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lf

PGA의 떠오르는 두 이름

2016.03.28유지성

LA의 필드에서 나이키 골프를 입은 두 명의 당찬 신인을 만났다. 미국인인 브룩스 코엡카와 한국인 노승열 선수.

브룩스 코엡카의 힘
늠름한 신예 장타자 브룩스 코엡카가 새 옷을 입었다.

플로리다에서 자랐죠? 이곳 캘리포니아처럼 화창한. 거기서 태어났어요. 제 고향이죠. 그래서 햇빛이랑 해변을 정말 좋아해요.

실제 코스를 돌 때 강한 햇볕이 내리쬐어도 문제 없나요? 코스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 저는 좋아요. 피부가 많이 타지만, 일단 옷을 적게 입어야 칠 때 편해요. 많은 라운드를 돌아도 덜 피곤하고요.

매 게임 치르며 가장 골치 아픈 부분은 뭔가요? 체력이요. 1년 내내 투어가 있고, 매번 다른 도시에서 경기를 치르죠. 연말까지 버티려면 신경 써야 돼요.

게임 내에서라면요? 우승자는 한 번의 투어 중에 딱 한 명만 나오죠. 이건 개인 스포츠잖아요. 그만큼 매 라운드마다 모든 개인과 경쟁하는 거예요. 그만큼의 압박이 있고. 좋은 선수가 얼마나 많아요. 그래서 골프가 멘탈 스포츠인 거예요.

장타자 브룩스 코엡카. 자랑스러운가요? 그 말을 엄청 좋아해요. 얼마나 공이 멀리 날아갔는지 지켜보면서 쾌감을 느끼기도 하고요. 특히 압박감이 있는 중요한 순간에는 더욱.

원래 그렇게 힘이 좋았나요, 훈련을 통해 발전한 건가요? 파워는 선천적인 거예요. 연습으로 되는 게 아니죠. 물론 기술을 연마해서 조금 나아질 순 있겠지만, 갑자기 없던 게 생기진 않아요. 하지만 전 장타자만큼이나 클로저라 불리고 싶어요.

클로저요? 네. 어떤 상황이나 경쟁 속에서도 경기를 자신이 끝낼 수 있는 선수요. 그런 면모야말로 많은 우승을 위해 꼭 필요해요.

지난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에서 첫 우승을 거뒀죠. 올해는 기대치가 유독 높아진 듯해요. 우승 횟수가 크게 중요하진 않아요. 일단 목표는 두 번이지만. 우승 횟수가 적으니 상대적으로 주목을 못 받는 것 같긴 한데, 지난해엔 여덟 번 톱 10에 들었고, 올해도 꾸준히 상위권에 진입하면서 경쟁하고 싶어요. 자꾸 나오는 한두 번의 실수만 줄이면 될 것 같아요. 준비는 끝났어요.

실수가 승부를 가르기 때문에 골프를 멘탈 스포츠라 부르는 거겠죠? 네. 비중으로 따지자면 (멘탈이) 75퍼센트 정도. 코스를 한 번 돌면 5시간 정도 소요되는데, 그전엔 1시간 준비운동을 하고 또 그전엔 1시간 정도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요. 결국 다 합치면 9~10시간 동안 집중력을 유지해야 하는 거죠. 경기 끝나면 보고 싶은 사람도, 즐기고 싶은 일도 많지만 진짜 다 까먹을 정도예요.

웨이스트 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은 갤러리들이 시끌벅적한 것으로 유명하죠. 야유도 쏟아 붓고. 즐기는 편이에요. 관객들의 반응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하고요. 골프 팬이라고 다 예의를 차릴 필요는 없잖아요. 그래야 농구나 풋볼처럼 경기를 보면서도 더 신이 나죠.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이 등장하는 것처럼, 새로운 갤러리들이 경기장에 오는 것 같아요.

90년대생, 새로운 세대의 선수들을 묘사한다면요? 체격이 굉장히 건장한 선수가 많아요. 골프뿐만 아니라 어떤 스포츠라도 잘해낼 것 같은. 옷도 멋지게 입고요. 전 골프만 하는 모범생이 아니에요. 골프를 공부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코스를 벗어나면 옷을 골퍼처럼 입고 다니지 않아요.

