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지붕, 뉴 미니 컨버터블

그대 길목에 서서, 뉴 미니 컨버터블을 타고 그대를 맞으리. 향그러운 꽃길로 가면 나는 나비가 되어…

 

우리는 LA에서 어딘가로 넘어가는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이, 뉴 미니 컨버터블 실내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소리를 듣고 있었다. 과연 바람조차 당차고 쾌활해서, 그 소리조차 즐길 수 있는 요소로 만들어버리는 차. 어떤 차는 태어날 때부터 ‘정숙성’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거의 무시해버리듯 한다. 우 리가 자동차를 판단하는 흔한 기준은 애초에 쓸모조차 없다는 듯한 태도, 차 안에서 듣는 바람소리 자체를 드라이브에 포함시켜버리는 자신감. 그런 태도가 뉴 미니 컨버터블의 재미와 즐거움을 만든다. 그러니 미니처럼 지붕을 열기에 좋은 차도 흔치 않다. 컨버터블은 생활이나 효율같이 일상적인 단어로부터 멀고 오로지 낭만과 가까운 장르라서. 뉴 미니 컨버터블은 오로지 재미와 낭만의 결합이니까.

산길은 좁고 구불구불했다. 미니를 시승할 땐 이런 길이 고약하면 고약할수록 좋다. 차체는 단단하고 핸들은 기민하니까, 거의 놀이터에 온 것처럼 놀 수 있다. 미니의 차체가 낮은 건 아닌데 엉덩이는 땅에 붙은 것 같다. 지면을 읽는 감각이 그렇게 즉각적이다. 통통거리는 그 감각조차 신명이 나서, 이런 길이 한국까지 이어져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3세대 미니는 그 성격을 그대로 지키면서 쾌적하게 차체를 키운 것이 핵심이었다. 그 결과 미니는 조금 더 편하고 고급스러우면서도 현란한 차가 됐다. 더 많은 사람을 중독시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 알토란 같은 재미가 어디 가나? 우리는 뉴 미니 컨버터블을 타고 들렀던 LA 인근의 모든 길에서 웃고 있었다.

“여기, 멀홀랜드 드라이브네요!”

“영화에 나왔던 그 길? 아, 그 여자! 누구더라?”

 

우리는 조금 흥분해 있었다. 다소 과장된 목소리로 빠르게 얘기하면서 ‘Mulholland Dr.’라고 쓰여 있는 번호판을 빠르게 지나쳤다.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 싶어서 낯선 땅에 온 아름다운 여자의 묘한 얘기. 창밖에서 거대한 개의 목줄을 손에 쥐고 조깅하는 여자는 감색 레깅스와 형광주황색 탱크톱을 입고 있었다. 우린 그 옆도 빠르게 지나쳤다. 그러자 대문 뒤가 절벽인 것같이 그 끝을 알 수 없는 저택이 나왔고, 골목을 지났더니 거대한 검정색 세단이 갑자기 등장했다. 우리는 그렇게 지나치는 모든 풍경에 ‘바앙, 바아앙!’ 아주 당찬 엔진 소리를 남겨놓았다. 아까 시작한 담이 어디까지 이어지는 건지 알 수 없는 빌라 단지를 지날 때, 우리가 운전하는 미니 컨버터블의 엉덩이에서는 ‘펑! 펑!’ 터지는 소리가 났다.

“히히히, 이 차 정말 재미있네요.”

이건 운전석에서나 조수석에서도 똑같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이럴 때의 웃음소리는 ‘히히히’ 혹은 ‘헤헤헤’여야 옳을 것이다. 저 앞에 왼쪽으로 깊이 꺾이는 도로가 있고, 그 커브를 통과하려고 기어를 하나씩 내릴 때마다 레드존을 때리는 엔진 소리를 들었다. 우리는 정말이지 1,998cc 직렬 4기통 싱글 터보 엔진의 회전수를 알차게 끌어 썼다. 미니니까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이런 순간에 마음을 푹 놓을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미니를 재미있게 만든다. 타이어와 도로의 한계를 가늠하면서 그 코너를 날카롭게 통과했다. 다시 가속할 때, 조수석에 앉은 사람은 두 손을 하늘로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깔깔깔’.

