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 데님 4

4월을 행복하게 지내려면 여름을 기다리는 성급한 마음과 차가운 와인, 그리고 청바지가 필요하다.

왼쪽부터 아크네 스튜디오, 프레임 at 무이, LVC, A.P.C.

생각이 난다. 해변에 앉아 모래가 들어간 핫도그를 열심히 먹던 초여름, 맨발로 돌아다닌 싸구려 콘도의 복도, 물기가 덜 마른 면 티셔츠. 그 모든 푸른 순간에 청바지가 있었다. 소매가 닳은 옥스퍼드 셔츠, 흠집이 난 구두, 투박하고 무거운 커피 머그와 함께. 한낮의 기온이 올라가고 슬슬 나뭇잎 냄새가 사방에서 퍼지는 4월이 되면, 우선 청바지부터 한 벌 산다. 계절을 맞는 의식이라고 해도 좋고, 큰돈 안 들이고 제대로 기분을 바꾸는 현명한 쇼핑이라고 해도 좋겠다. 아크네 청바지는 워싱이 자연스럽고 피트도 점잖아서 언제 사도 후회가 없다. 프레임 진은 윌렘 데포가 후드를 뒤집어쓰고 부엌에 앉아 있는 광고 컷을 보고 홀딱 반해서 같은 걸로 한 벌 더 샀다. LVC는 덧붙일 말이 필요 없다. 청바지의 본령이자 고수니까. A.P.C. 의 버틀러 진은 오래 입어서 정답게 낡은 청바지의 예쁜 면들을 고스란히 다 가졌다. 제대로 길들인 청바지를 시간 투자 없이 단번에 살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네 벌 다 갖고 싶다. 늘 입던 사이즈를 골랐는데 왠지 헐렁하길 기대하면서 서둘러 가게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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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패션 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