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뮤직의 묶음 판매

지금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매체는 네이버의 < 매거진 S >일 것이다. 기사가 ‘네이버 메인’ 에 걸리느냐 마느냐가 매체의 당일 성패를 가르는 상황. < 매거진 S >는 네이버가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콘텐츠다. 함량도 뛰어난 편.

네이버 뮤직은 < 매거진 S >처럼 완전히 매체를 지향하진 않는다. 판매용 콘텐츠가 아닌 < 매거진 S >와 달리, 네이버 뮤직은 자체적으로 음원을 파는 상황과도 관련이 있을 터. ‘매거진’ 이란 섹션이 있긴 하지만, 네이버 뮤직 메인 페이지에 곧장 등장하는 건 아니다. 대신 메인 페이지는 무척 단순한데, 새 음반, 실시간 차트, 뮤직비디오, 주목받는 앨범을 설명 없이 보여 줄 뿐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네이버 뮤직은 매체로서의 기능을 지향한다. 적어도 어느 정도는. 매주 국내와 해외의 음반을 각각 6~7장씩 고르는 ‘이주의 발견’ 페이지가 그렇다. 그런데 거기도 단순하긴 마찬가지다. ‘이주의 발견’이라고까지 이름을 붙인 큐레이팅의 의지가 분명한 페이지지만, 일단은 덜렁 음원만 노출될 뿐이다. ‘원문 보기’라는 아이콘 하나 없는 링크를 누르면 다른 페이지가 열리고 그곳에 추천사가 있는 형태. 그러니 ‘이주의 발견’의 목표는 일단 사람들 이 그 음악을 듣고 사게 하는 데 있다. ‘기레기’ 들이 ‘쓴’ 기사가 아니라 네이버가 ‘고른’ 음반이니, 사람들은 믿는다.

‘원문 보기’ 링크를 눌러 연결되는 섹션이 바로 ‘매거진’이다. 2016년 4월 셋째 주의 ‘이주의 발견 – 해외’ 편으로는 제프 버클리 외 7장의 음반을 뽑았다. 제프 버클리의 컴필레이션 음반 < You and I >의 추천사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한없이 깊고 섬세한 천상의 목소리와 날것 그대로의 투명한 기타 사운드는 다시금 아련한 꿈길로 우리를 안내한다.” 추천이란 이름을 달고 쓴 만큼 리뷰는 아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판매용 음반의 라이너노트인가? 아니다. 네이버가 발견한 음반에, 네이버가 발견한 필자가 쓴 글이다.

과연 90년대의 제프 버클리를 좋아한 사람들에게 이 음반은 어떤 의미일까? < 피치포크 >는 이 음반에 평점으로 5.8점을 매겼다. < 가디언 >는 별점 두 개, < 메타크리틱 >이 모은 평론의 평균은 58점이다. 그러니, 이 60점짜리 음반에 바치는 헌사로, 저런 개인적 감상에 가까운 추천사는 적절한가?

백번 양보해 주관적 감상에 따른 추천이라 해도, 당장 가장 빠른 정보를 전달하는, 그래서 실시간 차트를 메인 페이지에 운영하는 네이버 뮤직은 지금 차트에 버금가는 동시대를 말하고 있나? 함께 뽑은 (역시 90년대에 주로 활동한) 엘리엇 스미스의 < Heaven Adores You >의 음반 리뷰는 이렇게 끝난다. “어느 한 곡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들의 향연이 펼쳐진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과연 정말 끝내주는 음반이 나왔을 때 쓸 수 있는 말로는 무엇이 남는 걸까.

한편 각각의 음반 추천에 달린 제목은 이렇다. ‘달콤한 로파이의 향연’, ‘아련한 천상의 목소리’, ‘진득한 미국 냄새’. 차라리 ‘펑크 + 클래식 피아노 = ?’라는, 장르 이름을 쓴 쪽은 구체적인 편이다. 위 셋 중 어느 제목을 어떤 음반에 붙여도 유효할 법하다. 큐레이팅엔 변별력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고르느냐부터 시작한다. 죽어도 어떤 것을 내세워야겠다면, 구체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네이버 뮤직엔 선택의 날카로움도, 구체적 추천사도 없다.

모바일 버전은 더욱 단순하다. 메인 화면은 아예 음원 차트를 3위까지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주제에 따른 ‘Playlist’가 이어진다. ‘태양의 후예 OST 완전정복’, ‘2016 지산 밸리 라인업 미리 듣기’ 같은 식이다. 실제 판매를 반영하는 차트보다 네이버 뮤직의 묶음형 큐레이팅이 앞서는 형태. 그 ‘Playlists’ 안에는 어떤 설명도 없지만, 소비자가 한 번에 그 수십 곡을 구매한다면, 네이버 입장에서 그보다 좋은 일은 없다.

묶음 판매. 결국 네이버 뮤직의 행보를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매체로서의 지위를 포기하지 않으며, 뭔가를 자신들의 시선으로 계속 고르고 추천하는 일. 바로 마트의 ‘MD 추천 상품’의 역할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단지를 매체라 부르지는 않는다. ‘한 명만 인기를 끌면 된다’는 전제에 기대어 많은 멤버 수로 데뷔하는 아이돌 그룹처럼, 매주 국내와 해외 각각 6~7장의 음반을 골라 전시하는 ‘이주 의 발견’은 묶음 판매의 핵심이다. 좀 좋은 음반과 아주 뛰어난 음반과, 영 별로인 음반이 섞인 채로 비슷하게 좋은 추천사를 싣는다. 네이버 입장에선 그중 뭐가 팔려도 그만이다. 아주 당연하게도, 음원 가격은 균일하니까. 많으면 많을수록 좋을 뿐.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