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와인 용어 사전

보일 듯이 보이지 않고, 잡힐 듯이 잡히지 않는 테이스팅 노트 속 단어들을 헤집어봤다.

Earthy

● 와인 품종이나 숙성 정도에 따라 발현되는 향이다. 모래가 아닌 흙이 젖었을 때 나는 냄새에 가깝다. 프랑스어로 ‘수부아Sous Bois’ 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나무 아래 흙이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 전문 기자

● 흙냄새. 더 정확히는 먼지 같은 ‘쿰쿰함’이다. 외할머니 댁 광에 들어갔을 때 맡았던 냄새 같기도 하다. 식물 중에는 고사리에서 이런 흙냄새가 난다. 어머니가 분갈이를 하실 때 테라스 한쪽에 펼쳐놓으신 부엽토에서도 이런 쿰쿰함이 느껴진다. 병 숙성이 잘된 와인에서 이런 향이 느껴질 때는 기분이 좋다. 하지만 과하면 오래된 와인이거나 코르크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부슬부슬 가는 비가 내린 후 화단에서 나는 흙냄새인데, 그게 감이 잘 안 온다면 음식을 떠올려볼 수도 있다. 갓 자른 비트에서 나는 향, 버섯 리소토에 들어간 통통한 포르치니 버섯을 베어 물었을 때 나는 향과 비슷하다. 어린 빈티지의 신선한 와인보다는 몇 년간 숙성된 와인에서 주로 맡을 수 있고, 향긋함보다는 그윽한 느낌을 주는 매력적인 향이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Minerality

● 미네랄은 품종, 토양, 산도, 알코올 도수 등 다양한 원인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향이다. 그래서 미네랄 향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정확하게 설명하기가 힘들다. 좀 ‘쎄~한’ 느낌이랄까 다 마르지 않은 시멘트에서 나는 냄새, 동전을 오래 쥐고 있거나 철봉 운동을 하고 나면 손에서 나는 냄새랑 비슷하다. 수돗물을 막 틀었을 때 나는 쇠파이프 냄새에서도 미네랄이 느껴진다. 석회질 향이 도는 미네랄 향도 있다. 분필 냄새 같기도 하고 석고상이 가득 차 있는 미술실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하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바닷가 근처에 가면 공기 중에서 느껴지는 약간 짭짤한 뉘앙스 정도.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휘발유, 유황 온천, 라이터 부싯돌, 젖은 콘크리트에서 나는 향이다. 이렇게 쓰면 좋지 않은 냄새라고 여길 수 있지만, 이 향이 더해지면 ‘복합적이다’라는 인상을 준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Oily

● 기름 향이 아니다. 질감을 뜻하는 말이다. 산도와 유질감은 양립이 어려워 뾰족한 산도가 있는 화이트 와인에서는 느끼기 힘들다. 유질감을 좌우하는 글리세린은 온도가 높으면 더 잘 발현되기 때문에 와인 온도가 좀 올라가면 더 ‘오일리’하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전문기자

● 입에 넣었을 때 느껴지는 글리세롤의 매끈함. 바디가 가벼운 와인은 입에서 빨리 풀어지지만 알코올 도수가 높은 화이트 와인은 유질감이 느껴진다. 오크통에서 숙성시킨 화이트 와인도 ‘오일리’하다.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스위트 와인은 대부분 미끈거리는 질감을 가지고 있고, 화이트 와인 중에는 신대륙 샤르도네와 비오니에 와인이 대표적이다. 이 질감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두 종류의 화이트 와인을 비교 시음해보면 된다. 뉴질랜드 소비뇽 블랑과 호주산 샤르도네를 준비해 각각 다른 잔에 따른 뒤 번갈아 마셔보면 차이를 알 테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와인을 입안에서 데굴데굴 굴리면서 맛을 보다 보면 입안에서 실크 같은 감촉이 느껴지는 와인들이 있다. 그 느낌이 좀 더 풍부해지면 입 안에서 벨벳 같은 보드라운 감촉이 느껴진다. 실크 느낌의 와인은 바디가 조금 더 작고, 벨벳 느낌은 바디가 좀 더 크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Spicy

● 영어 단어를 그대로 해석하면 ‘매콤하다’인데, 와인에서 ‘스파이시’는 매운맛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칠리파우더나 케이준 양념 정도에서 느낄 수 있는 향을 뜻한다. 칠레 카르미네르?와인에서는 신기하게도 우리에게 친숙한 고춧가루 향이 난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 전문 기자

