의 야수성을 잠재우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위력적이고 제멋대로인 저음 통제가 지상과제였던 하이엔드 오디오 분야의 역사도 그랬다.

스위스 하이엔드 오디오의 대명사 골드문트는 ‘하이엔드 오디오의 첨단’이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그 신화적인 가격(아폴로그 25주년 기념 모델의 경우 6억 5천만원)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논외로 치부하곤 했다. 사람들은 백만장자가 타는 전용기의 승차감에 대해 궁금해 하지 않았다. 골드문트의 업적은 소리의 정확성에 관한 신화를 땅 위에서 실현한 데 있다. 예컨대 골드문트의 핵심 기술인 프로테우스는 넓게는 스피커의 위치를 청자의 공간에 적합하도록 수학적으로 조정하고, 좁게는 각 유닛의 모든 음역대가 똑같은 속도로 청자에 도달하도록 오랜 시간에 걸쳐 설계한 프로그램이다. (말했듯이 저음은 체력이 뛰어난 마라톤 선수다. 즉, 단거리 육상 선수에 비하면 아주 느리다.) 또 하나, 특유의 메커니컬 그라운딩은 진동이 부드러운 물체에서 딱딱한 물체로 이동한다는 데서 착안, 연성차를 지닌 금속 기둥으로 각각의 인클로저를 이어 자연스럽게 공진을 바닥으로 유도하는 기술이다. (말했듯이 저음은 벽을 만나면 소멸하지 않고 투과하거나 우회한다.)

나노 메티스 와이어리스는 소비자가 6백50만원, 골드문트.

골드문트의 국내 수입사인 오디오갤러리의 나상준 대표는 말했다. “저는 저음의 질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깊이감’에서 결정된다고 보지 않아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앰프와 스피커를 매치해봤지만, 저음이 충분하면서 음악도 균형감이 있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대개 저음에 깊이감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보면 저음만 따로 나오는 것처럼 들리죠. 고음과 중음과 저음의 각각 다른 속도를 보정하지 않아서 그래요. 정말 어려운 문제이긴 해요. 좋은 저음을 얻으려고 커다란 우퍼를 쓰면 힘이 너무 커지다 보니 왜곡이 발생해요. 왜곡을 줄이려고 세라믹처럼 안정적인 소재를 쓰면 또 무게가 너무 나가서 순발력이 떨어지고요.” 역설적으로 골드문트가 어렵게 이룩한 성공은 저음이 얼마나 처치 곤란한 대상인가를 보여준다. 물론 이 성공에 든 비용을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층간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아파트에 살지 않는다.

음반이 공장에 넘어가기 직전의 최종 점검 단계이자 음악의 잠재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하는 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도 저음은 대체로 제거한다. 소노리티 마스터링 스튜디오의 이재수 대표는 말했다. “현대 마스터링은 거의 저역을 깎아요. 물론 스튜디오마다 고유의 방식이 있죠. 저는 최대한 살리려고 하는 편이지만 매체에 데이터를 무한정 담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음압을 벌기 위해, 데이터가 가장 큰 저음을 먼저 깎죠.”

음압과 음량, 폰과 데시벨 체계, 이것이 인간의 청력을 기초로 맺는 관계에 대해 세세하게 알고 싶다면, 존 파웰의 책 <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을 추천한다. 여기에서는 음압의 실용적인 정의로 곧장 넘어가는 게 좋겠다. 음압이 높을수록, 작은 음량에서도 큰 강도를 느낄 수 있다. 음악은 크게 나올수록(셀수록) 대체로 설득력이 높으므로 당연히 제작사든 음악가든 음압을 키워달라고 요구한다. 그가 말을 이었다. “이를테면, 마스터링을 할 때 초고역을 올리는 경우는 꽤 있어요. 23킬로헤르츠에서 27킬로헤르츠 사이를 올리면 곡의 분위기가 밝아지거나 공기감이 느껴지거든요. 그 아래쪽 가청주파수 대역이 영향을 받는 거예요. 목소리라면 치찰음이 강조되는 식이죠. 하지만 저음을 키우면 다른 음역이 멍청해져요. 요즘 아이돌 가수의 노래가 저역이 세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양이 그리 많지 않아요. 컴프레서로 타격감을 줘서 그렇게 들리는 거죠.”

