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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EQ900

2016.04.10GQ

이 땅이 혼돈하고 공허할 때, 제네시스 EQ900은 시대를 여는 창대한 신호일지도 모른다.

GENESIS EQ900 3.3T

엔진 3,342cc V6 트윈터보 가솔린

최고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kg.m

공인연비 리터당 7.8~8.5킬로미터

가격 7천5백60만~1억 9백만원

시대의 시작을 경험한다는 것 몇 가지 놀라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할 것이다. 일단 그 정숙성에 대해. EQ900이 제안하는 정숙성의 차원은 지금까지의 모든 침묵과 조금 다르다. 으레 조용하겠지 예측하는 수준도 살짝 벗어나 있다. 흔히 차단하듯 먹먹하게 틀어막은 것 같지 않고 은은하게 기분이 좋은, 화이트 노이즈에 가까운 소리가 차 안팎에서 나는 다른 모든 소리를 중화한다. 실내에서는 진동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로부터 의외의 산뜻함이 온다. 시동을 걸어도 마찬가지다. 그때부터는 더 본격적으로 오감을 열고 EQ900의 모든 것을 체험할 차례다. 운전 모드는 스마트, 스포트, 에코, 인디비주얼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일상 영역은 스마트 모드가 폭넓게 책임진다. EQ900의 스마트 모드는 출발하는 순간부터 시속 12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그 넓은 폭에 걸쳐 일관되게 부드럽고 침착하다. 그 어느 것도 신경을 거스르지 않는다. 이 변속기의 부드러움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새벽 두 시부터 들을 수 있는 나긋한 목소리, 봄밤에 아무도 모르게 내리기 시작하는 빗소리….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차선을 넘나들면 핸들이 진동했다. 차선을 바꾸고 싶은데 뒤에 다른 차가 있을 땐 사이드미러에 표시등이 들어오면서 경보음이 울렸다. 갑자기 바뀐 적신호 앞에서 살짝 급하게 속도를 줄일 땐 안전벨트가 왼쪽 어깨를 듬직하게 조였다. 하지만 이런 배려와 나긋함만이 EQ900의 성격이라 단정하면 좀 곤란하다. 스포트 모드에선 화끈한 가속과 민첩함을 감당할 수 있어야 하니까. 스포트 모드로 전환하는 순간 엔진과 변속기가 긴장하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에도 아주 적당한 무게감이 생겼다. 바짝 날이 선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최대치로 쓰도록 능숙하게 유도하다가 그 절정에서 거의 미끄러지듯 다음 단으로 넘어갔다. 그럴 때마다 속도와 날렵함의 경계가 속절없이 뚫렸다. 엔진룸에선 날카롭게 그르릉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운전하는 사람을 흥분시킬 줄 아는 차에서만 들을 수 있는 소리. 아까의 침묵과 지금 스포트 모드 배기음 사이의 간극을 그대로 현대자동차의 실력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경험의 폭이 이렇게까지 넓어졌다. 남산 소월길에선 최대한 몰아붙였다. 이 큰 차체에 익숙해지면서 속도도 점점 빨라졌다. 급히 꺾이는 커브에선 날을 바짝 세운 스케이트를 타고 어떤 코너를 공략할 때, 아이스링크를 지치는 것 같았다. 이 코너에서 경쟁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저 앞이 승리 직전인 것 같은 심정.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차분하고 충만하게 실력을 키운 후 지치지 않고 최선을 다했을 때…. 모든 새로운 시대는 그때 열리는 게 아닐까? 한국자동차기자협회는 제네세스 EQ900을 2016년 올해의 차로 선정함으로서 그 가치를 인정했다. 곧 출시할 제네시스 EQ900의 리무진 버전, EQ900L은 제네시스의 창대한 세계관을 다시 한 번 확장할 예정이다.

DETAIL

 

 

제네시스는 독립된 하나의 브랜드로서 전혀 새롭고 아름다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있다. EQ900의 농익은 디자인은 그 명백한 증거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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