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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피니티의 크리에이티브란?

2016.04.22GQ

인피니티의 디자인에는 자연과 건축, 인간이 담긴다. 4년 만에 한국에 온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시로 나카무라 씨가 초승달과 별을 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 GQ >와 4년 만에 다시 만났다. 2012년, 서울 모터쇼에 콘셉트카 ‘에센스’를 선보일 때였다. 그때의 인피니티와 지금의 인피니티는 얼마나 다른가? 에센스는 바로 그 시점에서 인피니티의 미래를 잘 보여줬다. 에센스 덕분에 인피니티의 디자인 언어가 굉장히 또렷해졌다. 에센스 이후 인피니티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차종도 다양해졌다. 오늘 우리는 Q30과 Q60도 소개했다. 지난 4년간 인피니티의 포트폴리오는 굉장히 넓어졌다. 꾸준히 지속적으로 진화했다.

Q80 인스피레이션은 에센스에 비해 단호하고 정제된 느낌이다. 기본적인 디자인 언어는 다르지 않다. 인피니티는 또렷한 디자인 요소를 갖고 있다. 동양의 다리가 물에 비치는 풍경을 형상화한 ‘더블 아치 라디에이터 그릴’, 사람 눈을 그대로 닮은 ‘휴먼 아이 헤드램프’와 초승달 모양 C필러 등이다. 여기에 아주 날카로운 선과 흐르는 듯한 면이 강력한 대비를 이룬다.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하지만 Q80은 훨씬 정제돼 있다. 진보한 것이다. 헤드램프도 기술적으로 진보했다. 더블 아치 그릴도 3차원 형태가 됐다. 강력한 숄더 라인과 글래머러스한 차체, 인피니티의 세 가지 요소는 그대로 유지했다.

에센스의 굴곡은 여체에서 영감을 받은 거였다. Q80 인스피레이션은 조금 달라 보인다. 모든 것은 진화하기 때문이다. 에센스의 비율과 디자인은 아주 용감했다. 그때는 그런 차가 없었다. 자동차 업계에 놀라움을 선사하고자 했다. 모두에게 충격을 주고자 했다. 그 방향이 옳다고 믿었다. 시장은 그것이 인피니티라고 생각했다. 우리 디자이너도 그런 방향을 믿었다. Q80 인스피레이션은 에센스의 기초에서 얼마나 더 진보할 수 있을 것인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다.

그때 당신은 에센스의 디자인이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하면서도 라디에이터 그릴을 약간 손보면 어떨까 했다. 더 나은 디자인에 대한 디자이너로서의 고민이었다. Q80 인스피레이션에도 그런 부분이 있나? 아주 개인적인 아쉬움 같은 것. 내가 그때 뭐라고 했지? 하하,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더 나은 디자인이 될 수도 있었을 거라고 말했을 수 있다. 이번에는 그런 부분이 별로 없다. 아주 잘 해냈다. 에센스와 Q80의 앞모습을 비교하면 Q80 쪽이 훨씬 더 강력하고 나은 모양이다. 인테리어도 아주 멋지다. 에센스도 인테리어가 굉장히 멋있었다. 내 생각에는 인피니티 역사상 최고의 인테리어 디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뒷좌석이 아주 멋지다. 에센스는 2도어 쿠페지만 Q80 인스피레이션은 문이 네 개 있으니까. 뒷좌석을 훨씬 강조했다. 이런 연구는 콘셉트카에서 끝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인피니티는 이런 아이디어를 바로 양산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다. 콘셉트카를 콘셉트에만 머무르도록 만들고 싶지 않다.

