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구보’

맏아들 박일영이 말하는 소설가 박태원.

박태원처럼 조각나 있는 작가도 없다. 다양한 모더니즘 기법을 실험한 해방 이전의 소설들이 박태원을 말해줄까.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면 월북 후 유명을 달리하기까지 역사소설을 써낸 그가 진짜 박태원일 수도 있다. 또한 그는 ‘구보 씨’로서, 상당 부분 겹쳐 있는 작품과 실제 삶으로 외려 혼란을 주는 작가이기도 하다. <소설가 구보씨의 일생>은 회고록이지만, 여전히 또 하나의 조각이다. 다만 어떤 기록보다 빛이 선연한 조각이다. 그의 맏아들 박일영이 겨우 열두 살까지 함께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그의 작품과 자취를 추적한 결과다. 이 ‘핏줄이 쓴 회고록’은 구보의 노래 실력을 언급하는 대목처럼 내밀하게 들여다보는 기쁨도 주고, “워낙 끈기가 없으셨다”는 반추처럼 확실한 거리감도 형성한다. 그립기도 원망스럽기도 한 대상에 대해 구술하듯이 써서, 어른에게 옛이야기를 듣는 듯한 구성진 맛을 내는 책이다.

SHARE
[GQ KOREA 피처 에디터] 책, 음반, IT를 담당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