● 향신료 향. 홍고추, 후추, 바닐라, 생강, 정향, 회향, 계피, 육두구 등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모로코에서 먹는 이국적인 요리의 향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오크 숙성도 와인을 스파이시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후추를 그라인더로 갈 때 나는 향, 카푸치노에 뿌린 시나몬 향.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레드 와인 잔에 코를 대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을 때의 코를 간질이는 느낌. 매캐하면서 얼얼하고 동시에 시원한 느낌이 그것이다. 시라즈 품종에서 잘 느껴진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Yeasty

● 이스트는 와인을 발효시킬 때 쓰는 효모다. 포도를 으깬 즙에 이스트를 넣으면 이스트가 포도즙의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더 이상 먹을 당분이 없으면 이스트는 죽어 하얀 앙금이 된다. 이 하얀 앙금이 와인과 오래 접촉하면 와인에 이스트 향이 밴다. 레드 와인은 향이 진해서 섬세한 이스트 향을 느끼기가 쉽지 않지만,?화이트 와인에서는 비교적 쉽다. 빵 구울 때 나는 고소한 향, 생크림 향, 신선한 막걸리의 누룩 향과 비슷하다. 김상미 / 와인 칼럼니스트

●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천연발효빵 향에 가깝다. ‘생이스트’ 그 자체에서 나는 향이 가장 정확한데, 요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향을 떠올리기 힘들 수도 있다. 브리오슈처럼 버터가 많이 들어간 빵에서 나는 향이 아니라, 빵 반죽 향에 가깝다. 양진원 / 와인21닷컴 와인 전문 기자

● 식빵의 속살이나 팝콘에서 나는 향과 비슷하다. 조수민 / 와인비전 WSET 아카데미 강사

● 갓 구운 식빵, 특히 공장에서 대량 생산한 식빵 봉투를 막 열었을 때 나는 냄새를 떠올려보면 된다. 가장 좋아하는 ‘이스티’한 와인은 잘 숙성된 샴페인이다. 잔에 코를 대면 빵 냄새가 훅 느껴지는데, 그 향 자체로 맛있다. 김새길 / 와인나라 아카데미 부원장

 

 

Hoppy

● 맥주는 사용하는 홉에 따라 꽃, 허브, 풀, 흙, 나무, 과일 등 수백 가지 향이 날 수 있다. 하지만 흔히 ‘호피하다’고 말할 땐 ‘쓴맛’을 나타낼 때로 한정 짓는 경우가 많다. 쓴맛이 사람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기 때문일 테다. 홉의 쓴맛은 솔 향이 도는 치약으로 양치를 하고 나서 오렌지류의 과일이나 음료를 마셨을 때 느껴지는 씁쓸한 맛과 비슷하다. 상쾌함을 머금은 긍정적인 쓴맛이다. 유럽의 나라들이 홉의 쓴맛보다 다양한 향을 이용했다면, 미국의 맥주는 홉의 쓴맛으로 사람들의 미각을 자극하는 경향이 있다. 손봉균 / 시서론, 브루웍스 강사

● 보통 몰트에서 날 법한 ‘몰티한’ 향을 제외한 시트러스 계열의 향, 과일 향, 풀 향, 흙 향, 나무 향, 멘톨 향이 나면 ‘호피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정확한 기록을 위한 단어라기보다는 맥주를 대략적으로 아울러 표현할 때 사용하는 단어다. 류강하 / 브루마스터

● 풀과 꽃의 중간 정도 향 같기도 하고 바이올린 활을 닦는 송진 냄새와도 비슷하다. 아로마 테라피 마사지를 받을 때 느껴지는 오일 향도 떠오른다. 홉의 향은 크게 두 가지, 흙 계열과 풀 계열로 나눌 수 있다. 흔히 맥주가 ‘호피하다’고 말할 때는 풀 냄새 계열의 향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웨스트 코스트 쪽, 오레곤과 워싱턴 지역의 홉을 연상시키는 향이다. 김태경 / 시서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Malty

● 맥주의 기본 재료인 보리와 쌀, 밀, 옥수수, 호밀, 귀리, 수수 등의 곡물로부터 나오는 향이다. 손봉균 / 시서론, 브루웍스 강사

● 몰트를 씹어 먹어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그런 경험이 없다면, 빵과 비교해보는 방법도 있다. 맥아를 약하게 로스팅하면 ‘참크래커’와 비슷하다. 곡식 맛이 담백하게 돈다. 중간 정도의 로스팅은 토스트 빵을 먹을 때 살짝 타서 잘라내는 끝부분을 씹어 먹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다. 강하게 로스팅하면 커피 향이나 토피넛 향이 난다. 몰티한 향이 두드러지는 맥주로는 최근 국내에도 수입된 테넌츠가 있다. 스코티시 에일이 대체로 그렇다. ‘Fuller’s ESB’도 몰티한 맥주로 손꼽힌다. 김태경 / 시서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 ‘호피하다’만큼이나 두루뭉술한 단어다. 맥아를 어떻게 얼마나 배합했는지, 얼마나 끓였는지에 따라 맛과 향이 많이 달라진다. 홉에서 날 만한 향을 제외한 나머지 향을 아우르며 탄수화물이 탔을 때 나는 향에 가깝다. 꿀, 캐러멜, 견과류, 흰 빵, 커피, 초콜릿, 건포도, 토스트, 건과일류, 간장, 까만 곡물, 감초 향이 날 수 있다. 류강하 / 브루마스터

