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로다주를 모르고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이름 앞엔 언제나 “세계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는 배우” 혹은 “한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배우” 같은 설명이 붙는다. 그런가? 우리는 과연 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이어지는 인터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말을 질감까지 살리고자 했다. 뜬금없는 질문, 암호 같은 답변을 오가다 보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형형색색 선명해진다.

수트는 보스, 셔츠는 볼리올리.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2010년, 베니스 비치 근처에 제법 큰 사무실을 차렸다. 프로덕션 회사 ‘팀 다우니’는 아내 수잔을 비롯한 몇 명의 직원이 다우니의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곳이다. 그중엔 페리 메이슨 시리즈 작품도 있고, < 셜록 홈즈 >도 있고, < 피노키오 > 실사판도 있다. 그들의 새로운 자선 재단 ‘랜덤 액트 펀딩’도 업무 목록에 올라 있다. 엄청난 양의 프로젝트를 보고 있자니, 다우니가 정착할 곳이 있어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팀 다우니’의 반복되는 일상이 일종의 중력으로 작용하지 않았거나 발 디디고 있을 부동산이 없었다면 그는 위로 둥둥 떠올라 우주로 사라져버렸을 것이다.

‘팀 다우니’의 본관 건물은 나무, 유리, 콘크리트로 지었다. 다우니는 냉방을 세게 트는 것을 좋아한다. 1층에는 키스 해링 작품과 유리 케이스에 든 < 아이언 맨 > 헬멧이 세 개 있다. 다우니는 손님들에게 이 빌딩을 구경시켜주는 것을 좋아하는데, 다우니의 ‘내면 독백’이 투어의 주를 이룬다. 그 독백은 기대만큼 재미있고 기묘하다. 게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온다. 옥상 위에서 주변을 둘러보다가 그는 이웃집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그 이웃집엔 < 아이언 맨 >과 < 아이언 맨 2 >의 존 파브로 감독이 산다. 다우니는 파브로의 별 볼 일 없는 아웃도어 가구를 보며 경악하는 척 장난친다. “파브로네 집 좀 봐요, 정말 형편없어. 이번에 개봉하는 < 정글북 >으로 10억 달러는 벌게 될 텐데!”

사실 다우니는 ‘10억 달러를 버는’ 기분이 어떤지 아는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영화 < 어벤져스 > 시리즈 두 편 모두 세계적으로 10억 달러 이상 벌었다. < 아이언맨 3 >도 마찬가지다. 그게 얼마나 이상하고 거대하고 초현실적이고 괴로우면서도 즐거운 성취일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최근 10년간 예술성과 상업성을 이토록 매끄럽게 결합시킨 다른 배우 이름을 댈 수 있나? 굳이 10년으로 한정할 필요도 없다. 어쩌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을 것 같다. 다우니의 아이언맨이 주인공만큼 중요한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가 5월에 개봉했다. 그동안 다우니가 아이언맨 캐릭터로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면 정말 놀랍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 배트맨 > 3부작이 슈퍼히어로 장르에 순수 예술의 진지함을 곁들었다는 평을 받곤 한다. 하지만 다우니보다 이 장르를 재미있게 만든 사람은 없다. 장난스럽고, 도덕적으로 애매하고, 생기가 넘치는 다우니의 토니 스타크는 관객을 움직인다.

수트는 볼리올리, 셔츠는 마르니, 선글라스는 키톤.

인터뷰를 좀 다르게 해보고 싶어요. 질문을 좀 뒤죽박죽 해보려고요. 오케이. 그럽시다. “로버트, 당신의 죽음부터 시작하죠.”

그런 거요. 죽음을 생각하면 어때요? 아, 그냥 아무 맥락 없이 한 말이었어요.

