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나라에서 온 칵테일, 티키

유행은 늘 조용히 시작된다. 지금 서울의 바 신에서 가장 궁금한 키워드는 ‘티키 칵테일’이다.

티키Tiki는 폴리네시아(남태평양에 흩어진 여러 섬)의 문화, 스타일, 생활 방식을 총칭하는 고대어이자 신을 뜻하는 단어다. 이스터 섬에 가면 모아이가 있는 것처럼 사모아에 가면 티키가 있다. 지금은 이 단어가 티키 바와 티키 칵테일로 자주 사용되고 있고, 바를 통해 그 ‘이미지’가 재해석되고 있다. 대나무나 라탄 장식, 파인애플과 야자나무, 럼주의 향이 가득한 크리미한 칵테일, 하와이안 셔츠와 밝고 따사로운 환대. 이 모든 분위기가 집약된 곳이 ‘티키 바’다. 1933년경, 미국인 돈 더 비치콤버는 카리브 해를 비롯 전 세계를 여행한 뒤 금주법이 사라진 미국으로 돌아와 LA에 색다른 분위기의 바를 차렸다. 지금껏 없었던 개념의 ‘티키 바’가 탄생한 시점이다. 그리고 1940~1950년대에 성행하다 어느 순간 힘이 떨어졌다. 사람들은 댄싱 클럽에 갔고, 보드카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바 문화는 여러 부침을 겪었고, 최근 ‘티키 바’가 다시 각광받고 있다. 서울의 바텐더들도 들썩이는 미국에 반응해 지난 6월 23~24일, 청담동 키퍼스 바가 티키 마스터인 다니엘 달라폴라를 게스트 바텐더로 초청했고, 티키 칵테일을 마음껏 마셔보는 뜨거운 밤이 열린 적도 있다. 티키 칵테일은 럼을 베이스로 쓰고 다양한 시럽과 열대 과일을 넣어 달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이태원에서 ‘더 버뮤다’를 운영하는 홍태시 대표는 럼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티키 바를 경험했다. “최근엔 이국적인 분위기에 아시아 문화까지 더해져 다양한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나라 돌하르방이 티키 칵테일 잔처럼 쓰이는 것도 재미있겠죠.” 올해 미국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티키 바’를 리스트에 꼭 넣는다.

COCKTAILS

버뮤다 스위즐 티키 스타일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두 잔의 칵테일을 소개한다. ‘더 버뮤다’ 3층에 있는‘웜홀 인 버뮤다’ 바에서 맛볼 수 있는 칵테일이다. 티키 칵테일에 근접하기 위해 코코넛 밀크, 아몬드 시럽, 팔러넘을 바에서 직접 제조해서 쓰고 티키 머그에 서브한다. 하바나 스페셜 골드 럼 30ml, 바카디 151 30ml, 코코넛 밀크 60ml, 아몬드 시럽 30ml, 팔러넘 30ml, 스마트 앤 섀시 비터(자몽, 레몬, 페퍼민트, 생강, 시나몬이 들어간 비터) 5 대시.

 

 

 

 

마이타이 마이타이는 좀비와 함께 가장 널리 알려진 티키 칵테일이다. 1944년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티키 칵테일은 아몬드 시럽과 같은 탁한 재료가 많이 들어가 투명 잔에 담으면 별로 예쁘지 않다. 화려한 티키 머그를 사용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은 색. 마이타이는 지역 별로 레시피와 맛이 조금씩 다르다. 다음은 ‘프랭키스 티키 룸’의 레시피로 만든 것이다. 자메이카 럼 30ml, 바카디 151 30ml, 심플시럽 15ml, 아몬드 시럽 30ml, 오렌지 큐라소 30ml, 라임즙 반 개.

BARS

국내엔 티키 바라고 불릴 만한 곳이 아직 없다. 바 문화가 다양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티키 바라는 활기차고 생소한 분위기가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좀 더 현실적인 문제라면, 럼주가 다양하게 수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티키 칵테일에 들어가는 필수적인 시럽(팔라넘, 아몬드 시럽, 코코넛 밀크)도 구하기가 힘들어 직접 만들어 써야 하는데, 그것도 바에서 해결하기 쉬운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과거 진저에일을 만들어 쓰는 곳이 하나둘씩 늘어나며 지금은 많은 곳에서 맛있는 진저에일을 맛볼 수 있는 것처럼, 부족한 건 서서히 채워질 것이다. 티키 바는 전체적인 ‘스타일’이 들어맞아야 분위기가 산다. 음악, 조명, 인테리어, 바텐더들의 태도, 그리고 티키 칵테일까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렇게 뼛속부터 ‘티키’인 새로운 스타일의 바가 서울에는 언제쯤 등장할지, 하와이안 셔츠를 입고 갈 생각에 벌써 심장이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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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Q KOREA 피처 에디터] Eat, Drink, 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