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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360 카메라 해부

2016.03.23정우영

360도 카메라가 가상현실의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리코 세타 S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한, 하지만 출시하자마자 완판되어 한동안 구매할 수 없었던 360도 카메라다. 마치 리모컨처럼 생겨서, 낯설지 않고 동작하기 간편해서 좋다. F2.0, 1/2.3인치 1200만 화소 듀얼센서, 1920×1080 30fps 동영상 등 대체로 기본을 만족하는 사양이다. 다만 한발 앞선 출시였던 만큼 조금 불친절한 부분은 있다. 본체에 액정이 없어서 사진과 동영상 모드 전환, 와이파이 연결 이외에는 전부 스마트폰 앱에 의존해야 하며, 라이브 뷰의 화질(실제 촬영 결과와는 관계없다)이 상당히 떨어지는데, 동영상은 USB 연결 시에만 라이브 뷰를 지원한다. 소비자가 43만5천원.

한동안 3D는 사진과 영상의 미래였다. 3D의 ‘입체감’이 가상현실VR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은 간과되었다. 입체감은 두 눈의 망막에 서로 다른 각도의 이미지가 맺히면서 만들어진다. 하지만 3D 사진과 영상을 재생하는 매체는 TV 혹은 모니터였다. 가상현실은 가상에 최대한의 실감을 부여하는 작업이지만, 3D에는 TV와 모니터라는 태생적인 한계가 있었다. TV와 모니터를 주시할 때의 인간의 시야각은 60도다. 하지만 인간의 기본 시야각은 바깥 방향으로 95도, 위 방향으로 60도, 아래 방향으로 75도다. 마치 바이닐레코드를 디지털 음원으로 추출할 수 있는 턴테이블과 비슷했다. 최대한 실감에 가까운 사진과 영상을 목표로 한다면, TV나 모니터가 아닌 다른 장비가 필요했다.

VR HMD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3D를 확장하는 가상현실이었다. 하지만 사실 VR HMD는 3D 사진과 영상보다는 3D 게임과 유사한 배경을 지녔다. 3D 게임은 독자적인 세계관을 인정하게 만들고(몰입감), 조작하는 대로 반응하며(실시간 상호작용), 360도 화면(입체감)을 구현한다. VR HMD 역시 이미지를 거대하게 투사해서 몰입감을 높였고, 가상현실 공간의 속도를 인간의 시각 반응 속도와 맞췄다. 무엇보다, 360도 사진과 영상을 온전히 재생할 수 있었다.

삼성 기어 360 F2.0 렌즈, 3840×1920 30fps 동영상, 3000만 화소의 사진 등 상당히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선 요즘 액션캠에 비할 만한 사양이다. 현재 가장 뛰어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360도 카메라다. 180도 범위를 촬영할 수 있는 두 개의 195도 어안렌즈를 탑재했는데, 한쪽만 택해서 찍을 수도, 함께 작동시켜서 360도로 찍을 수도 있다. 작은 액정이 포함된 둥근 공 형태의 본체에 기본 제공되는 미니 삼각대를 부착해서 촬영한다. 이 창의적인 형태와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적응도가 관건일 테고, 미니 삼각대 이외에 어떤 별매 액세서리가 등장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몰입감, 실시간 상호작용, 입체감이 결합된 가상현실 경험의 충격적인 강도에 힘입어 수많은 업체가 발 벗고 나섰다. 유튜브와 페이스북이 지난해부터 각각 360도 동영상 업로드와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네이버와 곰플레이어도 360도 동영상 재생 기능을 추가했다. 이제 영상은 게임처럼 직접 참여해 지점과

각도를 선택해서 돌려 볼 수 있는 분야가 되었다. 과거 같았으면 360도 카메라는 어안 렌즈가 두 개 달린 장난감 취급을 받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게임으로 치면, 콘솔도 있고 유통업체도 있으며, 게이머도 비약적으로 늘고 있는데, 게임 소프트웨어만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가상현실에 가장 근접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촬영 장비, 360도 카메라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정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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