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의 황홀한 세계

미국 라구나 세카 트랙에서 BMW M2를 시승했다. 트랙 위에선 시선을 빼앗겼다. 마음이 마냥 달떴다. 깊고 깊은 황홀경에 빠진 사람이 여럿 있었다.

LA에서 탄 전용기에서 내렸더니 몬터레이 공항이었다. 30분 사이에 계절이 바뀐 것 같았다. 살짝 쌀쌀한 기온, 우리가 묵을 리조트는 거의 산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해가 진 후에는 거기가 어디쯤인지 알 길이 없었다. 넓은 잔디밭 위에 있는지 깊은 산속 어딘가에 있는지 몰랐다. 밤엔 거대한 새가 우는 것 같은 소리를 들었다. 아침에 숙소 문을 열고 나가 보니 같은 소리로 우는 큰 새가 여러 마리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공격적인 표정, 날개가 바닥에 긁히면서 나는 괴기스러운 소리…. 갑자기 다른 세기에 혼자 도착한 것 같은 기분, 어쩌면 태초에,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그때에, 호기심만이 사람을 이루는 전부인 것 같은 순수한 시대에 있는 것 같았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의 아침이었다. 그 유명한 라구나 세카 트랙에서 BMW M2 쿠페의 극단을 체험할 수 있는 날의 시작이었다.

BMW M2 쿠페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단서가 있다. 일단 BMW와 알파벳 M의 관계부터 알아야 한다. M은 BMW의 고성능 서브 브랜드다. 일단 한 번 경험하고 나면 고성능이라는 말이 얼마나 나른하고 심심하며 형식적으로 느껴지는지 알게 될 것이다. 어디선가 갑자기 터지는 것 같은 힘, 인정머리 없이 밀어붙이는 가속력, 나도 모르게 빨라지는 피돌기, 갑자기 지르게 되는 환호성 같은 것들. 당신은 좀 다른 차원의 운전을 경험할 준비를 단단히 해두는 게 좋다. M은 운전에 대해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할 수 없느냐고 정색하고 묻는다.

M2는 2009년 한국에 출시된 1M을 잇는다. 더 멀리 가자면 1973년 가을 출시된 BMW 2002 터보까지 올라갈 수 있다. 당시에도 모두를 매료시켰고 지금까지 전설 혹은 클래식으로 남은 차. 잘 만든 차가 역사로 남는 방식은 과연 의연하다. 그 유전자는 끊기지 않는다. 그대로 이어져서, 2016년 라구나 세카 트랙에서 굉장한 소리로 달리려는 그 차가 바로 BMW M2인 셈이다.

BMW M2의 론칭과 시승의 시작을 알리는 무대에는 BMW 소속 DTM 드라이버 안토니오 펠렉스 다 코스타가 있었다. DTM은 독일 3대 명차가 진검승부를 겨루는 장이자 유럽 최대 모터스포츠 대회 중 하나다. 양산차를 맘껏 튜닝한 차로 실력을 겨룬다. “BMW M2는 정말 순수한 차예요. 게다가 이런 트랙에 매일 올 수 있는 것도 아니죠. 즐기세요.” 프랑스, 호주, 한국과 중국 기자가 지켜보고 있는 무대 위에서 안토니오가 말했다. 그러곤 크게 웃는 입이 얼굴의 절반을 넘었다.

첫 번째 시승은 안토니오가 운전하는 M2의 조수석에서였다. 천천히 달리기 시작해 점점 더 속도를 높이는 식. 어떤 코너는 고저차가 너무 커서 시야를 확보할 수 없었다. 길이 안 보였다는 뜻이다. 달리다 보면 갑자기 쑥 떨어지는 내리막이었다. 떨어지자마자 왼쪽으로 깊이 꺾이는, 라구나 세카에만 있는 독특하고 어려운 코너였다. 안토니오가 운전하는 M2 조수석에서 다른 고성능 차와 BMW M2의 결정적인 차이가 뭐냐고 묻자 그는 다시 순수함을 말했다. “M2는 정말 순수해요. 작고 가벼우니까 차와 나 사이의 일체감이 굉장하죠. 이 핸들은 정말 기민해요. 내가 움직이고 싶은 대로 움직일 수 있어요. 거의 레이스카를 탄 것 같은 느낌.” ‘움직이고 싶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말이야말로 모든 스포츠카가 지향하는 목표 아닐까?