중요한 건 이 모든 감각을 뉴 미니 컨버터블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컨버터블은 쿠페보다 무겁다. 지붕이 없어서 가벼울 것 같지만, 그래서 약해질 수 있는 차체를 보강하는 데 갖가지 방법을 쓴다. 천 지붕을 전동으로 작동시키기 위한 부분의 무게도 무시할 순 없다. 하지만 미니가 재미를 기준으로 누구를 실망시킨 적은 없고, 그건 미니의 세팅이 절묘해서다. 3세대 미니 컨버터블도 마찬가지였다. 뉴 미니 컨버터블의 섀시를 담당한 유르겐 메츠는 이렇게 말했다. “스프링은 10퍼센트 부드럽게 세팅했어요. 그래야 차체에 부담이 덜 가니까요. 앞부분은 10퍼센트 딱딱하게, 뒷부분은 10퍼센트 부드럽게. 그러면 날렵한 핸들링을 살리면서 조금 더 편안한 느낌을 낼 수 있어요.

스프링과 댐핑 포스를 조절하는 거죠.” 언덕 꼭대기에 마련된 전망대 옆에 차를 잠시 세우고 유니버셜 스튜디오를 내려다볼 때, 우리는 좀 가쁜 숨을 쉬고 있었다. 유르겐 메츠의 설명대로, 은은하고 편안하게 달리다가도 날렵하게 꺾여 들어가는 미니의 핸들링을 거의 놀이동산에서처럼 갖고 놀았기 때문이었다.

미니는 LA 한인 타운에 있는 라인 호텔에서 뉴 미니 컨버터블의 글로벌 시승회를 진행했다. 기자들은 한국, 중국, 호주, 프랑스 등에서 참가했다. 호텔 수영장에는 이번에 새로 적용한 캐러비언 아쿠아색 미니 컨버터블 한 대가 서 있었다. 낮 두 시쯤, 멀리서 남미 어딘가의 바닷가를 내려다볼 때의 그런 색깔. 너무 깊은 바다 말고 적당히 놀 수 있는 정도의 깊이라서 낼 수 있는 투명하고 맑은 파랑색이었다. 미니 스태프들은 격식 같은 건 차릴 생각도 없다는 듯이 군데군데 서서 반팔 셔츠를 입고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온화했던 사람같이, 과연 휴양지에서처럼 웃고 있었다. 오로지 즐거움을 위해서 여행할 줄 아는 사람의 태도였다.

 

브랜드의 개성이 또렷하면 그걸 만들고 설명하는 모든 사람에게서 공통된 태도를 발견할 수 있다. 미니는 그중 확실하다. 미니의 프레젠테이션은 늘 빠르고 간결하다. 수영장에는 미니 로고가 박혀 있는 놀이기구가 둥둥 떠 있었다. 기자들은 미니에서 나눠준 나무색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다. 얼른 도로로 나가지 못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오전 10시 즈음이었을까? 햇볕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할 때 우리는 거의 20여 대의 미니 컨버터블을 타고 LA 시내로 쏟아져 나갔다.

미니 컨버터블은 지붕이 있는 거대한 주차장에 도열해 있었다. 지붕은 시동을 건 순간부터 열어놓았다. 하지만 도로는 생각보다 훨씬 뜨거웠다. 우리는 LA의 햇빛에 도취됐다가, 달릴 때마다 식었다가, 정차할 때마다 달아오르곤 했다. 정체가 몇 분이고 이어질 땐 정수리 즈음에 땀이 나는 것 같았다. 그렇게 시속 20~30킬로미터 정도로 서행할 때, 우린 지붕을 닫기로 했다. 어차피 오후에는 해안도로를 달릴 테니까, 나무가 많은 산길도 달릴 거니까…. 그때 열고 만끽하자는 심산이었다. 뉴 미니 컨버터블의 지붕은 시속 30킬로미터 이내에서 언제든지 열고 닫을 수 있다. 완전히 열고 닫는 데 걸리는 시간은 18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주변에 서 있던 차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지만, 그런 시선에 마음을 쓰는 사람이 마음 푹 놓고 컨버터블을 즐길 수는 없을 것이다. 컨버터블은 개인주의자의 차다. 하물며 뉴 미니 컨버터블이야. 지붕을 여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아주 다른 차원의 쾌락이 있다. 경험하기 전에는 모르는 일, 그 시작이 뉴 미니 컨버터블이라면 앞으로도 그 세계에서 오래 머물 거라는 확신이 있다.

뉴미니 컨버터블에는 올웨이즈 오픈 타이머라는 기능도 있다. 주행을 시작한 이후 지붕을 열고 달린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를 분 단위까지 측정해주는 기능이다. 리셋은 원할 때마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지붕을 열고 달린 시간이야말로 자동차의 정체성을 얼마나 존중했느냐에 대한 기록 아닐까? 혹은 진짜 여유를 즐긴 시간의 총합일 수도 있다. 필요하진 않지만 있으면 행복한 기능. 재미를 추구하면서 기본기는 전혀 포기하지 않는 고집이 미니의 세계관을 구축한다.

