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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저널리즘, 알렉산더 퓨리

2016.03.17GQ

알렉산더 퓨리 (< Independent >, < Vogue.com > 저널리스트) 알렉산더 퓨리는 현재 영국의 저명한 일간지 < 인디펜던트 >와 < 아이 >, < 인디펜던트 온 선데이 >의 패션 에디터이자 미국 ‘보그닷컴’에서 런웨이 리뷰를 맡고 있다. 그는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 대학을 졸업하고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에서 패션 역사와 이론을 공부했다. < 쇼 스튜디오 >에서 패션 디렉터와 < 러브 >의 패션 에디터였던 이력도 지녔다. < 뉴욕타임스 >나 < GQ >, < 판타스틱 맨 > 등에 칼럼을 썼고, 현재도 < 10맨 > 등 여러 잡지에 신랄한 오피니언 칼럼을 쓰고 있다. 작년에 런던 V&A 뮤지엄에서 열린 알렉산더 맥퀸의 전시 < Savage Beauty > 카탈로그의 모든 글 역시 알렉산더 퓨리가 아름다운 문장으로 채웠다. 영국 여왕의 정통과 역사에 관한 복식부터 이자벨라 블로나 알렉산더 맥퀸처럼 현대의 전설적인 인물을 얘기할 때, 알렉산더 퓨리는 늘 할 말이 많다. 지금 런던에서 일어나는 모든 패션 신을 생생하게 기록하는 힘을 가진 저널리스트다.

< 인디펜던트 > 알렉산더 퓨리의 칼럼

오늘 아침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제발 늦잠 자지 않았기를. 아침 식사로 뭘 먹었나? 차를 많이 마셨다.지난밤, 마지막으로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은 사람은 누구였나? 남자친구. 어제가 우리의 기념일이었다.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당신이 있는 곳은 어디인가? 뉴욕. 여성 뉴욕패션위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긴 여정의 시작이다. 내 집은 런던에 있다. 바닷가를 좋아하나? 해변을 즐기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한 군데를 꼽자면 북쪽 데본의 크로이드 해변을 좋아한다. 어린 시절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요즘 듣는 음악은 뭔가? 앨리슨 모예에게 푹 빠져 있다. 2016년 버버리 쇼장에서 그녀가 직접 노래를 불렀는데, 그 감흥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인가? 트루먼 카포트,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조리 카를 위스망스. 특별히 좋아하는 문구가 있나? 윌리엄 서머싯 몸의 말을 늘 기억하며 산다. “사람들은 당신에게 비평을 요구하지만 사실은 칭찬받고 싶어 할 뿐이다.” 올 여름휴가를 보내고 싶은 곳은? 작년 여름 7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휴가를 가졌다. 피렌체 외곽의 작은 마을에서 꿈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보냈다. 올해는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스나 그리스의 케팔로니아 섬에 위치한 < 10 > 매거진 편집장 소피아 네오피투의 집에 가볼까 한다. 오늘 입은 옷은? 프라다 니트를 두껍게 겹쳐 업었다. 뉴욕은 지금 영하 6도다. 오늘 할 일은 어떤 것들인가? 빅토리아 베컴이 준비한 프리뷰에 참관하는 것. 크리틱을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정직함. 글을 쓰는 것 외에 하는 일이 있다면? 오직 글 쓰는 일뿐이다. 크리틱 외에 두 권의 책을 쓰고 있다. 아직 출간 전이라 책에 관해 많은 얘기를 할 순 없다.

< 10 맨 > 릭 오웬스 컬렉션 리뷰

글을 쓰는 사람들은 과정이나 말투에서 각자의 습관이 있기 마련이다. 당신의 습관은 뭔가?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한 일을 미뤄두는 것. 큰 일이다. 영국은 저널리즘의 나라다. 저널리스트로서 탄탄한 이력을 쌓고 있는데, 더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 인디펜던트 >지에서 일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최근 < 보그 런웨이 >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첫 시즌부터 반응이 좋았다. 무엇보다 영광스러웠던 건 지난해 EIAFC(Editorial Intelligence Award for Fashion Commentator of The Year)를 수상한 일이다. 정말이지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 대단한 저널리스트들 사이에 내 이름이 섞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런데 상까지 주다니. 행복했다. 그 대단한 저널리스트 리스트 중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사라 무어. 언제나 그녀의 말에 동의하고 그녀의 생각을 존중한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내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본다. 사람들이 당신에 관해 한 말 중 기억에 남는 건? 내가 난잡하게 놀 거라는 것. 그리고 굉장히 체계적으로 글을 쓸 거라는 것. 둘 다 결코 아니다. 요즘 유행을 간단히 설명하면? 남자와 여자의 경계가 없어지고 있다. 당신과는 맞지 않는 지금의 유행은? 나팔 바지. 곧 유행이 될 건 뭘까? 과도하게 격식을 차린 옷차림. 런웨이에선 대부분 첫 번째 룩으로 쇼의 주제가 판가름 난다. 그 시점부터 당신의 리뷰가 시작되는가? 때론 그렇고, 때론 그렇지 않다. 어떨 땐 첫 문장을 쓰는 데 백 년이 걸릴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쇼를 보면 뭔가 번뜩하고 떠오르는 게 있다. 디자이너가 뭘 말하고 싶은지, 그걸 옷으로 제대로 조리 있게 말하고 있는지 찬찬히 살펴본다. 이런 걸 비평하는 게 내 일이니까.

< T 매거진 >에 쓴 남성복 컬렉션에 관한 총평

리뷰 외에 오피니언 글을 쓰기 위한 준비 과정은 어떤가? 글을 쓸 때 자료를 참고 하는 건 최소화한다. 자료를 읽더라도 그 내용을 꼼꼼히 내 안으로 곱씹은 후 글쓰기를 시작한다. 그렇지 않으면 단락 간에 조화로운 글을 완성하기 힘들다. 인터뷰이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끌어내는 당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인터뷰이들은 그들의 열정을 이해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연다. 패션 디자이너들은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종종 내가 쓴 부정적인 리뷰에 관해 득달같이 반응이 오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의 패션 매체가 디지털 플랫폼으로 전향하고 있다. 패션 저널리스트로서 글을 쓸 때, 인쇄와 디지털 매체를 구분해서 생각하는가? 살아남는 문제를 따지자면, 분명한 건 프린트 매거진은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거다. < 인디펜던트 >지 역시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했다. 신문은 최신 뉴스와 사건 사고 등 즉각적인 것에 반응하기 때문에 디지털로 더 빠르게 효과적인 정보를 전달 수 있다. 패션 매거진은 다르다. 시각적인 아름다움은 영상뿐만 아니라 프린트가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갈망하는 비주얼을 만드는 매체만이 결국 살아남을 것이다. 이에 반응하는 광고주는 반드시 있다. 본인을 한 문장으로 소개한다면? 메이드 인 잉글랜드.

    에디터
    오충환, 김경민
    일러스트
    조성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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