BMW M2는 지금까지 BMW에 대해 누군가 갖고 있던 모든 인상을 전에 없이 견고하게 다지는 동시에 누군가 고집하던 편견마저 단숨에 박살내는 차다. 운전자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까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몰아붙였다. 몇 개의 코너를 탈출하고, 직선에선 시속 200킬로미터를 넘나드는 속도로 달리는 모든 순간에 그걸 느낄 수 있었다. 세포 하나하나가 분열하듯이, 갑자기 터지는 팍 웃음처럼. 좀 더 자세히 설명해볼까?

DETAILS

이렇게까지 손에 쏙 들어오는 핸들도 흔치 않다. 올록볼록한 굴곡, 부드럽게 손에 붙는 가죽의 질감, 허리를 지탱할 수 있도록 날개를 펼치고 있는 시트에도 의미가 있다. 두 개의 세로줄이 짝을 짓고 늘어선라디에이터 그릴은 검정색이다. 배기관은 착실하게 넷이고, 브레이크에도 M 로고가 그려져 있다. 안팎의 세부 디자인은 모두 M2 쿠페의 고성능을 의미한다. M의 운동성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하는 BMW의 기술이다.

“BMW의 핸들링은 면도날처럼 날카롭다”는 문장이 오래된 클리셰처럼 느껴진다면 M2는 그 익숙한 문장을 정확히 다른 차원에서 체험할 수 있도록 작심하고 돕는다. 최근의 BMW가 그 역사와 성격에 비해 다소 물러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 M2는 그 생각도 단숨에 부숴버릴 것이다. BMW는 여전히 BMW라고, 그런 감각은 BMW의 운전석에서만 느낄 수 있는 거라고, M2는 당차게 웅변하는 차다. 2,979cc 직렬 6기통 싱글터보 엔진의 최고출력은 370마력이다. 최대토크는 47.4kg.m이다. 엔진은 레드존까지 아무런 스트레스 없이 올라가 거기서 놀듯이 머무른다. 언제든지 최고치의 실력으로 달릴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그렇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딱 4.3초다. 라구나 세카 트랙에서 시승한 모델은 자동 기어 모델이었다. 핸들에 있는 패들 시프트로 기어를 올렸다 내렸다 하는 감각은 그냥 가벼운 호흡 같았다.

안토니오가 제일 앞에서 페이스를 조절하고 그 뒤로 세 대의 M2가 각각 달리고 있었다. 결국 순수함과 정확함만이 사람을 매료시킬 수 있는 게 아닐까? 자동차가 운송수단이라는 기능을 넘어선 차원에서 뭔가를 지향할 수 있다면, 응당 M2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나는 세 대의 M2 중 가장 뒤에서 이런 생각을 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어쩌면 고무돼 있었는지도, 차의 성능이 곧 운전자의 실력이라고 가볍게 생각해버린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시선을 빼앗기고 마음이 달뜬 상태가 황홀경의 정의라면, 거의 정확히 그 상태에 빠져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코너는 왼쪽으로 크게 꺾여 있었다. 그 오른쪽 밖은 작은 돌들이 혹시 모를 상황의 완충 작용을 대비하고 있었다. 속도는 조금 빨랐고, 브레이크는 조금 늦었고, 코스 오른쪽 경계에서 저쪽 모서리로 핸들을 꺾는 순간 뒷바퀴가 살짝 접지력을 잃었다는 걸 엉덩이로 느낄 수 있었다. 드리프트, 카운터 같은 단어가 툭, 툭 떠오르면서 몸이 반응하는 찰나에 들리는 조금 거친 소리, 갑자기 명료해지는 시야와 감각, 한쪽 바퀴가 트랙을 벗어났다. M2가 멈칫했다. 안토니오는 무전으로 괜찮으니 침착하라고 말했다. 천천히 자갈에서 벗어난 후에는 침착하게 피트로 돌아왔다.

