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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 토이 숍 탐방기 – 부르르

2016.04.09유지성

퇴근길 마트에 들르듯 가게에서 섹스 토이를 사는 일. 잘 알면 간편할 테고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바나나몰과 부르르와 플레져랩. 서울의 번화가에 꼭 알맞게 흩어져 있는 세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거기는 어떤가요?

김태열 (< 부르르 > 매장 직원 교육 담당) 부르르는 이미 온라인에서는 유명한 이름이다. 그런 한편 지난해 11월과 12월 각각 이태원과 압구정동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가두점 ‘부르르라이프’를 내기도 했다. 자체 섹스 토이 브랜드 지니ZINI를 개발하기도 한다.

이곳은 아웃렛이죠? 네. 온라인보다 좀 싸게, 하지만 직접 보고 구매할 수 있게 꾸며놓았어요.

부르르는 온라인 시장의 강자예요.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고객도 대부분 온라인에서 넘어오나요? 그렇다기보단 저희가 미디어 관련 일을 많이 했어요. 10년 넘게. 그래서 여기저기 저희 흔적이 많아요. 협찬이나 행사 지원. 그리고 또 여기가 명동이잖아요. 데이트 코스로 찾는 분도 많아요.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의 비중을 따져본다면요? 지금은 반반 정도 돼요.

온라인에서 잘 팔리는 제품과 오프라인에서 잘 팔리는 제품의 차이가 있나요? 온라인은 유명한 제품이 잘 팔려요. AV에 나왔다거나. 그리고 남성 제품의 재구매율이 높아요. 마니아들이 있는 거죠. 자기가 뭘 쓰면 기분이 좋은지 이미 아는.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제품을 설명하는 편인가요? 일반적으로 직원이 옆에 붙는 걸 썩 반기진 않아요. 그래서 실례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이드를 하려고 해요. 사실 제가 주로 하는 업무는 직원 교육이에요. 섹스 토이를 쓰는 방법 같은. 저희가 오프라인 매장을 늘리고 있는 추세거든요. 신논현점도 곧 열고 사후 면세점에도 입점 예정이에요. 유커, 즉 중국인 관광객들의 구매 수요에 대한 기대가 있어요. 이 매장도 곧 명동의 중심부로 이사할 예정인데, 2개 층 공간을 활용해서 더 밝고 깨끗하게 꾸밀 예정이에요. 바이브레이터 존, SM 존, 오나홀 존 같은 식으로 섹션을 나눠서.

매출 달성을 위해서라면, 온라인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요? 섹스 토이는 낯선 만큼, 오프라인에서 확인해보고 사는 게 좋아요. 온라인에도 치수가 쓰여 있지만, 진동의 강도나 소음은 온라인에선 확인할 길이 없잖아요. 저희는 단순히 제품을 파는 게 아니라 섹스 노하우를 판매한다고 생각해요.

고객들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은 뭔가요? 한국 남자들은 섹스를 대부분 AV를 통해 배웠어요. 그렇다 보니 일단 거기 나온 것들과 비슷한 물건부터 찾아요. 예를 들면 페어리 바이브레이터. 그 종류만 딱 찍은 다음 가격이나 크기 정도만 물어봐요. 사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걸 어떻게 제대로 쓰는지에 관한 질문일 텐데.

페어리는 브랜드 이름이 고유명사가 된 경우죠? 그렇죠. 봉고차 같은 거죠.

콘돔은 브랜드의 힘이 꽤 막강해요. 오카모토, 사가미, 듀렉스 등 고객들이 브랜드를 가려 사는 단계에 이르렀죠. 각각의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도 생겼고요. 하지만 섹스 토이는 아직 그렇지 않아요. 몇몇 브랜드가 유명해진다면, “섹스 노하우를 판매하는” 데 도움이 될까요? 그렇겠지만 광고하기가 너무 어려워요. 법적으론 아무 문제가 없는데, 포털 사이트가 법보다 위에 있으니까요. 검색해보면 알겠지만, 콘돔과 젤 정도를 제외하고는 거의 다 막혀 있어요. 그래서 저희도 자체 브랜드를 개발하고 있지만, 홍보가 쉽지 않아요.

일주일에 몇 개 정도의 제품을 써보나요? 자주 바꿔가며 쓰지는 못해요. 고가 제품이 많기도 하고. 한 달에 한 개 정도. 직원들끼리 리뷰를 공유해요.

