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메이저리그에선 ‘빈볼’을 어떻게 볼까?

2016.06.08유지성

매일 아침 메이저리그 경기를 보면서도 알쏭달쏭하던, 12개의 전방위적 궁금증.

ETC

중계에서 엿보이는 메이저리그의 관중석은 굉장히 조용합니다. 야구를 보는 건지, 햇볕을 쬐러 나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요. 현지 관중들이 야구를 즐기는 방식은 어떤가요? 메이저리그 관중들은 따스한 햇볕과 선선한 바람을 즐기며 여유로운 오후를 보낸다. 시끄러운 앰프 소리와 응원가, 율동은 존재하지 않는다. 핫도그를 먹고 맥주를 마시며 ‘느슨하게’ 야구를 즐긴다…. 과연 그런가? 물론 이런 관중들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들은 주로 고가의 연간 시즌 티켓을 사야 앉을 수 있는 백네트 뒤쪽의 널찍한 좌석, 4층 스카이박스, 외야의 잔디 깔린 좌석에 앉아 중계방송 내내 모습을 비춘다. 하지만 시야를 넓히면, 실제 메이저리그 관중들의 모습은 훨씬 다채롭다. “미국 야구는 한국에 비해 팬 층이 훨씬 다양합니다. 연고지마다 인종 구성이 다른 데다, 노인부터 아이까지 모든 연령대가 야구장을 찾아요.” 미국 야구 취재 경험이 풍부한 < MBC스포츠 플러스 >의 전수은 기자가 말했다. 영화 < 날 미치게 하는 남자 >의 지미 펄론(벤 역)처럼 경기 내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스프링캠프까지 따라다니는 열혈 팬이 있는가 하면, 아이를 데리고 피크닉을 나온 관중도 있고, 뜨개질을 하는 할머니도 있다는 얘기다. 최근엔 단체 응원을 펼치는 관중도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모인 팬들이 단체복을 입고 특정 관중석에 모여 일사불란한 응원전을 펼친다. 뉴욕 메츠의 홈경기 때마다 외야를 주황색으로 물들이는 ‘세븐 라인 아미’가 대표적이다. 이런 관전 문화를 단순히 느긋하고 여유롭다는 말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다.

‘퀵 후크’는 야구 용어라기보다 기사에 쓰이는 일반적 표현에 가깝습니다. 꼭 경기 초반이 아니더라도 이닝과 상관없이 투수를 빨리 내렸다는 뜻이죠. ‘퀄리티 스타트’ 역시 좋은 투구에 대한 찬사라기보다 승리 조건을 갖췄다는 중립적인 기록에 가깝고요. 이렇게 실제 의미와 다르게 쓰이는 용어가 있다면요? 빈볼은 본래 투수가 ‘고의적으로’ 타자를 맞히기 위해 ‘머리 쪽으로’ 던지는 공을 뜻한다. 투수의 의도와 결과(공의 궤적)를 모두 포함하는 말이랄까. 그런데 최근 언론에서 빈볼이란 표현을 원래 뜻과는 다르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투수의 고의성이 의심되기만 하면 타자가 맞은 부위와 상관없이 모두 빈볼이라 부른다. 반대로 공이 머리로 향하기만 하면, 투수의 의도는 파악하기도 전에 빈볼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리거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팬들도 쉽게 흥분한다. 투수가 타자의 머리를 처다 보고 있었다, 투수 몸의 방향이 애초에 타자 쪽이었다, 맞힌 뒤에 사과 표시를 하지 않았다…, 온갖 심증과 물증이 동원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선수가 학연과 지연으로 얽힌 한국 프로야구에서 특별한 경우 외에 고의로 빈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될까? 빈볼이란 표현에 대한 기준이 애매하다 보니, 정작 그라운드 밖에서 불필요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컨트롤도 종종 원래 뜻과 다른 의미로 쓰이는 용어다. 흔히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잘 찌르는 투수, 포수가 요구한 대로 정확하게 던지는 투수, 자신이 마음먹은 곳에 언제든 던질 수 있는 투수를 두고 “컨트롤이 좋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투수의 역량은 엄밀히 말하면 컨트롤보다는 ‘커맨드’에 가깝다. 통계 및 분석 전문 웹사이트 <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의 케빈 골드스타인은 “컨트롤은 볼넷을 주지 않는 능력, 커맨드는 언제든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지는 능력”으로 구분한다. 즉, 만약 어떤 투수가 스트라이크존 중앙으로 공을 던진다면 볼넷을 줄 리가 없기 때문에 “컨트롤이 좋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커맨드가 뛰어나다”고 말하긴 어렵다. 반대로 과거의 톰 글래빈 같은 투수는 커맨드가 아주 뛰어나지만 볼넷을 심심찮게 내주는 편이었다. 스트라이크존 외곽을 겨냥한 공이 볼로 선언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 외에 우리가 메이저리그에 대해 크게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한국에서 처음 메이저리그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1990년대는 박찬호의 전성기인 한편 스테로이드 약물 시대였다. 이때의 기억 때문인지 아직도 메이저리그가 세밀함보다 힘을 앞세운 선 굵은 야구를 한다는 오해가 남아 있다. 일부 해설가의 “정교한 분석은 한국 야구가 메이저리그보다 뛰어나다”는 이른바 ‘국뽕’ 발언도 이런 오해를 부추긴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실제 메이저리그는 종목을 불문하고 전 세계 그 어떤 스포츠 리그보다 치밀하고 총체적인 분석이 이뤄지는 곳이다. 경기 전은 물론 경기 중에도 비디오를 활용해 자기 팀의 문제점과 상대의 약점을 파악하고, 세이버메트릭스를 동원해 나노 단위의 분석을 한다. 2016년 현재 메이저리그 전 구단에는 약 150명의 통계 분석가가 정규직으로 근무 중이며, 인턴이나 외부 자문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겉보기에 강속구와 힘을 앞세운 야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 그건 메이저리그가 최고 레벨 선수들만의 무대이기 때문이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 뿐, 그라운드 뒤에서는 치열한 데이터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배지헌(baseball-lab.com 운영진)

    에디터
    유지성
    일러스트레이터
    노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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