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모자라요’ 원더걸스 예은

상의는 베르수스, 귀걸이와 반지는 브릴리브.

예뻐요. 앗, 감사합니다.

특히 촬영할 때 보니까 카메라를 보는 눈빛이 좋더라고요. 카메라를 사람 쳐다보듯이 보는 건데, 배우들도 어색해할 때가 많죠. 평소에 거울을 열심히 보나요? 아니에요. 저 거울 진짜 안 봐요.

그럼, 쌍둥이 자리라서. 내 속에 내가 이미 많아서. (웃음)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쌍둥이자리, AB형, 이렇게 써놓았던데요. 하하, 별자리 좋아하세요? 저희 멤버들 다 엄청 좋아해요. 말씀하셨듯이, 제 안에 몇 명이 있어서.(웃음) 너무 힘들어요.

그들이 서로를 좋아하지 않아서 문제가 되기도 하죠. 어, 맞아요. 내 안에 정말 두 명이 있는데, 얘가 이런 행동을 하면, 얘가 이걸 싫어해요. 그런데 걔가 그런 행동을 하면 또 얘가 그걸 싫어해요. 그래서 절대 끝나지를 않고 진짜 미쳐버리겠는, 그런 거 있어요.

이건 이래서 좋고, 그건 그래서 좋고, 둘 다 좋아해줄 사람이 필요하겠네요. 양자리를 추천합니다.(웃음) 그러니 대중을 상대하기 힘들죠. 대중은 언제나 한결같기를 원하거든요. 맞아요. 그때마다 제 안에서 막 못 견디는 게 있어요. 되게 커요, 그런 게.

그렇다고 꾹 눌러서 참는 스타일도 아니죠. 맞아요. 저는 나쁜 짓도 못하지만, 아닌 척, 좋은 척하는 것도 못해요. 제 기준에 나쁜 짓이 아닌데, 나쁘다고 하면 그 부조리함을 세게 느껴요. 그러면 꼭 싸워야 되는, 피곤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웃음) 아주 피곤해요.

별자리의 영향일까요? 어쨌든 지금은 쌍둥이자리의 계절, 여름이에요. 여름 굉장히 좋아해요. 여름에 재미있는 일이 가장 많은 거 같아요. 스스로도 가장 재미있어지는 시기. 뭐랄까, 항상 여름이 되면 머리 색깔도 화려하게 했어요. 제가 계절을 많이 타는 거 같아요. 옷도 더 과감하게 입고요. 사람도 많이 만나고, 에너지가 밝아지는 시기. 저는 무엇보다 땀을 빼는 걸 좋아해요. 체온이 좀 낮다고 해야 하나? 저혈압이라서 에어컨을 싫어하고요. 지금처럼 에어컨 끄고 이렇게 있다 보면 땀이 송글송글 나는데, 그런 거 너무 좋아요.

열대지방에 가면…. 맞아요. 태국에 가면 저는 몸이 먼저 알아서 좋아해요. 푸켓 이런 곳에서 나무 배 타고 둥둥 떠서 해를 그냥 직빵으로 받는 거죠. 한국에서라면 사우나 가는 것도 좋아요. 몸을 막 덥게 한 상황에서 아이스 커피 마시는 거! 그런 거.

지금 막 얼굴을 찡그리는 게 재미있어요.(웃음) 좋다고 말하면서 얼굴은 찡그리고. 역시 두 명이 있나 봐요. 하하,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지금 표정은, 모든 걸 용서하노라, 같습니다. 저 되게 그런 거 심해요. 운명. 약간 금사빠 같은.

금사빠요? 금방 사랑에 빠지는 거요. 이게 운명인가? 막 빠지는 거요. 여름에 특히 심했던 거 같아요.