올해부터 나이키와 계약하며, 모든 장비를 바꿨을 거예요. 적응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글쎄요. 생각보다 쉬웠어요. 그러니 저 이번 투어도 잘할 수 있겠죠?

 

노승열의 야망
2014년 취리히 클래식 우승자, 노승열을 노던 트러스트 오픈 연습 라운드에서 만났다.

취리히 클래식 우승 이후, 지난해엔 허리 부상으로 주춤했어요. 겨울에 운동 열심히 하고 잘 쉬어서 괜찮았는데, 한 열흘 전부터 허리가 좀 안 좋아졌어요. 그래도 스윙하는 데는 지장 없어요. 올해는 기술적인 부분도 보강했으니 두 번 정도는 우승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노던 트러스트 오픈이 열리는 이곳 리비에라 CC의 코스는 어떤가요? 1년을 통틀어도 꽤 어려운 코스예요. 스코어도 낮게 나오고. 그렇지만 코스가 길고 좁아서 좋아하는 스타일이에요.

PGA 투어 우승은 대체 어떤 기분인가요? 잠깐 좋던데요. 그러고는 스트레스.

지켜야 한다는 스트레스인가요? 그렇다기보단 스스로 욕심이 생기고 기대치가 높아지잖아요. 그게 역효과가 나요. 취리히 클래식 당시엔 사람들이 우승할 줄 몰랐다고 했어요. 제 입장에서 말하면 우승을 기대 안 하고 연습하다 우승한 건데, 이제 우승을 생각하면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잖아요. 정신적으로도 그렇고. 좀 힘들었죠.

다시 우승해도 그러면 어떡해요? 놀면서 해야죠. 스트레스 안 받게. 그런데 이번 대회는 진짜 좀 잘해보고 싶어요. 지난 일주일 동안 아침 7시에 나가서 오후 5지까지 매일 훈련했어요.

올해로 PGA 5년 차예요. 더 이상 신예라 말하긴 어렵고, 어떤 결심을 하게 되는 시기이기도 하죠. 미국 5년 차고 프로는 9년 차인데, 지난 2년 동안 권태기가 왔어요. 그러다 다시 맘을 다잡고 나니 골프가 더 좋아졌고 그만큼 몰두하게 됐어요. 여전히 외국 나와 있으면 좀 외롭긴 하지만.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마흔이 넘어서도 충분히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죠. 언제까지 현역이고 싶나요? 서른다섯이요. 지금 제가 스물 여섯이거든요. 짧게는 서른다섯, 좀 길게 보면 마흔.

너무 짧은 것 아닌가요? 하는 동안 잘해야죠. 경쟁력이 없어질 때까지 힘들게 버티기보단, 경쟁력 있을 때 최대한 해내고 싶어요.

골프가 마침내 2016 리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어요. 기존 투어랑은 좀 다른 양상일까요? 모든 투어가 경쟁이지만 이건 정말 처음이니 굉장히 치열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미국처럼 잘하는 선수가 많은 나라도 올림픽 출전권은 한정돼 있잖아요. 어쨌든 꼭 나가고 싶어요.

LPGA에서 한국 여자 골퍼들은 굉장히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어요. 물론 남자 골퍼들도 선전하고 있지만, 최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쉽지 않은 질문이네요. 제 생각엔 전반적으로 남자 선수들이 더 롱런하는 것 같아요. 뛰어난 선수가 하나 나오면 오래 최상위권에 머무는 경우가 많죠. 비집고 들어갈 틈이 적달까. 하하.

코스에 들어서면 18개의 홀을 돌아야 해요. 가장 짜릿한 순간이라면요? 글쎄요. 물론 우승할 때 그렇겠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재미있어요. 이렇게 날씨 좋은 골프장에서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하루를 보낼 수 있잖아요.

프로 선수 중 테니스나 골프 선수 정도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죠. 각기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투어에 참여하는 것. 누구와 함께하냐가 중요해요. LA는 한국 사람이 많아서 오늘처럼 연습 라운드 돌면 반가운 얼굴을 여럿 만날 수 있거든요.

기분 좋은 연습 라운드를 마쳤으니, 실제 대회도 자신 있나요? 나쁘진 않을 것 같아요.

젊음의 행진 – 1

    에디터
    유지성
    출처
    나이키 골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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