 

Citrus

● 귤, 오렌지, 레몬, 라임, 자몽 등과 같은 감귤류 향이다. 역광이 비출 때 오렌지 껍질을 벗기면 즙에서 튀는 게 보이는데, 이때 맡을 수 있는 풀 향과 쌉싸래한 향까지 포함한다. 시트러스 향은 홉에 1~2퍼센트 정도 들어 있는 ‘에센셜 오일’에서 나온다. 전통의 맥주 강자인 유럽의 구세계 홉Old World Hop보다 미국, 뉴질랜드와 같은 신세계 홉New World Hop의 에센셜 오일에 시트러스한 향을 내는 물질이 더 많이 들어 있다. 손봉균 / 시서론, 브루웍스 강사

● 귤, 자몽, 오렌지를 주로 언급하는데, 귤은 사실 오해의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 귤은 단맛이 강해 시트러스와는 맞지 않는 부분도 있어서다. 보통 ‘상쾌하다, 새콤하다, 화하다’ 라고 표현할 수 있다. 과육보다 껍질에서 나는 향에 집중해야 한다. 요즘은 사워 맥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는데, 이 맥주 역시 신맛이 두드러지지만 시트러스와는 또 완전히 다른 결이다. 시트러스가 ‘새콤’이라면 식초 같은 맛의 사워 맥주는 ‘시큼’으로 분류하는 편이다. 그래도 여전히 미진한 느낌이 든다면 시트러스는 코와 입을 자극하는 신맛이고, 사워 맥주는 위와 , 그리고 침샘을 자극하는 신맛이라고 상상해보면 어떨까? 김태경 / 시서론,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 대표

 

Peaty

● 스코틀랜드의 금주법 시절, 구하기 힘든 석탄 대신 주변 지대 땅 밑에 흔히 묻혀 있는 피트(이탄)을 사용해 위스키 밀주를 만들었다. 그 방식이 200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피트 향은 스카치 위스키만의 고유한 DNA가 됐다. ‘피티하다’는 표현은 병원 냄새, 크레졸 같은 소독약품 냄새와 비슷하다. 타르 향도 섞인다. 담배를 많이 태운 사람이 샤워하면 물이 머리를 타고 내려올 때 느껴지는 향이 타르의 기운이다. 더 진한 타르 향은 한여름 땡볕에 노출된 아스팔트 도로의 냄새, 혹은 이제 막 새로 포장된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그 냄새다. 여기에 어린 시절 상처를 소독하기 위해 바르던 빨간약인 ‘포비돈’의 요오드 냄새도 포함된다. 유성운 / < 싱글 몰트 위스키 바이블 > 저자

● 배탈 났을 때 먹는 ‘정로환’ 향과 같다. 맡아보면 더 설명하는 게 구차할 정도다. 피트 향은 스코틀랜드 지역에 따라 풍미가 조금씩 달라진다. 최북단 오크니 섬의 피트는 아주 진하고, 아일레이는 소금의 풍미가 더 풍부하다. 아일랜드의 피트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편이며, 스카이 섬은 경쾌하고 신선하다. 성중용 / 디아지오 월드클래스 바 아카데미 원장

 

Smoky

● 스모키와 피트 향은 얼핏 비슷한 느낌이지만 정확하게 구분하면 ‘피트하다’가 더 큰 범위의 표현이다. 피트 향 안에는 스모키를 포함해 병원 냄새, 타르, 요오드의 향이 모두 들어 있다. 스모키는 훈제 향을 말하는 표현으로 나무를 태웠을 때 맡을 수 있는 향이다. 캠핑 가서 장작을 태우거나 어린 시절 외할머니 댁 부엌 아궁이에서 나던 향과 비슷하다. 훈제 오리, 훈제 소지지, 훈제 치킨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바로 그 향이다. 유성운 / < 싱글 몰트 위스키 바이블 > 저자

● 스모키는 오크 나무를 태우는 듯한 향이다. 스모키한 향은 피트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아메리칸 위스키에서도 스모키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데, 이 향은 오크통에서 기인한다. 증류한 술을 저장하기 전에 오크통 안을 불로 그을리는데, 이렇게 해서 술을 숙성시키면 위스키에 스모키한 향이 스며든다. 성중용 / 디아지오월드클래스 바 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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