지붕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가 지붕을 약 40센티미터 정도 열어놓고 달리기도 했다. 2월의 LA는 한국의 초여름 같았다. 그래서 슬슬슬 지붕을 열다 바람이 적당히 들이치기 시작할 때 멈췄다. 직사광선은 천 지붕이 가려줬다. 바람은 열린 틈으로 들어왔다. 선루프를 열었을 때 들어오는 인색한 바람과는 아주 달랐다. 어렸을 때 지붕 위로 고개를 내밀고 싶었던 마음을 지금 보상받는 것 같았다.

“이거… 정말 괜찮은데? 지붕을 연 건 아니지만 선루프나 창문하고는 비교가 안 되네요.” 우리는 산에서 내려와, 한껏 달아 오른 엔진을 식히면서 점점 해안도로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시승을 하다 보면 이런 순간을 만나게 된다. 테스트와 드라이브의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 오늘이 마지막인데도 내 차인 것 같은 착각. 미니를 탈 때는 공과 사의 경계가 더 쉽게 무너지는 경험을 여러 번 했다. 이 차는 정말이지 순식간에 마음을 파고 들어와 한자리를 단단히 차지하고 포기할 줄을 모른다. ‘갖고 싶다’는 혼잣말을 몇 번이나 되뇌다가, 어떻게 하면 이 차를 살 수 있는지를 아주 현실적으로 따지게 된다.

저녁을 먹던 LA 라인 호텔 식당에서 유르겐 메츠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니를 정말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컨버터블이 제일 좋아요. 지난 12월부터 뉴 미니 컨버터블을 타고 있는데, 정말 만족해요.” LA에서 만난 미니 프로젝트 매니저도 미니의 오래된 팬이었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물건을 만드는 일, 자기가 좋아하는 지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지키면서 최대치의 진보를 성취하는 것. 뉴 미니 컨버터블은 그 결과일 것이다. 그날 점심 즈음에는 이런 메모를 써뒀다.

“체기가 다 내려가는 것같이 달리다가, 결국 아주 정확하게 제한속도를 지키기 시작했다. 진짜 낭만과 재미는 그때부터 시작됐는지 모른다. 유유하고 정확하게 선을 그리면서 운전하는 것, 타다 남은 연료가 펑펑 터지는 소리를 듣거나 바퀴가 미끄러지도록 의도하지 않고 평화롭게 달리는 일. 뉴 미니 컨버터블은 그렇게 탈 때마저 재미가 있었다.”

점심을 먹고 다시 호텔로 돌아가는 길은 해안도로와 고속도로가 섞여 있었다. 제한속도가 적혀 있는 간판이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몇 마일이었지? 우리는 굳이 신경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느긋해져 있었다. 뉴 미니 컨버터블의 한계를 가늠해보려는 마음은 바닷바람이 다 식힌 것 같았다. 오후 네 시경이었나? 해는 저물기 시작했고, 지붕은 끝까지 열었다. 가끔은 한쪽 팔을 문 밖으로 뻗기도 했다. 이 바람을 더 벅차게 느끼고 싶어서, 해가 지면 운전도 끝나는 날이니까….

LA의 2월은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온화했고, 한국의 4월은 명실상부 봄의 복판일 것이다. 지붕을 열고 달리기에 참 좋은 계절의 시작이다. 그렇게 어느 산길을 달릴 때, 열린 지붕으로 훅 들어오는 벚꽃 냄새를 맡을 수 있을까? 그 꽃이 지는 계절엔 떨어지는 꽃잎을 차 안에 들일까? 누구라도, 오로지 나만의 여유를 위해 투자해도 좋은 시간, 뉴 미니 컨버터블이 한국에 상륙했다.

이 천 지붕을 열고 닫는 데 결리는 시간은 단 18초다. 18초를 투자하면 다른 어떤 자동차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경험을 시작할 수 있다. 시속 30킬로미터 이하에서는 주행 중에도 조작할 수 있다. 움직이면서도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다는 건 아주 중요한 위안이다. 운전을 하고 다니다 보면 반드시 그래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지붕이 열리기 전엔 약 40센티미터 정도, 마치 선루프처럼 미끄러지듯 열린다. 그렇게 달리는 감각 또한 아주 상쾌하다. 다 열었을 때, 천 지붕이 접힌 모양은 아주 옛날 마차를 연상시킨다. 지붕이 저렇게 열리면 트렁크가 좁지 않느냐고? 여행용 트렁크 두 개가 넉넉하게 들어간다.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