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문묘 은행나무가 새잎을 내놓았다. 4백 몇 년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한 일. 봄은 서울에도 왔다. 서울의 산에, 서울의 물에, 서울의 길, 서울의 꽃, 서울의 방, 서울의 창, 서울의 몸, 서울의 빛에…. 요즘 서울에 살고 있는 10인의 사진가가 봄을 맞으며 이런 사진을 보내왔다.
서울의 창 동쪽으로 난 창을 가진 이의 아침은 서쪽으로 난 창을 가진 이보다 이르다. 이치가 그렇다. 그럼 서쪽으로 난 창을 가진 이의 하루가 좀 더 길다는 것 또한 이치일까? 그렇진 않다. 그건 감각이다. 창의 마법이다. “이렇게 창이 큰 집에 있으니 정말 좋아요.” 남해에서 고기를 잡는 부모가 힘껏 만들어준 돈으로 얻은 작은 방에 사는 스물 몇 살 대학생은 서쪽으로 트인 큰 창을 보면서 좋아라 웃는다. 어느새 흥분한 것도 같다. “여름에 여기서 이러고 있으면 진짜 좋겠네요.” 그 말에서 창의 핵심을 알아챈다. 창은 다른 곳을 향한다. 무엇이든 거기로 먼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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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장우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