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의 모든 것 – 레코드

도시가 고도화될수록 집은 점점 좁아지고, 가구는 점점 작아진다. 하지만 욕망은 쉽게 줄어드는 법이 없다. 줄일 수 없다면 정리해야 한다.

바이닐 레코드 대부분이 (창고 등의 잉여 공간을 가질 수 없는) 아파트에 살고, 주거마저 불안한 한국에서는 바이닐 레코드를 즐기기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다. 가로세로 약 30센티미터의 시원한 크기는 곧 바이닐 레코드가 부담스러운 이유다. 얼마 전 하이브로우에서 바이닐 레코드 약 십여 장을 전시할 수 있는 ‘플리커 랙’, 레코드숍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디거 랙’을 내놓았지만 한국에서 시판되는 일반적인 바이닐 레코드 장은 없다. 오래된 바이닐레코드 장을 참고한다. 바이닐 레코드(와 슬리브)는 모든 충격에 민감하다. 책처럼 쌓아도, 한 칸에 너무 많이 넣어도 안 된다. 적정 온도와 습도 유지도 중요하다. 이를 고려해 약 18~20장을 기준으로 칸을 나눴다. 보통 책장의 깊이는 28센티미터 이하다. 바이닐 레코드를 꽂으면 앞이 튀어나온다. 바이닐 레코드 장은 당연히 딱 맞으며, 다른 심미성을 전한다. 그게 대수냐고? 그런데, 바이닐 레코드는 왜 듣나?

대안 이 엄청난 부담과 불편을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신이 안 선다면, 팩앤롤 접이식 카트를 추천한다. 최저가 7천원에 구매할 수 있다. 가로 37센티미터, 세로 36센티미터, 깊이 30센티미터의 공간 박스에 바퀴와 손잡이가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약 70장을 담을 수 있다. 시작 단계의 얼마 안 되는 양을 담아놓기에도, 턴테이블 앞으로 가져가거나 치워놓기에도 좋다. 나중에 바이닐 레코드가 상당량 모였을 땐 한 방에 전부 놓지 않거나 지금보단 큰 방에 살 확률이 높으므로 이때 활용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야심이 접이식 카트보단 크다고 확신한다면, 한 층이 30센티미터 이상인 2단 서빙용 카트를 최저가 6만원대에 찾을 수 있다. 접이식 카트와 사용법은 같다.

GQ POINT 한 번에 완성하지 않는다 사카토 켄지는 < 정리의 기술 >에서 정리를 계단 오르는 일에 비유한다. “계단참에서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방향을 바꾸어 또 올라가면 된다.” 소설가가 내세우는 논리와 비슷하다. “소설을 완성한 게 아니라 쓰는 걸 중단한 것이다.” 정리는 ‘지금의 최선’이다. 한 번에 다 하려고 계획하면 질리기 쉽고 가능하지도 않다. 사람이 적어도 어제보단 내일 아주 조금 더 배운다는 걸 믿는다면 일단 접이식 카트와 볼품없는 사랑을 해보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