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토이 숍 탐방기 – 플레져랩

퇴근길 마트에 들르듯 가게에서 섹스 토이를 사는 일. 잘 알면 간편할 테고 모르면 물어보면 된다. 바나나몰과 부르르와 플레져랩. 서울의 번화가에 꼭 알맞게 흩어져 있는 세 가게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거기는 어떤가요?

최정윤 (< 플레져랩 > 공동대표) 지난여름 문을 연 플레져랩은 두 명의 여성 대표가 운영하는 여성용 섹스 토이 전문점이다. 물론 섹스 토이엔 명백한 성별 구분이 없으니, 이곳에서 판매하는 기구들은 결국 서로에게 줄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플레져랩을 직접 만든, 자신만의 언어로 소개한다면요? 성인들의 놀이터 혹은 기쁨 연구소. 이곳은 자신의 성적 취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실험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랩이라고 이름을 지었고요. 방금 오신 손님은 예순이 넘으셨는데, 처음으로 오르가슴을 느껴보고, 자신의 몸을 알아가고 싶다고 말씀하셨어요.

중년층 이상의 고객도 많나요? 최근 2주간 거의 하루에 한 분 이상은 방문하셨어요. 일단은 전화가 많이 와요. 신문 기사나 잡지를 보고 연락하셨다고.

기다리는 동안 디안젤로의 노래가 나왔어요. 꽤 끈적한 곡이죠. 매장 음악에도 신경을 쓰나요? 굉장히 많이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한 성인용품점은 음악이 안 나오거나 라디오를 틀어놓는 정도였는데, 여기선 고객들이 적절한 음악을 들으며 인테리어 소품을 본다는 기분으로 쇼핑했으면 좋겠어요. 특히 저희 매장 고객들은 성인용품을 한 번도 안 써본 분이 많아요. 고객의 70퍼센트가 여성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뭔가 꼭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기보다, 최대한 편하게 보라고 권해드려요.

섹스를 할 때 권하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요? 임펄스 레이블에서 나온 존 콜트레인의 < Coltrane for Lovers >이라면 어떨까요? 재즈 뮤지션의 ‘For Lovers’ 유의 시리즈는 다소 뻔하게 들리기도 하지만, 일단 진한 분위기를 낼 수 있으니까요.

낯선 섹스 토이를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는 뭘까요? 재미요. 성기 모양의 섹스 토이가 나쁜 건 아니지만, 배경 지식이 없을 경우 좀 부담스럽죠. 그런데 생김새나 기능이 기발하고 아이디어가 독특한 물건을 보여주면 고객들이 안심해요. 혹은 IT 기술이 접목돼 있다든지. 그래서 포장 디자인도 고려하면서 물건을 들여와요. CE 인증(유럽 내 유통 인증 마크)과 KC 인증(국내 전자파 적합 인증)을 다 받은 제품들이란 사실도 적극적으로 알리고요.

박리다매보다는 ‘셀렉트숍’에 가까운 인상이에요. 어떻게 이런 가게를 열게 됐나요? 해외에서 처음 섹스 토이를 접했어요. 그냥 귀엽게 생긴 가게라 들어갔는데 성인용품점이더라고요. 그리고 거기 있던 여성 스태프가 자신감 있게 설명을 해줬어요. 가게를 함께 운영하는 곽유라 대표랑도 섹스 토이 얘기를 하면서 친구가 됐어요. 그런데 한국의 성인용품점은 다 안이 안 보이고 어두침침하잖아요. 내가 여자로서 성욕을 드러냈을 때, 좀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엇보다 여자도 성욕이 있고 그걸 탐구해도 괜찮다는 얘길 하고 싶었고요. 원래 저랑 곽 대표는 SNS를 즐겨 하는 편이 아니지만, 매장 오픈 뒤로는 저희를 끊임없이 노출하고 있어요. 소위 멀쩡해 보이는 여자들이 얼굴 내놓고 얘기하는데, 나도 섹스 토이 한번 써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수 있으니까요.

섹스 토이가 실제 섹스보다 더 좋으면 어쩌죠? 실제로 그런 사람이 많아요. 자위할 땐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섹스에선 못 느끼는 분들. 왜냐하면 혼자 자위할 때는 나의 온갖 판타지를 꺼낼 수 있잖아요. 반면 상대방이 있으면 좀 눈치를 보게 되니까 완벽하게 풀어질 수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쨌든 기기가 주는 기쁨, 오르가슴의 강도는 정량화가 가능해요. 오늘 내 컨디션이 어땠고, 어떤 기기를 썼고, 그래서 이 정도의 오르가슴이 나왔다. 하지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 주는 복합적 감정은 기기가 절대 대체할 수 없어요.

섹스 토이를 판매하지만, 섹스 토이의 한계는 명확하다는 말인가요? 그러게요. 섹스 토이를 써서 느끼는 오르가슴 자체를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데 계속 발달 중인 가상현실 섹스나 섹스 로봇이 상용화되면 또 모를 일이죠. 그건 정말 다른 시장인 것 같아요.

지금은 180도 시야의 가상현실 AV 정도를 즐기는 단계예요. 곧 360도 가상현실 AV가 나오고, 그것이 섹스 토이와 완벽히 일체화된다면…. 섹스의 스펙트럼을 완전히 바꿀 수도 있겠죠. 자신의 완벽한 이상형을 보고 만질 수 있는데 굳이 밖에 나가서 마음에 상처받는 모험을 하느니 가상현실로 가겠다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그런 제품을 찾는 고객도 있나요? 아직은 없어요. 저희는 사실 마니아 취향의 상품은 많지 않아요. SM 쪽도 부족하고. 아직까지는 섹스 토이 입문자나 슬슬 재미를 붙여가는 분들께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비기너’들이 많이 오는 곳인 만큼, 매장 상주 직원의 책임감이 막중하겠네요. “처음 쓰려고 하는데 뭘 쓰면 좋나요?”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에요. 그런데 예산도 무시할 수 없죠. 성인용품이 싸진 않잖아요. 그게 왜 비싼지, 더 비싼 건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하고요. 예를 들면 저소음, 강력한 방수, 충전식 배터리 같은 요소들.

