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봄 서울의 길

2016.04.01장우철

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채대한, 서울, 2014

서울의 길 서울에서 고가도로가 사라질 때마다 호떡처럼 눌리는 기분이 든다. 서울은 좀처럼 건축과 사랑에 빠져본 적이 없으니, 시민과 건축이 맺는 현대적 유대감 또한 전무하다. 길의 가치 또한 기능에 국한된다. 비포장 흙길보다 아스팔트가, 2차선보다 4차선이, 오래된 고가도로보다는 새로 난 자전거도로가 이만큼 잘살게 된 증거로 제시된다. 간신히 위로가 남아 있긴 하다. 고궁의 단단한 흙길을 밟을 때, 주공아파트 잠실 5단지에서 풀밭을 가르는 길이 반질반질 빛날 때, 잠시나마 숨이 깊어진다. 그런데 2호선 열차가 왕십리를 지나 뚝섬과 성수로 달리는 동안, 서울은 갑자기 꿈틀대기 시작한다. 공중으로 떠가는 지하철에서 골목, 가로등, 자동차, 길, 도시 같은 말들이 일제히 입체로 튀어오른다.

채대한, 뚝섬역, 2016

민이토, 잠실 5단지, 2015

박창욱, 은평구 신사동, 2015

박창욱, 은평구 신사동, 2015

    에디터
    장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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