젊은 시절 당신이 현재의 당신을 보면 놀랄까요? (숨을 길게 쉬며) 네. 하지만 당시 나는 욕을 지껄이며 자동차에서 내릴 것 같은 모습이었어요. 아마 곧 술에 취할 남자? 서구 문화권에선 물질적 성취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어린 나라면 아마 지금의 나를 보고 깜짝 놀랄 것 같아요. “와, 맙소사, 이것 봐! 우리한테 사무실이 있어!”라고 하겠죠.

어린 당신이 지금의 아이언 맨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 것 같아요? 음, 일단 그 당시에는 레퍼런스가 크리스토퍼 리브와 마이클 키튼이었을 테죠? 나는 그걸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입장과 ‘좋아, 쿨한 사람들이 하는 거네’하는 입장 사이 어디쯤에 있을 것 같아요. “아이언 맨? 정말? 그건 2급 슈퍼히어로잖아!”

당신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젊은 배우에게 해주고 싶은 충고가 있다면요? 왜 아직 성공을 못했는지 모른다면, 그건 문제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성공하지 못해서 화를 내면 코앞의 장애물 정도만 겨우 극복할 거예요. 몇 년 동안 아무리 많이 거절 당하더라도 쉬지 않고 죽어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아침에 옷 입는 시간은 얼마나 걸려요? 아주 빨라요. 전날 밤에 옷을 골라놓거든요. 망원경처럼 쭉 뽑으면 길어지는 막대를 뭐라고 부르죠? 그런 막대가 두 개 있어요. 하나 더 있어도 좋을 것 같긴 한데…. 아무튼 한 막대에는 아침에 입을 운동복이 걸려 있고, 다른 막대에는 젖은 운동복 대신 입을 옷이 걸려 있어요. 그걸 다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

기계는 좀 다루나요? 전 오프닝에 나오는 침팬지와 비슷해요. 그런데 저에게 테크놀로지는 궁극적으로는 경험을 방해하는 존재입니다. 전 일부러 휴대전화나 아이패드를 일주일에 몇 번씩 잃어버려요. 80년대 중반에는 커다란 배터리가 달린 카 폰을 제일 먼저 쓴 사람들 중 하나였을 걸요? 그때 나는 “브로!” 이렇게 외치고 다녔거든. 하지만 알잖아요. 그건 일종의 효과죠.

집에 TV는 몇 대인가요? 아주 좋은 질문이네요. 정확한 수를 알고 싶은가요?

네. 둘… 셋… 넷… (큰 소리로) 다섯 개!

주로 뭘 보나요? 음, 어젯밤에는 < 더 피플 v. O.J 심슨 >의 결말을 봤어요. 그 전에는 < 하우스 오브 카드 > 시즌 4를 다 봤고요. 아마 최고의 시즌이었을걸요? < 미스터 로봇 >의 두 번째 시즌은 최근 5년간 영화나 TV에 나온 것 중 최고일 것 같아요. 예전엔 밀리터리 히스토리 채널에 중독된 적이 있어요. 아참, 다이렉TV가 나오는 287번이 아메리칸 히어로스 채널로 바뀌었어요.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의 연기는 뭐예요? <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에서의 누미 라파스의 연기를 좋아해요.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스펙트럼 안에서 새로운 색을 추가해요. 엄마가 아버지와 같이 만든 실험적인 영화에서 했던 연기도 그랬어요. 아, 그리고 셜리 맥클레인의 거의 모든 연기를 좋아해요. 시간이 흘러도 재능이 줄지 않아요, 정말.

남자 배우들은요? 음…. 레미 맬렉. 다들 이 배우를 연구해야 할 거예요.

촬영장에서 가장 즐거웠던 때는 언제였나요? < 트로픽 썬더 >, < 아이언 맨 > 1편도 훌륭했죠.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도 사실 끝내줬고요. 영화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영화를 만들 때 환경이 얼마나 억압적인가 하는 점입니다. 만약 50년 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최고의 경험이 뭐였느냐고 물으면, 그때도 아마 레오는 < 레버넌트 >였다고 말할 거예요. 장담해요. 엄청나게 고생을 하고 살아남았으니까. 그리고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는 아마 북미에서 가장 더운 세 곳 중 하나일 것만 같은 곳에서 수트를 다 착용하고 찍었어요. “미쳤어! 우리 밖에 있으면 안 돼!” 이러면서 찍었죠. 그런데 그게 왠지 웃겼어요.

