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EDITOR’S PICK #흰색비키니

2016.06.03정우영

어깨끈이 없는 흰색 비키니 수영복에서만큼은 흰색과 순수가 한 쌍이 아니다. 백기를 든 듯이 눈에 띄고, 속이 비치기 쉬우며, 검열된 화면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흰색 수영복을 입는 여자가 있다. 그녀는 몸을 가린 게 아니라 흰색 붓으로 그린 것이다. 1987년 여름 유럽을 휩쓴 이탈로 디스코 곡이자 역사적인 유튜브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한 ‘Boys Boys Boys’의 뮤직비디오에서 사브리나는 흰색 수영복을 입었다. 어깨끈마저 없는, 흰색 수영복에 관한 모든 우려를 드러내는 비키니다. 심지어 음악에 맞춰 흔들다가 톱이 흘러내리는 장면도 나온다. 그녀의 회고에 따르면, 명백하게 섹시한 걸 원하는, 이탈리아의 한 TV 버라이어티 출연 영상이 뮤직비디오가 됐다. 이 노래의 가사는 너무 쉬운 나머지 모든 의미를 게워낸다. ‘Boys, boys, boys I’m looking for a good time.’ ‘굿’과 ‘배드’로 설명할 수 있는 단순한 세계는 아는 게 많아질수록, 하지 말아야 할 게 늘어갈수록, 어른이 되어갈수록 멀어진다. 흰색 비키니는 좋은 시간을 위해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가 입는다. 흰색 비키니는 즐거움으로 칠해져 있다.

    에디터
    정우영
    포토그래퍼
    목나정
    모델
    김태금
    스타일리스트
    김지홍
    헤어 & 메이크업
    김지혜
    어시스턴트
    조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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