트랙은 자동차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자 운전자의 한계를 냉정하게 가늠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건 곧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BMW M2는 라구나 세카에서 기세등등했다. 거의 살아 있는 듯 정확한 차라서, 또한 어떤 경지를 감당할 수 있는 실력이 분명하니까. 그 마지막 코너에서 평정심을 잃었던 덴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너무 신이 나서, 어쩌면 좋은 친구를 만난 것 같다는 흥분 때문에.

M은 놀라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015년에는 M 모델과 M 퍼포먼스 모델을 합쳐 전 세계에서 6만2천4백 대가 팔렸다. 2014년에 비해 39퍼센트 성장한 수치였다. 이 중 미국과 캐나다에서 팔린 것이 2만2천1백 대였다. M2는 젊고 진취적이며 새로운 고객을 M의 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는 첨병의 역할을 맡는다. BMW M 부서 상품 총괄 카스텐 프라이스는 이렇게 말했다. “BMW M을 선택하는 고객들은 그냥 고객이 아니라 M의 친구 혹은 팬 같아요. 우리는 그냥 잔잔한 관계가 아니에요. 훨씬 감성적이고 감정적인 어떤 것들을 공유하는 사이죠. 그들은 자동차 기술에 밝고 관심도 많아요. 사회적으로는 목표가 뚜렷하고, 소파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는 타입이죠. 페이스가 굉장히 빠르고 자동차와 굉장히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입니다.”

자동차가 추구할 수 있는 재미를 적극적으로 추구할 줄 아는 사람만이 M의 세계에 관심을 갖는다. M2는 그 황홀한 관문이자 영영 떠나고 싶지 않은 놀이터일 수 있다. 이날은 라구나 세카 트랙이 그 무대였다. 우리는 트랙에서 몸이 지칠 정도로 M2를 타고 돌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몬터레이 시내와 산길, 해안도로를 달렸다. 트랙을 쥐어 파듯 달린 M2는 또한 다분히 일상적으로 달릴 수도 있었다. 늘 흥분할 준비가 돼서 일상과 일탈의 팽팽한 경계에 있는 차를 매일 차고에서 만날 수 있는 삶이란…. BMW M2는 오는 6월에 열리는 부산 모터쇼에서 최초로 공개될 예정이다. 초여름, 이 모든 쾌락을 각자의 차고 안에 들여놓을 수 있게 된다.

 

HISTORY OF COMPACT M

왼쪽부터 | 2002 터보 터보 엔진을 장착한 독일 최초의 양산차였다. 당시 도로에서 따라올 차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 2리터 4기통 엔진의 최고출력은 170마력, 최대토크는 24.5kg.m이었다. 최고속도는 시속 212킬로미터. 1M 한국 출시 당시 입소문이 자자했던 명차였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운전 감각, 아는 사람만 아는 걸출한 실력까지. 다른 어떤 스포츠카도 부럽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M2 쿠페 2002 터보와 1M의 흐름 위에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났다. 디자인은 멋지게 개선됐고 운동 성능은 더욱 더 본능에 가까워졌다. 이 차를 타고 트랙에 가면 전혀 상상도 못했던 감각을 체험할 수 있다.

 

BMW X4 M40I를 타고 달린 오후

M2의 시내 주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라구나 세카 트랙에는 또 한 대의 걸출한 M 모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BMW가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라는 이름으로 정의하는, 여전히 새롭고 유일한 형태의 X4 M40i였다.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360마력, 최대토크는 47.4kg.m,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완숙한 SUC X3에서 지붕을 쿠페 형태로 깎은 X4를 M이 제대로 손봤다. 디자인은 거의 완전히 무르익었다. 성능? 역시 무시무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