그런 질문을 받으면 가장 먼저 추천하는 제품은요? 일단 몸에 섹스 토이를 잘 소개할 수 있는 제품. 이 낯선 진동은 놀랄 일이 아니라 즐길 일이라고. 그러니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귀엽고 작고 소리가 많이 안 나는 기기 위주로 권해요.

바이브레이터의 진동은 정말 상상 이상이에요. 거의 어깨 마사지를 할 수 있을 정도. 맞아요. 그래서 여러 범위로 진동이 나뉘어 있는 게 좋아요. 진동이 너무 세면 손이나 천으로 감싸 진동을 흡수하는 방법도 있고요. 여자들이 섹스를 할 때 느끼는 가장 큰 불만이 파트너가 클리토리스에 집중을 안 한다는 점이래요. 통계적으로는 70퍼센트의 여성이 클리토리스 오르가슴을 느끼는데. 그래서 그 부분을 자극하는 데 특화된 바이브레이터가 많아요.

모터의 RPM이 높을수록 좋은 제품인가요? 아무래도 진동이 촘촘하죠. 남자 고객들이 항상 물어봐요. 이게 몇 RPM이냐. RPM이 높을수록 강도도 강도지만 진동이 좀 더 꽉 찬 느낌이에요. 가동범위가 넓으니 세밀한 조절이 가능한 모터라 말할 수도 있고요. 저는 가능하면 판매 중인 제품은 다 써봐요. 그리고 그 기억을 개인적 느낌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정확히 기억하고 분석하려 해요. 사실 기기를 손등에 대보는 것만으로는 실제 사용했을 때 어떤 자극을 주는지 알기 어려우니까요.

최근 즐겨 쓰는 섹스 토이가 있다면요? 우머나이저라는 제품이 있어요. 보통 자위 기구는 진동이나 삽입 위주인데, 이건 (클리토리스) 흡입형이에요. 새로운 장르인 거죠. 처음엔 투박하게 생겼고, 이름도 호색한(우머나이저)라서 이게 뭔가 싶었죠. 그런데 제가 10년 정도 섹스 토이를 써왔거든요? 정말 새로운 기쁨이었어요.

객관화한 언어로 표현한다면요? 기고하는 칼럼에 이렇게 쓴 적이 있어요. 내가 생양파가 돼서 한 꺼풀씩 벗겨지는 기분. 내 예민한 감각의 안쪽을 벗기면서 계속 파고든달까. 오르가슴의 지속적 상승이자 몸이 풀어헤쳐지는 느낌. 통제할 수 없는 영역까지 도달해서 멈추고 싶지만 멈출 수 없는. 저는 시청각 자료를 보면서 더러운 상상을 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우머나이저는 그런 여지조차 안 줘요.

“자신의 성기를 거울로 살펴보라”는 조언을 자주 한다고 들었어요. 내가 내 몸을 긍정하고 기쁨을 줘야 하는데, 바라보는 것까지 부담스럽고 싫다면 다음 단계로 가기가 어려워요. 섹스 토이가 그저 몸에 댄다고 빵! 터지는 마법의 기구는 아니거든요.

남자 고객의 비율은 어느 정도 인가요? 20~30퍼센트. 그 중 반은 파트너를 위한 선물을 사고, 반은 자기가 쓸 기구를 사요. 텐가 같은 기본적인 남성용 자위 기구는 갖춰놓고 있어요.

여성용과 남성용이 나뉘어 있지만, 같이 쓸 수 있는 섹스 토이가 더 많죠. 그렇죠. 여성용 바이브레이터로도 남자의 고환이나 성기를 자극할 수 있어요. 섹스 토이엔 정말 정답이 없죠.

애초에 같이 사용하기 위해 나온 제품 중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나요? 페니스 링. 굉장히 일반적인 섹스 토이인데, 안 써본 분이 많더라고요. 진동하는 링도 있어요. 페니스 뿌리까지 깊숙이 끼워도 되고, 고환을 묶어도 되고요. 사용했을 때 발기가 지속되는 효과도 있는 데다, 진동 덕분에 사정할 때 기분이 더욱 짜릿하다고 해요.

플레져랩 서울시 마포구 양화진길 10

우머나이저 W100 2015년 미국과 유럽을 강타했다. 흡입형 기구로 클리토리스를 정확히, 그리고 깊숙이 빨아들인다. 30초 만에도 절정에 도달할 수 있을 만큼 즉각적이고, 진동형 바이브레이터와 함께 쓰면 더할 나위 없다.

 

크레이브 베스퍼 조용하고 우아한 진동, 완전 방수에 충전식. 이 작은 목걸이형 바이브레이터의 뭉뚝하게 깎은 연필 같은 촉으로 원하는 부위를 정확히 짚어 자극할 수 있다. 도무지 섹스 토이처럼 생기지 않아 집 밖에 들고 다니기도 용이하다.

 

젠틀맨스 키트 포마드나 왁스를 연상케 하는 동그란 케이스 안에 언제 어디서나 불이 붙는 섹스를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꽉꽉 채웠다. 미국의 콘돔 브랜드 원One의 콘돔과 윤활제가 각각 세 개, 그리고 알콜 샬균 세정 티슈가 두 개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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