그럼 안 좋았던 촬영장은요? 음, 그 당시엔 몰랐지만, 첫 스튜디오 영화 < 베이비 온리 유Baby It’s You >인 것 같아요. 나는 내가 아주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내가 나온 장면들이 다 잘려버렸어요. 그때 친구들이 전화해서 “아마 네 잘못이었을 거야 Maybe It’s You”라고 했었죠.

의상은 모두 프라다.

토니 스타크 캐릭터와 당신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며 좀 달라졌나요? < 아이언 맨 > 독립물은 이제 끝났나요?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 지금 나와 스타크 캐릭터의 관계가 어떠냐고 묻는다면, ‘그리운 관계’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뭘 확인해요? 솔직하게 말해, 그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저 사람이 이 영화를 만들면 내가 이 영화를 보러 갈까?’를 생각해요. 그렇다고 ‘인기 있는 주류 영화’만 하고 싶다는 말은 아니에요. 하지만 인생은 짧고, 나는 결국 서비스 업계에 종사하고 있잖아요? 나는 대중들이 소비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기 위해 존재해요. 어떤 사람들은 이걸 자기 감성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는데, 나는 오케이!

‘세계에서 가장 출연료를 많이 받는 배우’와 ‘자기 세대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 이 둘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뭘 고르고 싶어요? 둘 다 싫어요. 왜냐면 좀…. 글쎄? 우선 황금기라고 부를 수 있는, 내 아버지의 시대, 그러니까 파치노와 드니로의 시대에도 배우를 화폐 단위로 치환하는 저급한 논의를 했을까요? 나는 그 누구보다 심하게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어요. 그러고 나서 찾아온 대성공은 5분 정도밖에 안 됩니다.

‘자기 세대에서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를 고르지 않은 이유는? 만약 내가 가장 위대한 배우 중 ‘하나’라면, 다른 사람들은 또 누구죠? 조금 돌려서 말하면, 당신은 많은 사람에 비해 업계에서 재정적으로 더 나은 경기를 하기 위해 많이 고민한 것 같아요. 맞아요. 몇 년, 몇십 년 동안 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고 나면 그렇게 됩니다. 좋은 카드를 뽑았을 때 실수하는 건 바보뿐이죠. 그리고 전 아주 커다란 유전적 약점이 있긴 하지만, 난 바보는 아닙니다.

돈이 왜 좋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비상 사태가 생겼을 때 좋아요.

코트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셔츠와 수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스니커즈는 본인의 것, 선글라스는 브리오니.

일과 사생활의 균형에 대해 생각할 때도 있나요? 지금 당장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관리가 쉬워요. 나는 촬영 일정표에 아주 잘 따라요. 지도와 시간과 장면 번호 등이 적힌 세 페이지짜리 촬영 일정표를 받으면 이렇게 생각해요. ‘와, 잘 됐다! 뭘 해야 될지 알겠어! 새벽 4시 47분에 일어나서 달리기를 하거나 운동을 해야겠네.’ 이걸 30년 째 해오고 있어요.

사람들이 당신에 대해 가장 크게 오해하는 건 뭔가요? 평소에 말을 빨리 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요?(기자 목소리를 흉내 내며) “쟤는 엄청 예민하고 말을 빨리 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 아닙니다. 나는 그런 캐릭터를 많이 연기한 것뿐이에요.

