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메이저리그는 왜 한국 타자들을 선호할까?

2016.06.06유지성

매일 아침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도 알쏭달쏭하던, 여러가지 전방위적 궁금증.

BALLGAME

메이저리그는 빅 볼, 일본 프로야구는 스몰 볼, 한국 프로야구는 그 중간. 편견이라면 편견, 선입견이라면 선입견입니다. 실제 요즘 메이저리그 경기를 한국 및 일본 야구와 비교하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나요? 흔히 홈런이 많이 나오는 메이저리그는 빅 볼, 희생번트와 도루가 많은 일본 프로야구는 스몰 볼, 한국 프로야구는 그 중간이라고들 얘기한다. 정말 그런가? 일단 메이저리그에 스몰 볼의 반대 개념인 빅 볼이란 말은 없다. 우리가 빅 볼이라 말하는 야구가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냥 평범한 야구이기 때문이다. 스몰 볼이란 말이 국내에 알려진 계기는 2006년 WBC 일본 대표팀 감독 왕정치가 “일본 야구는 스몰 볼이다”라고 말하면서부터다. 2006년 일본 프로야구 타자들의 전체 타석을 따져봤을 때, 2.27퍼센트의 타석에서 홈런이 나왔다. 희생번트는 2.07퍼센트.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홈런이 나온 타석이 1.73퍼센트, 희생번트는 2.12퍼센트였다. 또한 일본 프로야구에서 루상에 나간 주자 중 4.15퍼센트가 도루를 한 반면, 한국 주자들의 도루 확률은 6.06퍼센트나 됐다. 이 세 가지 수치상으로만 보면 한국 프로야구가 더 스몰 볼에 가깝다. 하지만 지난해를 기준으로 보면 또 다르다. 일본 야구에서 홈런이 나온 타석은 1.87퍼센트, 한국 야구는 2.65퍼센트. 그리고 미국은 2.67퍼센트였다. 한국 프로야구의 홈런 비율은 지금 메이저리그에 육박한다. 희생번트가 나온 타석 또한 일본은 2.15퍼센트, 한국은 1.42퍼센트로 상황이 역전됐다. 그렇다면 한국 프로야구는 더 이상 스몰 볼이 아닌가? 사실 스몰 볼이란 말은 리그 전체의 특징을 논하기엔 어폐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빅 볼이란 말은 단순히 스몰 볼의 반대말로 탄생한 용어다. 즉, 일반적인 야구가 빅 볼인 것이다. 스몰 볼은 상황에 따른 전략적 표현에 가깝다. 최근 몇 년간 일본 프로야구는 투고타저, 한국 프로야구는 타고투저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타고투저에선 홈런이 잘 나오기 때문에 1~2점 차 승부가 벌어지기 어렵다. 자연히 ‘스몰 볼식’ 야구를 추구할 이유도 줄어든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선 지난해 스몰 볼 야구를 펼치는 캔자스시티 로열스가 우승을 거뒀다. 홈런타자가 적은 캔자스시티는 타격 정확도가 높고 수비와 주루 플레이가 뛰어난 타자들로 팀을 구성해 좋은 성적을 냈다. 결국 스몰 볼은 각국 야구의 특징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일 뿐이다.

이른바 ‘뛰는 야구’, ‘불펜 야구’ 등 야구의 경향을 세분화한다면, 지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유행하는 방식의 야구는 뭔가요? 올해 메이저리그의 많은 구단에서 수비와 불펜을 보강했다. 지난해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성공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캔자스시티는 외야가 넓은 구장을 쓴다. 어차피 30홈런 이상을 날려줄 홈런 타자가 드문 상황, 발 빠른 외야수들로 수비를 견고히 했다. 그리고 캔자스시티는 부자 구단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선발투수 대신 몸값이 적당한 불펜 투수를 보강했다. 이들은 ‘불펜 3대장’이라 불리며 리그를 주름잡았고, 다른 팀들이 지금 이런 움직임을 모방하고 있다. 뉴욕 양키즈는 평균 구속 100마일(약 160킬로미터)의 아롤디스 채프먼을 영입해 베탄시스, 밀러, 채프먼이라는 강력한 불펜 트리오를 구축했다. 보스턴 레드삭스도 내셔널리그 최고의 마무리 크레이그 킴브럴과 한창 주목받은 시애틀의 젊은 투수 카슨 스미스를 데려왔다. 이 외에도 올 시즌엔 볼티모어, 피츠버그, 세인트루이스 등 많은 팀이 ‘필승조’로 쓸 만한 불펜 투수를 서너 명씩 보유하고 있다.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성공과 더불어, 최근 선발투수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200이닝 이상 던진 투수는 불과 28명. 10년 전인 2005년의 50명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다. 그리고 과거엔 불펜 투수들도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요즘은 대부분 한 번 등판에 1이닝 정도를 던질 뿐이다. 자연히 더 많은 불펜 투수가 있어야 한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들의 총 등판 횟수는 1만5천1백8회로 역대 1위였다. 올해도 1만5천 회가 넘을 전망이다. 또한 캔자스시티가 불러일으킨 변화는 불펜뿐만 아닌 수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메이저리그 전체 팀의 경기당 실책은 0.55개에 불과하다. 역대 최저치. 도루 저지율도 31.7퍼센트로 2002년 이후 가장 높다.

일본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야수들은 그 수에 비해 두각을 나타낸 선수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향한 첫 사례(타자 기준)인 강정호는 훌륭히 연착륙했고, 박병호와 이대호 역시 출발이 나쁘지 않습니다. 이것은 어떤 차이 때문인가요? 한동안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일본 야수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이대호 등 많은 한국인(한국 프로야구를 거친) 야수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한때 많았던 일본인 야수는 현재 3명에 불과하며, 그중 아오키 노리치카 정도만 주전으로 뛰고 있다. 그리고 세 타자 모두 정교함이 무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단순 성적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에서 (역시 일본에서 뛰던) 이대호보다 좋은 성적을 거둔 일본인 타자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도 한국 야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체격 조건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홈런왕인 야마다 테츠토와 나카무라 타케야는 각각 177센티미터에 74킬로그램, 174센티미터에 102킬로그램으로 전형적인 슬러거 체형이 아니다. 올해 메이저리그 야수 중 야마다보다 키가 작은 야수는 24명뿐이다.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한 일본인 야수 마쓰이 히데키의 경우 키가 185센티미터로 꽤 큰 편이었다. 메이저리그는 기본적으로 체격이 좋은 선수들의 전장이다. 올 시즌 mlb.com 유망주 순위에서, 키가 1백80센티미터가 안 되는 야수는 100명 중 단 4명뿐이었다. 현재 메이저리그 야수들의 평균 신장은 1백85센티미터, 투수는 1백89센티미터다. 농구와 배구만 키 큰 선수가 유리하다는 얘기는 옛말이다. 김남우(< 비즈볼 프로젝트 > 야구 칼럼니스트)

    에디터
    유지성
    일러스트레이터
    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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