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클래식 마스터 ‘다이키 스즈키’

다이키 스즈키 (엔지니어드 가먼츠 디자이너)

아메리칸 클래식과 캐주얼을 바탕으로 하는 브랜드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이끄는 남자는 흥미롭게도 일본인 디자이너 다이키 스즈키다. 워크웨어부터 밀리터리웨어, 스포츠웨어, 아이비리그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요즘 옷에서 쉽게 찾기 힘든 빈티지한 세부와 감성을 담는다. 다이키 스즈키를 ‘미국 사람보다 더 미국적인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라고 평하는 이유다.

사람들은 당신을 “미국 사람보다 더 미국적인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라고 말한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조금 민망하다. 아메리칸 스타일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나 목적의식을 갖고 시작한 건 아니라서. 물론 어렸을 때부터 미국 옷을 좋아했고 즐겨 입었으니 자연스레 그런 취향이 묻어났을 테지만, 그래도 이런 칭찬을 들으려면 랄프 로렌 정도는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랄프 로렌은 미국인이고 당신은 일본인이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 아메리칸 스타일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다루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인 특유의 집요하고 외골수적인 성격 때문일까? 과거의 복식 자료를 찾거나 연구하는 식으로 일하는 타입은 아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일본에서는 아메리칸 클래식이 크게 유행했고 나 역시 그걸 경험하며 자랐다. 오히려 그때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려 옷을 만든다.

2016 SS ENGINEERED GARMENTS

아메리칸 클래식이 그렇게 큰 유행이었나? 당시만 해도 미국에 대한 일종의 동경이 있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했다. 옷뿐만 아니라 라이프스타일까지 바꿀 정도였으니 ‘무브먼트’라고 해도 어색할 게 없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미국적인 옷’은 뭔가? 진과 티셔츠, 친근하면서도 거칠고, 합리적이며 실용적인 옷.

처음으로 산 옷은 뭐였나?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는데 VAN의 브이넥 스웨터였던 것 같다. 부드러운 양모로 만든 데다 가슴 부분에 브랜드 로고도 새겨져 있어 굉장히 좋아했다. 그러고 보니 격자무늬가 있는 버튼다운 옥스퍼드 셔츠도 있었다. 어떤 게 더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VAN 제품이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VAN을 굉장히 좋아했나 보다. 가장 ‘핫’한 브랜드였으니까. 옷 좀 입는다는 친구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었다. 복스나 J. 프레스, 하버드, 맥그레거 같은 브랜드도 많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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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옷이었으면 꽤 비쌌을 텐데? 당시 판매되던 미국 브랜드 옷은 대부분 라이선스로 일본에서 제작했다. 그래서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렇게 만들었다는 걸 꿈에도 몰랐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고 정말 많이 실망했다.

아메리칸이 클래식 아닌 다른 스타일을 시도해본 적은 없나? 일본 디자이너 브랜드에 흠뻑 빠졌던 적도 있다. 그땐 또 그게 유행이었다. 특히 꼼 데 가르송을 좋아했다. 그때의 꼼 데 가르송은 지금보다 간결하고, 전통적인 디테일을 많이 담고 있었다.

꼼 데 가르송을 입은 다이키 스즈키라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한번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빼입고 롯폰기 나이트클럽에 간 적이 있는데, 옷을 잘 갖춰 입지 않았다며 안으로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그때 꽤나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아직까지도 난다.

엔지니어드 가먼츠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1998년 뉴욕 소호에 네펜데스 매장을 연 지 얼마 안 됐을 때 한 셔츠 공장이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마침 자체 제작 상품을 기획하고 있던 터라 그들과 함께 셔츠를 만들었고 그렇게 탄생한 게 ‘19세기 BD 셔츠’다. 처음에는 네펜데스 뉴욕이라는 라벨을 달고 판매했는데 이것이 후에 엔지니어드 가먼츠로 발전했다.

엔지니어드 가먼츠라는 이름은 어떻게 생각해낸 것인가? 함께 일하던 디자이너가 “우리 옷은 패션 의류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만든 옷 Engineered Garments 같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복잡한 패턴과 디테일에 대한 일종의 불평이었지만, 나는 그 단어가 주는 어감이나 의미가 마음에 들었다.

굳이 ‘made in new york’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우리가 뉴욕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옷은 디자인이 복잡해 공정과 결과물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세부 하나하나를 세심하게 체크하기 위해 우리의 눈과 손이 닿는 곳에서 옷을 제작한다.

당신의 셔츠에는 단추 색깔로 포인트를 주거나, 주머니를 특이하게 만드는 식의 위트가 있다. 그런 점이 참 귀엽다. 그건 내가 빈티지한 요소를 좋아해서다. 예전 옷에는 그런 재미가 참 많았다. 현대적으로 재해석할 만한 여지도 많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셔츠 스타일은 뭔가? 파란 샴브레이 워크 셔츠. 버튼다운 셔츠도 자주 입는다.

한국에서도 7~8년 전쯤 아메리칸 클래식이 유행하면서 엔지니어드 가먼츠가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은 흥미로운 도시다. 독특한 에너지가 있고, 시장도 크다. 한국에서는 샌프란시스코 마켓에서만 엔지니어드 가먼츠를 파는데, 그곳에서 만난 손님들은 옷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았다.

당신이 갖고 있는 셔츠는 대략 몇 장 정도인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1백 장은 분명 넘는다.

옷장에서 가장 아끼는 아이템 세 가지만 꼽는다면?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남색 베드포드 재킷과 웨스턴 셔츠 그리고 군용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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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있다면? 드리스 반 노튼과 꼼 데 가르송, 사카이. 모두 혁신적이면서 추진력이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지금은 어디 살고 있나? 뉴욕 로어 이스트 맨해튼.

그곳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드나? 맨해튼이지만 브룩클린 같은 정취도 느낄 수 있다는 점.

가장 좋아하는 곳은 어디인가? 롱 비치와 로스코.

롱 비치는 서핑 때문인가? 그렇다. 가깝고 아름답고 서핑을 하기 좋은 파도가 친다.

로스코는 어디인가? 뉴욕 주 북부, 설리번 카운티에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쉬는 날은 친구나 가족과 그곳에서 낚시를 한다.

쉬는 날은 또 뭘 하나? 집에서 영화를 보거나 미술관에서 전시를 본다. 친구들과 술도 마신다.

좋아하는 음악은 뭔가? 재즈와 클래식, 록을 즐겨 듣는다. 요즘은 문 택시라는 밴드에 빠졌다. 테네시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데, ‘러닝 와일드’라는 노래가 정말 끝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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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패션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