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의 웨스턴 햇, 베일리

그는 모자를 들고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1922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작된 모자 브랜드 베일리는 모자가 없는 소년과 모자가 더 필요한 청년들, 모두의 꿈이었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과일과 곡물과 고기가 넘쳐나고 금과 기름을 좇아 몰려든 풍운아들로 가득했다. 베일리의 고객은 햇빛 가리개용 챙 달린 모자가 필요한 농부, 챙 넓은 모자 없인 문밖을 못 나간 카우보이, 모직 더비로 젠 체하고 싶은 상인, 그리고 험프리 보가트, 캐리 그랜트, 게리 쿠퍼 같은 고전적인 미남 배우까지 그야말로 방대했다. 지금 베일리는 정통 서부 모자 모양의 베일리 웨스턴과 고전적 형태의 베일리 오브 할리우드, 두 가지로 나눠 모자를 만든다. 어떤 건 바뀌고 조금은 달라졌지만 그 시절의 모자 틀을 지금까지 사용하는 건 변하지 않았다. 얼마 전 한남동의 해가 잘 드는 빨간 벽돌 건물에 베일리 숍이 문을 열었다. 우연히 들른 사람보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사람이 더 많다. 구경 삼아 잠깐 들렀어도 이 가게에서 빈손으로 나오긴 힘들다. 운동화보다 싼 카우보이 모자부터 채플린이 썼다는 잉글리시 더비까지. 보면 써보고 싶고, 일단 쓰면 지갑이 저절로 열린다.

웨스턴 켄트 8만6천원.
웨스턴 매들린 23만7천원.
웨스턴 라이커 19만4천원.
할리우드 토나스캣 23만8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