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는 #정진운

컴백하기 직전의 정진운을 만났다. 매 순간 성격이 변하고, 머릿속엔 온갖 생각이 휘몰아친다고 했다.

의상은 모두 구찌.

정신없죠? 매일 스트레스 속에서 살고 있어요.

책임질 게 많아서인가요? 그렇죠.편곡,믹스, 마스터링 다 신경 써야 되니까…. 안무, 의상, 메이크업, 헤어까지도. 제가 다 하는 게 맞다고 봐요. 이번에 뮤직비디오 가편집한 것도 다들 마음에 들어 하셨고요.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나 그 사람의 모든 게 다 묻어나야 완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해요.

스스로 해야 아이덴티티가 드러난다고 생각해요? 남이 만든 건 아무리 가져다 써도 나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으니까요. 분명 필요할 때도 있지만요. 아, 그런데 좀 불안하긴 해요. 꿈도 많이 꿔요. 제가 준비한 걸로 무대에 섰는데 완전히 망쳐버린다든지, 반응이 하나도 없다든지 하는.

혹평도? 아니요. 혹평 같은 건 상관없어요. 평가는 평가니까. 준비가 덜 된 상태로 자꾸 무대에 올라가는 꿈을 꿔요.이게 맞는 건가, 틀린 건가 걱정을 하다 보니 꿈으로 표현되는 거 같아요.

자기 의심은 필요하죠. 그래서 확신으로 바뀌었나요? 확신은 못할거 같아요. 평생. 그냥 최선을 다하는 거 말고는 할수 있는 게 없는 거 같아요.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세요?”, “그런 건 어떻게 이겨내세요?” 남들은 방법이 있을지 몰라도 저는 없다고 생각해요. 근본에서 나오는 걱정은, 그 근본을 멈추지 않는 이상, 제가 음악을 만들지 않는 이상 계속 생기지 않을까요.

니트 톱은 코스, 쇼츠는 돌체&가바나, 목걸이는 보테가 베네타.

출구가 없을까요? 걱정을 표출하기 시작하면 이게 투정이 되더라고요. 투정 부리고 괜히 어리광 부리고 싶고 이러니까.

데뷔9년차, 고등학교 때부터 아이돌 활동. 그런건 어떤 느낌이에요? 그렇게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나요? 틀에 많이 갇히게 되는 것 같아요. 내 말이 다 맞는 줄 알게 되고요. 오만과 편견도 많이 생기고, 아무래도 이름을 잘 알린 친구들 옆에는 오냐오냐하는 예스맨이 많죠. 대체로 그렇게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정진운은요? 제 주변에는 예스맨이 많지 않아요. 2AM 형들만 해도 그렇고요. 그리고 제가 저를 잘 못 믿어요. “이거 어떻게 해야 돼요?” 라고 묻는 게 아니라 나 잘하고 있는지 계속 물어봐요. 사람도 잃어보고, 활동 자체가 워낙 순탄치 않았다 보니까 배워가는 과정들이 굉장히 많았던 거 같아요.

2AM이 순탄치 않았다고요? 그렇죠. 잘되기도 했고 잘 안 되기도 했고 회사도 여러 번 옮겼고요.그러다 보니까 다른 팀들보다는 여러 스타일의 사람들과 일도 많이 해보고. 그 덕에 좀 여러 방면으로 시야를 많이 돌릴 수 있었던 거 같아요.

JYP와 지금의 미스틱은 어떻게 달라요? 아,이질문….위험한데….(웃음) 내 앨범을 이렇게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과 일을 해본 건 처음이에요. 물론 JYP에서 예은의 ‘핫펠트’ 같은 앨범이 나온 걸 보면서 나도 할 수 있었겠다, 그런데 내가 안 한 것뿐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긴 했어요. 어쨌든 이곳이 저에게는 더 ‘프리’하게 느껴져요. 저를 아티스트로 대우해주고, 동시에 아이돌처럼 예능에 나가게도 해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맞다, 틀리다를 판단하기보다는 ‘같이 고민하자’는 방식이 좋았어요. (윤)종신이 형은 나랑 해결책을 함께 찾아서 만들어보자, 해주시고요.

만약 처음부터 아이돌이 아닌 이런 기획사에서 시작했다면 어땠을 것 같아요? 지금보다 더 촌스럽지 않았을까요? 원래 자기 생각만 해서 만든 음악은 대체적으로 촌스럽기 마련이잖아요. 아이돌 생활이 저한테는 엄청 큰 경험이에요. 다듬어지는 계기로요. 아직도 많이 다듬어야 하지만….

이젠 아이돌 아닌가요? 아이돌 맞는데요? 아이돌 하고 싶은데요? 아이돌 좋잖아요. 전 너무 좋은데? 누군가에게 로망이 될 수 있고 희망이 될 수 있고. 아이돌…. 아, 너무 좋지 않나?

셔츠는 프레드페리 × 라프시몬스 컬렉션, 스카프는 앤디앤뎁.

2AM이 해체된 것은 아니니까요. 맞아요. 그런데 가끔 예능에서 “예전 2AM으로 활동했던” 그러면 약간 민망해져요. 지금도 하고 있는데…. 2AM 형들은, 그냥 저에겐 가족 같아요. 존재의 의미를 붙이려고 하면 괜히 민망해지는 그런 사이. 서로 모여서 “ 앨범 언제 낼까?” 그러면 “뭐 곡 나오면 내는 거지” 해요. 우리는 해체가 아니라는 걸 서로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요 그냥. “내고 싶을 때 내면 되는 거 아냐?” 약간 이런 식. 다들 약속하고 흩어진 거라 회사 계약할 때도 다 “2AM 활동을 보장해주세요”가 전제였어요.