세상의 모든 쌍둥이자리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할지 궁금해지네요. 굉장히 어릴 때도 그렇고, 여름에 대한 추억은 다 비슷한 거 같아요. 첫눈에 빠진 남자!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아, 이 얘길 갑자기 왜 하지? 하하, 제가 중학교 3학년 때 자원봉사를 하러 간 적이 있어요. 거기에 대학생 오빠가 한 명 왔는데, 항상 그 오빠가 7번 버스를 타고 다닌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버스에서 같이 내려서 자원봉사 하는 곳에 간 거예요. 운명인가? 이렇게 된 거죠. 혼자 빠지는 거죠. 우연히 두 번 봤는데, 이 오빠를 세 번 만나면 운명이다, 그러고 있었는데 말이에요, 하하. 사실 그전에 자원봉사팀에서 다 같이 계곡에 물놀이를 간 적이 있는데, 제가 넘어졌어요. 근데 그 오빠가 오더니 갑자기 마데카솔을 발라주는 거예요.

그걸 항상 휴대하고 다니나 보죠? 하하, 발라주더니 저를 업고 내려갔어요. 제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 생각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만약 이 오빠를 세 번 만나면 이건 운명이라며 짝사랑을 한 거죠. 근데 세 번째 딱 만났더니 여자친구랑 같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끝.

혹시 빼앗아야 하는 운명 아니었을까요? 아니에요. 하하, 무슨 얘기를 하다가 이렇게 됐죠?

여름이 좀 그렇죠. 한바탕 훑고 지나가죠. 어떤 사람은 올여름의 운명 같은 일들을 원더걸스 노래를 배경으로 기억할 거예요. 아, 그렇겠네요.

예은 씨의 20대의 여름도 한 번 더 가고 있네요. 저의 20대. 와, 정말 많은 일을 한 거 같아요. 많은 나라와 도시. 뉴욕에서 살아보기도 하고, 자작곡으로 채운 앨범도 내보고, 연기도 해봤고, 뮤지컬도 해봤고, 라디오도 했고. 근데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채워지지 않는 것들이 있나요? 있죠. 세상의 많은 것을 누리고 즐겨봤지만, 주변 사람들, 예를 들어 동생 졸업식에 한 번도 못 갔어요. 친구들이 계속 결혼하는데, 한 번도 못 갔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요.

남자는 어떤 남자를 좋아해요? 약간 장난기 있는 남자요. 뭔가 순수한? 뭔가 약간 어린 아이 같은?

원더걸스의 멤버로서, 또한 예은 개인으로서, 여성이라는 것에 대해 어떤 자의식이 있나요? 아, 그건 좀 복잡해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여자는 이래야 돼”라는 것에 대해서 정말 반감이 컸어요. 신경 안 써! 그랬죠. 근데, 나이를 먹다 보니 그 문제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신경 안 써! 나는 나야!” 했던 저인데, ‘맞아, 여자는 어떻게 보면 좀 이렇게 해야 하는 것 같아’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내가 여자일 수밖에 없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자는~” 하는 세상과 싸우고 싶은 마음. 왜 이렇지? 왜 여자는 희생을 해야 하지? 왜 여자는 남자들의 시선에 맞춰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것처럼 된 거지? 계속 부딪혀요.

하필 부딪힌다고 말한 그 부분에서, 원더걸스가 더욱 멋진 길을 걷기를 바라기도 해요. 독립적이며 진취적인 여성성의 걸그룹! 좋아요. 감사합니다.

어때요. 지금은 스스로 좀 마음에 드나요? 저라는 가수는, 모자라요. 참 모자라요. 근데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계속 모자란 부분이 보이겠지만, 노력이나 연습으로 채워질 수 있는 걸까?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로 부족함이 메워지는 건 아니니까요. 근데 내가 결론을 내면 더 이상 갈 수 있는 길도 없어지니까, 그런 생각은 안 하려고 하죠.

멋있어요. 무엇보다 칭찬을 하고 싶었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멋있어져서 서로를 증명하도록 하죠. 네, 더 멋있는 여성이 되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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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디렉터] 곧 두 번째 책을 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