이제 쉰한 살입니다. 의미가 있나요? 만약 신경 강박증에 걸리고 싶다면 내가 인생의 쉰두 번 째 해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뭘 수집하기도 해요? 크리스털, 돌, 빈티지 차를 좋아해요. 그런데 그걸 ‘컬렉션’이라고 부를 만한 지는 모르겠어요. 아, 다시 말할게요. 제가 뭘 모으냐면요, 컬렉션을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물건들을 모아요. 그러곤 곧 흥미를 잃어요.

크리스털과 돌은 왜 좋아요? 에너지를 담고 있는 작은 배터리입니다. 주머니에 넣거나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수집품을 좋아해요. 예전엔 < 아이언 맨 > 기념품을 모았는데, 아이들과 놀거나 친구의 생일 파티에 가면 그게 다 사라져요.

소장하고 있는 미술품 중 자신에게 특별한 의미를 주는 게 있나요? < 보그 > 모델이었던 할머니가 그린 스케치 작품이 있어요. 할머니가 고인이 되자 세 번째 남편이 가져갔는데, 내가 다시 경매에서 사왔죠.

그게 있다는 걸 알고 경매장에 간 건가요? 아니요. 경매장 좋아하는 다른 사람을 보냈어요.

이상하게 집착하는 쾌락이 있나요? 엡솜염과 베이킹 소다요. 여행 중이거나, 지쳤거나, 강도 높은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중이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다면 목욕을 하세요. 엡솜염을 4파운드 넣고요. 큰 우유통 하나 정도 분량이에요. 그리고 베이킹 소다를 4파운드 넣으면 됩니다. 15분 동안 앉아 있으면 쾌락이 찾아옵니다.

어떻게 되는데요? 음, 엡솜염이 어디에 좋은지는 다 알고 있지 않아요? 베이킹 소다는 저준위 방사선과 주파수에 좋아요. 비행기를 타고 난 다음 목욕하면 좋죠. 가끔 월말이 되면 회사에서 저에게 “엡솜염과 베이킹 소다 총 구입비 알려드릴까요?” 해요. 알고 싶지 않아요! 그럴 땐 이렇게 대답하죠. “음, 대량으로 구매하면 안 될까?” 난 늘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가장 좋아하는 호텔은 어디예요? 아마 로마 스페인 계단 꼭대기에 있는 하슬러 호텔이 아닐까요? 정말 훌륭한 곳이에요. 뉴욕의 칼라일? 그보다 더 좋기도 힘들죠. 런던의 클래리지! 호텔은 서비스나 직원이 좌우하는 게 아닐 때도 있어요. 그저 그 위치, 아마 의도하지조차 않았을 건물의 어떤 점에 끌리죠.

‘맨 정신’에는 어떤 미덕이 있을까요? ‘맨 정신’ 에는 단점이 없어요. 사실 이 질문보다 더 중요한 건 이겁니다. 인생이 인생 그 자체로 괜찮은가? (앞에 있는 타원형 테이블의 테두리를 훑으며) 이건 모서리가 없기 때문에 좋은 테이블이죠? 이 테이블처럼 우리는 지구를 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없이 많은 직각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린 그 위를 돌아다녀야 해요. 인생은 원탁이 아닙니다. 인생에는 모서리가 있어요. 그 현실에서 딴 데로 주의를 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런데 맨 정신이란 말은 좀 바보스러운 것 같아요. 그보단 ‘현실’이라는 말이 좋겠어요. 혹은 자신의 한계에 대한 현실적 평가를 하는 순간 어때요?. 이렇게 다시 물어봅시다. 자신의 한계에 대한 현실적 평가를 하는 것의 단점이 있느냐고 질문해 줘요. 그럼 저는 ‘있다’고 대답할게요. 왜냐면 어떤 때는 그게 나를 제한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실은 당신의 통계적 가능성에 대해 정직하게 파악하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헬리 스키를 타러 가면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타러 가야 한다는 뜻이죠. 아마 전 안 가겠지만.

수트는 지방시 by 리카르도 티시, 셔츠는 에트로.