최근 사용한 것 중 눈에 띄는 제품이 있다면요? 소프트한 SM 제품에 관심이 많아요. 기본적으로 SM의 원리는 사람의 오감 중 몇 가지 감각을 막아버리는 거예요. 구속하는 거죠. 눈을 가린다거나 귀를 막는다거나. 일반 귀마개도 SM 용품으로 사용하면 꽤 효과적이에요. 다른 감각의 집중력이 깨어난달까요. 약간의 공포감도 생기고요. 상대가 어디를 만질지 모르니까.

그렇다면 변함없이 꾸준히 쓰는 섹스 토이라면요? 기본은 바이브레이터죠. 하지만 AV에 나오는 것 같이 여성의 성기에 삽입하는 제품은 처음부터 추천하지 않아요. 그보다는 줄이 달린, 알 모양의 로터라 부르는 분리형 컨트롤러를 많이 권해요. 삽입 전에 로터로 전희를 충분히 하면, 섹스 타임이 길어지겠죠. 그리고 남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채로 상대를 더 만족시킬 수 있고. 운동에 비유하자면 맨손체조로도 몸을 건강히 만들 수 있지만, 피트니스 용품을 잘 쓰면 폭발적인 효과를 보잖아요. 어차피 사람의 살 느낌은 섹스 토이가 100퍼센트 구현할 수 없어요. 특히 살의 온기.

자위 기구라면 어떤가요? 명기의 증명이란 일본 제품이 유명해요. 비슷한 이름의 제품도 많고요. AV 배우의 성기나 구강을 본뜬 오나홀이에요. 그 일을 하는 전문 조각가들이 있어요. 일본은 AV 산업과 섹스 산업이 연결돼 있거든요. 아예 한 회사가 두 가지 일을 다 하는 경우도 많고요.

가게에 AV 배우 사인이 많이 걸려 있네요. 요즘 중국에 AV나 섹스 토이 관련 행사가 많아요. 거기 초빙된 배우들에게 받아온 것들이에요. 이번 주에도 중국으로 출장을 가요.

그렇다면 요즘 가장 각광받는 제품은 뭔가요? 결국은 디테일이에요. 그 디테일이란 건, 자위 기구 내부의 굴곡을 어떻게 디자인하느냐에 달렸고요. 똑같은 실리콘으로 만들어도 브랜드별로 완전히 달라요. 밖은 부드럽고 안은 딱딱한 제품, 안은 부드럽고 밖은 딱딱한 제품 등등. 그리고 최근엔 리얼리티보다는 리얼리티를 넘어서는 쾌감을 주는 기구가 인기예요. 몬스터 시리즈라는 제품도 있는데, 격렬한 자위를 할 수 있죠. 생긴 건 좀 징그럽기도 해요. 쭈글쭈글하고, 탄성도 엄청 뛰어나고.

최근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 ‘Guy Fi’란 이름의 자위 부스가 생겼어요. 부스 안에서 AV를 볼 수 있죠. “뉴욕에 사는 남자 중 39퍼센트가 근무 중 자위를 한 적이 있다”는 통계도 나와 있고요. 이런 식으로의 진화라면요? 휴대 가능한 제품이 실제로 많이 나와요. 립스틱 모양의 바이브레이터라든지. 저는 요즘 차량용 제품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에선 성인 남녀가 독립하는 시기가 꽤 늦고, 차만 한 개인적 공간이 없잖아요. 특별히 섹스 토이라기보단 위생 관련 제품도 요긴하게 쓸 수 있겠죠.

• 부르르 (명동 아웃렛) 중구 명동2길 56-1 4층

ZINI 딥뱅뱅 전동식 귀두 집중 자극 마스터베이터. 내부에서 회전하는 컵의 모양을 교체할 수 있다. 10종류의 회전 방식, 5단계의 속도를 조합해 총 50가지 모드로 사용 가능. 자위 중 두 손이 자유로워 다른 성감대를 자극할 수 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퍼스트타임 본지디 키트 네 종류의 기본적인 구속 장비(몸의 일부를 묶는다거나)와 눈가리개, 스팽킹 패들이 들어 있다. 패들은 실제로 때리면 대포 같은 소리가 나지만, 맞는 사람이 많이 아프진 않게 만들었다.

 

명기의 증명 008 오츠키 히비키 오츠키 히비키의 ‘몸’을 본떠 만든 오나홀. 수많은 종류의 오나홀 중에서도 명기의 증명은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고 야구를 보듯, 주로 (현지에서는) AV와 세트로 이용한다.

    에디터
    유지성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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