직선과 곡선, 그 둘이 만나는 점과 면의 형태가 자동차의 인상을 결정한다. Q80 인스피레이션의 직선과 곡선의 비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염두에 뒀던 이상적인 형상 같은 게 있나? 직선과 굴곡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은 거의 패션 같다. 어떤 것이 옳다 그르다 말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우리는 패션의 세계에 산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같은 곳에 머무를 수 없다. 늘 같은 모습일 수도 없다. 우리는 자동차 산업만 보고 있는 게 아니다. 사람과 건축, 자연 등 많은 것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것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어떤 선이 너무 곧은가 굴곡진가에 대해 우리는 매일매일, 계속해서 노력하고 연구한다. 대중에게는 5년 만의 결과물이지만 우리는 매일 해온 것이다. 그렇게 꾸준히 흘러왔다. 보기에는 에센스에 비해 직선이 많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굉장히 자연스러운 본능과 연구의 결과다. 물론 전략적으로 경쟁사와의 명확한 차별화를 위해, 내부적으로는 닛산과 인피니티를 정확히 구분하려고 생각하는 것도 있다. 우리는 양쪽을 깊이 이해하면서 지켜보고 있다. 그러고 나서 아주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차를 만든다.

 

INFINITI’S CONCEPT CARS

2009 ESSENCE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지금까지 양산되는 거의 모든 인피니티 디자인의 단서를 에센스에서 다 찾을 수 있다.

2011 ETHERA 역시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해치백과 쿠페 사이 어딘가에서 독보적인 디자인. Q30의 디자인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까?

2012 EMERGE-E 이머지-E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했다. 인피니티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2015 Q80 INSPIRATION 향후 인피니티의 기함이 궁금하다면 Q80 인스피레이션의 디자인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Q80 인스피레이션이 사람이라면 남자인가, 여자인가? 에센스는 여자였다. 여전히 여자다. 모든 인피니티는 기본적으로 여자라고 생각한다. 물론 세상에는 다양한 타입의 여자가 있다.

아름다움이야말로 여자의 공통점 아닐까? 물론 그렇다. 그 아름다움과 자연스러운 형태. 그때 내가 닛산 GT-R 얘기도 했나? 그 차는 여자일 수가 없다. 거의 건담 같은, 남자 로봇이다. 자동차 디자인은 늘 사람의 몸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 자동차 디자인을 사람 몸에서 분리해 생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사람의 몸이야말로 미학적으로 완벽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이상에 닿으려고 한다.

Q80 인스피레이션은 어떤 여자일까? 묘사해줄 수 있나?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나?

아주 패셔너블하면서 지적인 여자. 그래서 과하게 꾸밀 필요가 없는 여자, 동시에 감성이 아주 풍부한 여자 같다. 나이와 관계없이 내면에 아주 뜨거운 것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 정확하다. 지적이고 세련된 여자, 내면에 풍성한 감성을 가진 여자. 에센스는 그 감성이 외면에 많이 드러나는 여자였다. 표현에 더 익숙한 여자였달까? Q80 인스피레이션에는 내면에 숨겨둔 감성이 있다. 어쩌면 더 지적일 수도. 에센스는 더 긍정적인 여자였다. 당신의 해석이 완벽히 옳다.

인피니티가 재미있는 건 디자인 요소에 자연과 사람, 사람이 만든 건축물도 있다는 거다. 그런 요소를 모아서 하나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왜, 언제 그런 영감을 받고 그것을 활용하는 건가? 인피니티는 자연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는 차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본, 더 넓게는 아시아의 미학이다. 우리의 기본적인 전략이다. 우리 디자인 팀에는 아주 창조적인 디자이너가 많다. 늘 굉장한 작품을 들고 온다. 우리는 그 작품의 스케치를 보고 어떤 요소가 어디서 왔는지, 그 영감의 배경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그 후 최종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을 고른다. 미학적으로 아름다우면서도 이면의 이야기가 좋은 것을. 그러지 않으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피니티는 시작부터 그런 브랜드였나? FX의 경우, 이미 시작부터 놀라운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에센스도 아주 중요한 작품이었지만 인피니티의 첫 번째 FX야말로 정말 중요한 차였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유지하고 있는 많은 요소가 있었다. 그릴, 헤드램프, 강력한 숄더 라인 그리고 아주 유려한 선까지. 그땐 초승달 모양 C필러만 없었다. C필러는 자동차를 고유하게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A필러는 기능적인 부분이라서 디자인에는 제한적이다. 여지가 별로 없다. 하지만 C필러는 디자이너로서 거의 유일하게 뭔가 해볼 수 있는 부분, 자동차의 성격을 표현하는 데 아주 중요한 부분이다.