댄스 음악이 곧 대중음악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고 보면 로큰롤도, 재즈도, 리듬앤블루스도 원래는 댄스 음악이었다. 물론 더 노골적이고 더 기능적인 댄스 음악이 등장하고 있다. 그 배경을 이루는 것이 저역, 즉 ‘비트와 베이스’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이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더불어 헤드폰/이어폰 시장이 전성기를 맞은 배경에도 묵직한 저역을 강조하는 마케팅과 입소문이 있었다. ‘대륙의 실수’라고 불리는 사운드매직 PL-30, 대중적인 헤드폰의 새로운 지평을 연 비츠 바이 닥터드레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즐기고 좋아한 게 과연 저역을 충실히 재생하는 헤드폰이나 저역에 충실한 음반이었을까?

‘라우드니스 전쟁’이라는 말이, 물밑에서 수십 년간 음악 시장을 지배해왔다. 음압이 물리음향적 소리의 크기를 나타낸다면, 라우드니스는 대역별로 다르게 감각되는 인지적 소리의 크기를 일컫는다. 예컨대 사람이 잘 듣지 못하는 주파수 대역의 음압을, 잘 들리는 주파수 대역의 음압만큼 올릴 때 라우드니스가 강화된다고 일컫는다. 시디의 등장과 작업 방식의 디지털화로 다이내믹 레인지 압축이 요긴해진 상황이 핵심이었다. 다이내믹 레인지는 사전적으로 “재생 가능한 최대 음량과 최소 음량의 비율을 데시벨로 나타낸 것”이다. “작은 음량에서도 큰 강도를 느끼도록” 음압이 낮은 부분을 키우면 원래 음압이 높았던 부분은 당연히 묻힌다. “재생 가능한 최대 음량과 최소 음량의 비율”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날로그 매체에서는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던, 일종의 음압 여유 공간을 뜻하는 ‘헤드룸’을 감안해 적정치를 조절하기보다 한계치, 혹은 한계치를 넘어섰을 때의 왜곡을 보정하면서까지 음압을 올린다.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흔히 비유되는 요리사를 돕는 푸드 스타일리스트라기보다 ‘냉장고에 코끼리를 넣는 사람’이었다. 이재수 대표는 말했다. “다이내믹 레인지가 좁을수록 음악이 매우 단조로워져요. 노래의 강약이 없어지는 거고, 결국 음악 듣는 재미가 약화되는 거죠.”

하지만 그는 최근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흐름이 시작된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아델의 음반을 듣고 좀 놀랐어요. 요즘 음반치고 소리가 너무 작더라고요.” ‘뮤직 세일즈’에 관한 대부분의 신기록을 갈아치운 그 음반이 라우드니스 전쟁에서 비껴나 있었다.

‘디지털 음원의 날카로운 소리로 인한 피로감’이 최근의 고해상도 디지털 음원 분야의 활황과 바이닐 레코드의 부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일관된 분석이다. 하지만 충분해 보이지는 않는다. 라우드니스 미터 표준을 무시한 출력 덕분에 중국의 고해상도 음원 플레이어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으며, 바이닐 레코드의 판매량은 음악을 바이닐 레코드로 듣는 인구로 환산할 수 없다. 라우드니스 전쟁에 대한 피로도에도 그 지분을 넘기는 것은, 스마트폰을 들고 디지털 음원이 인간의 뇌를 괴롭힌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보단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유엔 산하 기구 중 하나인 국제전기통신연합에서는 지난 2011년 디지털 음압 미터dBFS가 아닌 ‘라우드니스 미터LKFS’를 기준으로 정한 최고 -24LKFS의 표준안을 내놓았다. (정확하게는 일반적인 스피치 -27~-23LKFS, 음악 -24~-21LKFS.) 유럽방송연맹이나 미국디지털방송표준위원회, 일본방송협회도 이와 엇비슷한 표준을 채택해 이미 실행 중이다. 뭐가 어떻게 다른지는 이재수 대표의 설명을 통해 실감하는 게 쉽겠다. “아이돌 가수의 음악이 아나운서의 말소리보다 그렇게 크게 들리지 않아요. 새로운 미터법의 장점은 다이내믹 레인지 압축을 적게 할수록 크게 들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아이돌 가수의 음악보다 바이올린 독주가 더 클 수 있는 거죠.”

다이내믹 레인지가 좁은 음악을 듣는 청자는 대개 음량을 높인다. 오래 뼈를 우려내지 않은 국물에 소금을 더 많이 치는 원리랄까. 단조롭고 평면적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음악을 음량으로 상쇄하는 것이다. 바로 지금 일반 가정에서 울리고 있는 음악들이다.

물론 층간소음 문제의 원인이 라우드니스 전쟁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라우드니스 미터법의 전언은, 이재수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선택권은 청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음량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음악이 아니라 청자 스스로 선택한 음량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생산하자는 것. 다만 저음은 좀 더 적극적인 선택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저음을 듣기 위해 집이 아닌 바깥을 향하는 이유다.