가장 끊기 힘든 것은 뭐죠? 금연껌 니코레트. 내가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으면 니코레트가 더 많이 필요할 거처럼 보여요? 어느 날 아내가 ‘저 사람이 진짜 짜증나게 하네’라고 하는 듯한 표정으로 “자, 이거 더 필요해?”라고 말한 적이 있어서요. 5년 전인가? 어느 행사에서 딕 반 다이크 옆자리에 앉는 영광을 누렸는데, 그가 니코레트를 꺼냈어요. 니코레트를 사용한 지 3개월쯤 되는 때였을 거예요. 나는 “이걸 얼마 동안이나?”라고 물었죠. 그는 “20년”이라고 답했고요. 우와! 보기 좋은데? 기분도 좋아 보여!

가장 친한 친구를 꼽아본다면? 아내. 그럴 수 밖에 없어요. 이제 나를 흔드는 것은 없어요. 전 아주아주 충실한 인간입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뭔가요? 데이비드 앨런의 <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 >. 읽어봐요. 요즘은 웨인 페퍼라는 전문가의 지도도 받고 있어요. 그는 ‘일 해내기’의 전문가예요.

당신이 가본 최고의 콘서트는? 뉴욕 비컨 씨어터에서 본 스틸리 댄 공연이요. 에이지어 앨범을 통째로 연주했어요. 내가 우는 걸 아내가 보더니 “왜 그래? ‘디콘 블루스’ 가사가 당신에게 그렇게 중요해?”하며 되게 놀랐어요. 나는 (훌쩍이는 연기를 하며) “당신은 몰라!”라고 했죠.

무인도에 가져갈 음반을 고른다면요? 하나만 있으면 돼요. 엘비스 코스텔로의 < 임페리얼 베드룸 >. 가사의 궤변이 대단합니다.

반려동물은 몇 마리나 있어요? 고양이 두 마리, 염소 두 마리, 알파카 네 마리.

알파카? ‘퍼지’와 자주 교감해요. 50미터쯤 떨어진 곳에 있는 퍼지와 눈이 맞았는데, 왜 이스트코스트에서 턱을 치켜 올리며 “어이 안녕?” 하고 짓는 표정 있잖아요? 그걸 했어요.

패션(sartorial)으로 가장 후회하는 시기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생각나는 대로 말해볼게요. 주말에 테네리페 섬에 갔어요. 큰 화산섬이에요. 내가 말썽을 하도 많이 일으켜서 섬이 내게 떠나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새로 사귄 아주 친한 친구들만 빼고…. 그 섬에서 술을 진탕 마셨어요.

후회하는 패션에 대해 물었는데…. 질문이 뭐라고 생각한 거예요? 아, 내가 ‘sartorial’이라는 말을 ‘사티로스 신처럼 like a satyr’ 라는 뜻으로 잘못 생각했네요. 주말을 유독 방탕하게 날려버린 장소가 어디냐고 묻는 줄 알고….

원래 질문보다 나은 질문이 된 것 같아요. 무언가에 정말 실패한 적이 있나요? 지난주에 엑스턴(아들)이 잠들지 않아 수잔과 둘이 새벽 3시9분까지 깨어 있었어요. 그런데 전 진짜 큰 실패에 대해서는 말하고 싶지 않아요. 그보단 겸손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스스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것은 실패가 아니기 때문에, 그건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일흔 살이 된다면? 성질이 더럽겠죠.

지금보다 더? 그럴 만한 가치가 있어요.

은퇴하기 좋은 나이는? 예순다섯 살.

왜요? 내겐 14년 계획만 있으면 됩니다. 그게 전부예요. 남은 프로젝트가 일곱 개인 걸요.

죽으면 매장? 화장? 극저온 사체 보관.

정말요? 불편하고 돈이 많이 들겠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알아서 할 문제죠. 뭐 어때. 살아서 하던 일을 죽어서도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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