라디에이터 그릴의 모양은 정말 강이나 호수를 표현하려고 이렇게 선으로 그린 건가? 안쪽 패턴을 말하는 건가? 물이 흐르는 것 같은 모양이다. 정말 움직이는 것 같지 않나?

고요한 호수 같다. 바람이 불고. 기계가 아니라 유기체 같은 모양을 의도했다. 우리의 그릴은 격자 무늬가 아니라 하나의 선이다. 망 모양도 벌집 모양도 아니다. 하나의 선, 하나의 파동이다. 망처럼 보이지만 그게 아니다.

 

UPCOMING!

INFINITI Q30 거의 처음 보는 형식과 비율. 인피니티 최초의 콤팩트 세그먼트다. 오는 6월 부산 모터쇼에 출시할 예정이다.

INFINITI Q60 우아하면서도 공격적인 쿠페. 이 디자인이야말로 완숙하다. 2016년 안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80 인스피레이션에서 정말 맘에 드는 부분이 있나? 뒷모습을 좋아한다. 뒷유리 없이 지붕이 이어진다. 뒷유리는 곧 없어질 것이다. 카메라가 법적으로 모든 것을 대체할 거다. 운전석에서는 스크린으로 뒤를 보게 될 거다. 디자이너에게는 굉장한 자유가 생기는 거다.

대륙 혹은 나라마다 자동차의 아름다움을 이해하는 방향이 각자 다를 것이다. 인피니티가 전 세계를 설득할 수 있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역적 취향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다. 전 세계 사람들이 거의 같은 정보를 동시에 공유한다. 지역과 지역을 디자인으로 분류할 필요도 없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미국차는 굉장히 미국적이었다. 이후 유럽과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 중국이 가세했다. 세계화는 점점 가속화될 것이다. 인피니티 같은 프리미엄 세그먼트는 더하다. 프리미엄 고객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한다. 세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잘 알고 있다. 자동차뿐 아니라 패션, 음식에 대한 그 다음 트렌드까지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 한 지역의 고객을 설득할 수 있다면 다른 지역의 고객도 설득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물리적인 차이는 있겠지. 미국에 있는 그 거대한 트럭은 미국에만 있다. 미국은 정말 큰 나라고 그런 차가 필요하니까. 일본에 작은 차가 많은 것과 같다. 감성이 아니라 물리적 차이다. 우리는 항상 전 세계를 대상으로 디자인한다.

Q30 같은 비율과 세부를 본 적이 없다. 아주 공격적이다. 어떤 인상을 주고 싶었나? 옳게 봤다. 아주 용감한 디자인이다. Q30은 크로스오버도 해치백도 아니다. 새 세그먼트를 창조하고 싶었다. 더 젊은 고객을 염두에 뒀다. 젊은 고객은 새로운 것에 더 열려 있다. 해치백? 크로스오버? 그런 분류는 중요하지 않다. 신선한 것을 원한다. 세단에는 세단의 형태가 있고 쿠페에는 쿠페의 형태가 있다. 그건 고유하고 일관되다. 이미 정해져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Q30은 좀 다른 차다.

당신에게 30분의 자유시간이 있다. Q80 인스피레이션과 Q30을 타고 어디에 가고 싶나? Q80 인스피레이션을 타고는 길고 곧은 고속도로를 달려 근사한 파티에 가고 싶다. Q80 인스피레이션은 나이트 라이프에 어울린다. Q30은 운전이 정말 재미있는 차다. 안 그래도 어제 운전했다. 나는 아주 흥분했다. 당신도 아주 재미있을 거다.

당신을 위해 초승달 모양 풍선을 준비했다. 우리 C필러를 상징하는 건가? 근데 별은 무슨 뜻인가?

당신과 인피니티? 오, 정말?

시로 나카무라라는 남자 인피니티의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인피니티 모델의 그 역동적인 디자인이 이 남자의 손을 거쳤다.

    에디터
    정우성
    포토그래퍼
    이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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