지난주 Mnet < 음악의 신 2 >에서 코믹한 춤선생으로 등장한 모습이 화제였어요. 사실 좀 놀랐어요. 너무 웃겨서. 너무 연기를 잘해서. 허세 부리는 사람들 따라 하는 걸 평상시에도 좋아했어요. 그러니 그 연기가 저한텐 쉬웠죠. 사실 대본도 잘 안 봤어요. 근데 그거 때문에 뭘 해도 사람들이 절 보고 웃는 거 같아서 약간 창피해요. ‘잘못했어’ 무대에서 보여준 춤을 패러디한 거였는데, 그게 저의 실제 흑역사이긴 하니까, 제가 아니면 또 누가 그걸 잘 살리겠어요. 촬영하면서 흥이 막 넘쳤어요.

곧 나오는 싱글 앨범도 화제가 되야 할 텐데…. 하하. 제목은 ‘Will’이에요. 원래는 ‘Entertain you’였는데 바뀌었어요. 이 앨범으로 너희를 즐겁게 해주겠다는 뜻요. 노래, 무대, 의상 그리고 제 원래 모습. 그런 활기차고 밝은 모습으로 너희들 앞에 섰을 때 즐거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요? 프레디 머큐리를 정말 좋아하는데, “항상 곡을 쓸 때 무대에서 어떻게 하면 재밌게 놀 수 있을까를 항상 생각한다”고 책에 쓰여 있었어요. 제가 프레디 머큐리를 글로 배워서….(웃음) 아무튼 아무리 따라 해도 못 따라갈 사람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한번 따라가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정진운 밴드’가 참여한 건가요? 네. 앨범은 다 저희가 만들었어요. 근데 타이틀 곡은 실제 밴드 녹음을 했다가 안 쓰고 다시 미디 악기로만 구성했어요. 녹음한 건 너무 멋있고 화려한 느낌이 있었어요. 어딘가 B급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미디로 가자고 했죠. 100점짜리 음악을 만들고 싶진 않았어요. 정말 멋있으려고 멋있는 척 했다가 ‘병맛’인 경우를 많이 보잖아요. 과거 저의 ‘잘못했어’ 무대도 그렇고…. (웃음) 그래서 저는 반대로 약간 ‘병맛’처럼 보이지만 그게 진짜 ‘멋’으로 보였으면 했어요. 어차피 내가 A급으로 멋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나대로 그냥 재밌게 하고 그걸 멋있게 보이도록 포장을 한번 해봐야겠다….

더 유명해지고 싶나요? 더 유명해지고 싶죠. 돈도 많이 벌어 회사도 차리고, 하고 싶은 음악 다 하고, 내 가족 먹여살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열심히 하면 돈은 벌겠거니 하고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조바심 나요? 아니요. 조바심보다는 건강한 바람인 거죠. 아! 아니다, 저 조바심 좀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할 때 엄청 막 쏟아내요. 얼마 전, 엄마와 같이 밥 먹고 헤어졌는데 “네 인생 다시 좀 잘 살 생각을 해봐야겠다”라는 문자가 왔어요.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조바심이 티가 났구나…. 저의 마인드 마스터인 상담 선생님이 저는 조급해하는 게 가장 큰 단점이래요. 생각이 많아서 회오리가 몰아치고, 그러면 운전대만 잡아도 숨 못 쉬고 이런 경우들이 생겨서 꾸준히 케어 받고 있어요.

지금이 정진운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인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성격, 성향, 이런 것도 매일, 매 시간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어느 부분은 좀 남아 있으면 좋겠어요. 데뷔 초에는 저 ‘좋은 척’, ‘괜찮은 척’ 되게 잘했어요. 웃기지 않아도 잘 웃고 “진운 씨, 이건 어때요?” 하면 “아, 너무 좋아요” 하면서 이야기 잘했는데 요즘은 잘 못하겠어요. ‘척’하는 내가 재수 없어 보여서요. 굳이 싫은 걸 좋다고 얘기해야 되나, 싶고요. 근데 이거 사회생활에 필요하잖아요.

요즘 사람들한테 어떤 말 많이 들어요? 아, 이런 별명이 새로 생겼어요. 앤디 워홀을 따서 ‘엠디’ 워홀이요. 제가 MD 상품을 너무 많이 생각해내니까요. 흔히 ‘굿즈’라고 하는 것들이에요. 근데 팬들을 위한 물건이 아니라 점점 정진운이라는 상품을 만들고 싶어 하는 쪽으로….(웃음) 퍼즐 형식의 앨범을 만들자고 한 적도 있고, 후디랑 티셔츠랑 정말 예쁘게 만들고 싶어요.

얼마 전 스물여섯 생일엔 뭐 했어요? 사람들이랑 회 먹었어요. 생일 때 뭐 하는 거 낯 간지러워요. 저 때문에 다 즐거운 척해야 하잖아요.

인스타그램 같은 것도 안 해요? 하죠. 그냥 올리고 싶으면 올리고 아니다 싶으면 안 올려요. 그래도 가끔 허세인 거 올리면서 해시태그 #허세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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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