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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하는 뚜르비옹

2016.03.25신희대

파네라이가 갈릴레이에게 바치는 뚜르비옹 시계. 그래서 뚜르비옹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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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곗바늘이 각기 다른 곳을 가리키던 시절,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바람에 흔들리는 샹들리에를 보았다. 그렇게 발견한 ‘진자의 등시성’. 갈릴레이는 이를 이용해 일정한 속도로 운동하는 물체를 시간의 기준으로 삼고자 했다. 그는 진자 시계, 그러니까 큼지막한 추가 달린 오늘날 괘종시계의 원형을 만들었다. 브레게가 기계식 시계의 싹을 틔웠다면 갈릴레이는 그 토대를 마련한 셈. 파네라이의 ‘로 시엔치아토’는 이러한 갈릴레이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시계다. 이 시계는 과거 그의 행보와 마찬가지로 기존의 질서를 거부, 혁신으로 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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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시엔치아토’는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하는 스켈레톤 특유의 개방적 구조를 채택, 47mm의 크기로 태어났다. 무브먼트는 파네라이의 독창적인 뚜르비옹이 탑재된 P.2005/T. 이 무브먼트는 GMT 기능, 144시간에 달하는 파워 리저브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그 재주를 과시하는데, 가장 돋보이는 기능은 역시나 11시 방향에 위치, 30초마다 한 번씩 회전하는 뚜르비옹에 있다. 보통의 뚜르비옹은 수평적인 움직임을 가진다. 하지만 이 시계는 수직적이다. 평면이 아닌 입체, 즉 3차원 공간 안에서 회전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뚜르비옹의 앞뒤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음은 물론, 보다 정확한 시간까지 획득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시계의 경이로움은 그것이 가진 무게에 있다. 스켈레톤 시계가 가진 구조적 특징을 고려한다면, 이것은 마치 ‘깃털처럼’ 가볍다. ‘로 시엔치아토’는 스틸 대비 절반 이상 가벼운 티타늄을 소재로 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속을 비워버렸다. 이 역시도 다이렉트 메탈 레이저 신터링(Direct Metal Laser Sintering)이라 이름 붙은 파네라이 고유의 기술로 가능해졌다. 광학 레이저를 이용해 티타늄 가루로 층을 쌓아 만든 케이스의 두께는 불과 0.02mm, 그럼에도 무쇠 마냥 단단한 시계. 이 시계는 세상에 단 150개만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에디터
    신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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