유럽에서 시작된 ‘베이스 뮤직’의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쓰는 중이다. 퓨처 라가, UK 개러지, 덥스텝 등을 통칭하는 말로, 공통적인 참조점이 있다면 자메이카의 음악 신 자체다. 자메이카는 수십 년간 매우 독자적인 음악 신을 형성해왔다. 1950년대 미국의 리듬앤블루스 7인치 레코드를 수입해서 튼 게 그 시작이었지만, 사운드 시스템이라는 야외 PA 시스템을 통해 사람들에게 접근하면서 전혀 새로운 맥락을 창조했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 청중의 반응을 그대로 볼 수 있었고, 음반을 들여오는 데, 직접 창작곡을 녹음하는 데, 그것을 믹싱하는 데, 공연에서 활용하는 데 착실하게 반영했다. 자메이카 음악에서 극단적으로 강조되는 저음은 야외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쌓은 공통의 신체적 경험에서 우러나온 결과다.

스즈키 마사토는 1991년부터 사운드 시스템과 클럽을 운영하고, 바이닐 커팅 엔지니어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운드 시스템 설계 업체 ‘컨트리 액트’를 이끄는 인물이다. 그는 사운드 시스템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멋지게 세팅된 사운드 시스템의 소리를 몸으로 느끼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들은, 먼 길을 찾아서라도 다시 갑니다. 단지 듣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이라고 확신해요.” 자메이카와 영국의 음악 문화에 정통한 영국의 저널리스트 그렉 휘필드는 사운드 시스템에서 울리는 저음의 신체적 영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베이스 라인이 뛰어들 때 그 진동은 복부에 영향을 미치죠. 명치로 물결을 치며 올라와 가슴으로 향하고요. 다시 목 뒤쪽으로 이어져 머리에 도달하면, 이제는 신전에 들어갈 일만 남은 거죠.”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에서 가장 유명하고 비싸고 웅장한 사운드 시스템은 대북선전용 확성기다. 낮에는 약 9.7킬로미터, 밤에는 무려 24킬로미터까지 퍼진다니 감히 짐작조차 안 가는 사양이다. 작년 8월부터 재개된 대북방송에서는 이전과 달리 아이돌 노래가 나온다. 여전히 북한 체제의 모순과 남한 체제를 홍보하는 내용을 포함하지만 좀 더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노래의 비중을 늘렸다. 대북선전용 확성기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 바이스 >의 취재에 따르면, 한 탈북자는 “이념적인 메시지가 담긴 노래가 아닌 사랑에 대한 노래들이라고 생각했고, 이 방송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밝힌다. 지난해 9월 통일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에 미치는 심리적 효과’에서는, “아이유, 빅뱅, 소녀시대의 음악을 듣는 북한 병사들의 뇌에 도파민의 분비가 늘어날 것이며, 결과적으로 북한 군인들은 즐거움을 느낄 것이라고 예측해볼 수 있다”고 말한다. 위층 사람에게 욕이란 욕은 다 퍼부으면서, 5와트 스피커를 천장에 달고 있는 시민에게서는 절대로 분비될 리 없는 그것.

역시나 층간소음 문제의 원인이 한국에는 사운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사실 부산에 한 대 있다.) 사운드 시스템은 소수문화이고, 한국에 몇 대가 생긴들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서 사운드 시스템으로 안내할 리 만무하다. 다만 이렇게는 말 할 수 있겠다. 이 모든 것이 말하는 사람만 있고 듣는 사람은 없는 한국을 보여주지는 않는가. 듣는다는 것은 돈을 냈으니 내가 듣고 싶은 말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네 우스운 말을 들었으니 내 극악한 말도 들으라는 것이 아니다. 매우 곤란한 존재로, 거의 예외로 취급되지만 맹렬하게 쏟아내는 긴 파장의 소리를 모른 척하지 않는 것이다. 저음은 5와트 스피커를 천장에 다는 시민일 수도, 그저 대화를 요구하는 광장 위의 한 사람일 수도, 북한과 다를 바 없는 권력에 고립된 아이일 수도 있다. 스즈키 마사토는 말했다. “큰 음량의 저음 속에서도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사운드 시스템을 만들기는 매우 어렵지만 항상 추구하는 바입니다.” 무시무시한 저음을 쏟아내는 사운드 시스템에서조차 대화의 필요성을 간과하지 않는다. “매력은 공기감이에요. 귀로 듣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 건 확실합니다.” 저음은 물불 못 가리는 헐크가 아니라, 꼭 ‘우리’처럼, “양파 껍질 같은 내면”을 지녔기에 가만히 들여다봐야 하는 슈렉일지도 모른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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