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몰랐던 와인 #마르살라

보틀 스토퍼는 아이졸라 IZOLA.KR, 스트라이프 톱은 세인트 제임스 SAINT-JAMES.CO.KR

어떻게 만드나? 마데이라 섬은 포르투갈령이지만 모로코에 가깝다. 15세기, 인도, 브라질, 아메리카 대륙으로 운송되는 유럽 물자를 실은 배가 잠시 쉬어가는 정거장이기도 했다. 당시 포르투갈 상인들이 배에 실은 마데이라는 (포트나 셰리에 비해서도) 긴 항해시간을 견뎌야 했기 때문에 마데이라 섬에 흔한 사탕수수로 만든 주정을 더해 변질을 막았다. 그렇게 항해를 시작한 마데이라는 뜨거운 햇빛과 공기에 장시간 노출된 덕에 독특한 개성을 가진 맛으로 변했다. 마데이라는 포트나 셰리에 비해 산미가 강하다는 게 특징인데, 이 산미 덕에 음식과 함께 마시기도 더 수월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도 있다. 지금도 고급 마데이라는 이 전통적인 숙성 과정을 재현한 칸테이로 방식으로 양조한다. 칸테이로 숙성은 보통 2년간 진행되고, 와인의 산화와 숙성에 관여하며 20년 이상 숙성시키는 빈티지 마데이라도 생산한다. 마르살라는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섬의 주정강화 와인이다. 1773년, 셰리와 포트를 취급하는 영국 상인 존 우드하우스가 마르살라에 들렀다 발견해 유럽과 미국으로 전파시켰다. 다른 주정강화 와인과 양조 과정이 비슷하고 셰리의 솔레라 시스템 같은 숙성 과정도 거친다. 이 밖에 짙은 황금색을 얻기 위해 끓인 포도즙(Mosto Cotto)을 더하거나 달콤한 맛을 배가하기 위해 과하게 익어버린 그릴로 품종으로 만든 주정강화 포도즙(Mistella)을 섞기도 한다.

• 칸테이로 Canteiro 해가 드는 저장고에 오크통을 두고 섭씨 30~35도의 자연적인 열에 노출시키는 전통 숙성 방식이다. 브라질 나무로 만든 오크통에서 최소 2년을 숙성시킨다. 와인 메이커는 오크통의 위치를 바꿔가며 온도와 증발을 조절한다. 스테인리스 통에 약 45도의 인위적인 열을 3개월간 가하는 에스투화젬Estufagem 방식으로 대체하기도 한다.

• 프라스케이라 Frasqueira 20년 이상 숙성시킨 후 병입해 다시 2년 간 숙성시킨다. 100년도 거뜬할 정도로 장기 숙성력이 좋다. 2000년대 들어서는 5~18년으로 숙성 기간을 줄인 콜헤이타Colheita 카테고리도 선보이고 있다.

 

마르살라의 대표적인 네 가지 스타일

1 세르시알 마데이라는 단일 품종이 기본이라 구분 역시 품종으로 하는 것이 좋다. 유일한 레드 품종인 틴타 네그라를 제외한 화이트 품종 네 가지로 전체를 가늠할 수 있다. 가장 드라이한 세르시알은 복숭아 향과 스모키한 산도가 특징이다.

2 베르데호 세르시알보다는 달지만 부알보다는 드라이하다. 레몬, 오이, 볏짚 향이 감돌고 화이트 품종이지만 황금색을 띤다. 세르시알과 베르데호는 화이트 와인을 마실 때처럼 차갑게 칠링하면 더 맛있다.

3 부알 미디엄 스위트인 부알 품종으로 만든 마데이라는 바닐라와 시나몬 향이 지배적이다. 말린 과일 향과 통밀빵의 단면에 코를 가져갔을 때의 향도 난다. 숙성 후에도 산미가 좋아 샥스핀 수프 같은 요리와도 잘 맞는다.

4 말름지 말바시아라고도 부르는 품종으로 단맛이 강한 풀바디 와인을 만들 수 있다. 부알이 약간 초록빛이 도는 갈색이라면 말름지는 짙은 고동색이다. 캐러멜과 건포도 향이 진하고 고춧가루와 해선장이 떠오르는 향도 난다.

 

마르살라 소스와 마데이라 소스

1 적새우와 리코타로 속을 채운 아뇰로티, 푸아그라, 마르살라 소스 압구정 오스테리아 꼬또에서 만드는 파스타 요리다. 생파스타 메뉴를 강화하면서 추가한 것으로 마르살라 소스의 매력을 재대로 버무렸다. 산도가 높지 않지만 당도가 잡내를 잘 잡아준다. 특히 새우, 푸아그라와 향이 잘 어울린다. 마르살라 와인은 너무 많이 졸이면 캐러멜 향이 너무 강해지기 때문에 푸아그라와 아뇰로티가 충분히 익으면 마지막에 추가한다. 그릴소렐이라는 청포도 향이 나는 허브를 흩뿌려 산미를 약간 더하면서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느끼한 맛을 잡는다.

2 마데이라 소스의 드라이 에이지드 국내산 한우 등심 숯불구이 신라호텔 서울의 프렌치 레스토랑인 콘티넨탈의 메인 요리다.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정도로 오랫동안 메뉴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육즙과 풍미를 살린 드라이 에이지드 한우에는 진한 오크 향과 단맛을 더해줄 마데이라 소스를 쓴다. 약 일주일간 진하게 뽑은 육수를 졸여 데미그라스 소스로 만들고, 마데이라 와인 역시 반으로 졸여 앞선 소스와 혼합한다. 마데이라 소스에 트러플과 트러플 오일을 섞으면 페리고 소스가 되는데, 이 소스를 푸아그라와 함께 제공하기도 한다.

 

팬톤이 뽑아낸 마르살라

색채 전문 기업 팬톤이 2015년에 선정한 올해의 색이 ‘마르살라’다. ‘버건디’ 색으로 익숙한 레드 와인 색과는 확실히 구별된다. 채도가 낮고 차분한 건 오크통에서 숙성된 마르살라의 느낌을 표현했기 때문일 테다. 왼쪽 사진 속 펠레그리노 피노 세코의 색이 팬톤의 마르살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마르살라는 좀 더 짙은 호박색에 가깝다. 탈 듯 말 듯 오븐에 잘 구운 단호박 색깔처럼. 팬톤이 마르살라를 색상 이름으로 고른 건, 마르살라가 새로운 것을 찾는 소믈리에와 바텐더들에게 트렌디한 술로 자리잡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