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DITOR’S PICK #리본수영복

2016.06.01장우철

얇은 리본을 묶는 빨간 수영복 리본을 묶을 때마다, 리본을 풀 때마다 떨림이 생긴다. 물결이 일 듯이. 리본이란 그런 것이다. 느낌이 아니라 엄연한 사실이다. 집중해야만, 두 손을 모아야만, 정확하도록 쳐다봐야만 리본은 비로소 묶거나 풀 수 있다. 또한 리본은 거의 완전한 형태를 지녔다. 그것은 원이나 구가 아니지만 어떤 순환을 전제로 한다. 피가 통한다. 마침내 리본은 작은 요정(요물)쯤 된다. 리본이라는 이미지가 ‘소녀’와 가까운 것은 그저 자연스럽다. 소녀의 머리에, 목에, 허리에, 발등에 리본은 제자리인 양 어울린다. 소녀의 수영복에도 리본이 있다. (하지만 리본이 달린 수영복이 ‘소녀’를 만들지는 못한다.) 그것은 아주 가느다란 끈이기 쉽다. 목덜미를 살짝 감으면서, 가슴을 살짝 조이면서, 둔부를 살짝 드러내면서 여린 포즈를 취하곤 한다. 그 여림이야말로 힘이 세 보인다. 세상의 어떤 거센 힘으로도 억지로 묶거나 풀 수 없다. 오직 소녀 스스로만이 제어할 수 있는 온전한 세계다. 컬러는 노을을 닮은 빨강을 골랐다. 해가 지면 모든 게 달라질 지도 모른다.

    에디터
    장우철
    포토그래퍼
    목나정
    모델
    김태금
    스타일리스트
    김지홍
    헤어 & 메이크업
    김지혜
    어시스턴트
    조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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