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리우에 가지 않는다 – 농구 박지수

 

오늘은 농구부 졸업사진 찍는 날. 고 3 동기들이 그녀를 둘러싼다. “아, 저 혼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와서….” 유니폼이 아니라도 박지수는 반대쪽 코트 끝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 195센티미터. 박지수는 여자 농구 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리바운드 공동 1위, 블록슛 3위에 올랐다. 한국 농구의 매운맛은 남녀 공히 대대로 3점 슛 라인 밖에서 나왔으니, 이것은 사건임에 분명한 일. “언니들이 합숙할 때 보물이, 보물이, 그러면서 많이 챙겨줬어요. 첫 경기 때는 제가 못했잖아요. 수비 위주로, 연습한 대로만 했거든요. 막내인 만큼. 두 번째 벨라루스전에서는 지면 탈락이니까, 언제 이런 경험해보나, 싶어서 하고 싶은 대로 했어요.” 두 경기를 합쳐 잡은 리바운드가 서른 개. 8강에서 붙은 세계 랭킹 3위 스페인전에선 전반 12분 동안 10점을 몰아넣으며 기세를 올리기도 했다. 턴어라운드 레이업, 베이스라인 돌파, 뱅크 슛…. “지수! 정말 한 게임 한 게임 진화하고 있어요. 여기서 뭘 하면 될까를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대견해요.” 경기 해설을 맡은 전 대표팀 주장 박정은의 말처럼, 박지수는 고작 다섯 게임을 치르는 동안 놀랍게 달라졌다. “하고 싶은 대로” 하나씩 새 무기를 당차게 꺼내 시험해보듯이. 5위까지 올림픽에 진출하는 최종예선. 결국 우리 대표팀은 5~6위 결정전에서 패하며 리우행에 실패했다. 그리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박지수는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도전이 끝난 노장 선수처럼 펑펑 울었다. “저희가 많이 어렵다는 시선을 받았는데, 저희끼리 오기로라도 더 이기고 싶어서….” 변연하, 이미선, 신정자, 하은주가 한꺼번에 은퇴한 여자 농구 대표팀. 기대조차 없는 무관심 속에서, 그들은 단 한 번의 대회를 통해 완전히 새로운 세대를 열어젖혔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이 기회라고 생각해요. 그때 되면 (강)아정 언니랑 (김)단비 언니도 30대 초반이고, 저도 더 자라 있을 거고요.” 박지수는 곧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참여한다. 1순위 지명은 따 놓은 당상. “3학년 돼서야 학교 친구들이랑 친해졌는데. 저는 항상 학기 초에 대표팀 나가 있었으니까 계속 서먹했죠. 졸업하기 싫어요.” 졸업사진을 찍는 중에도 박지수는 항상 중심에 섰다. 가운데서 포즈를 취하고 동료들을 이끌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꽤 오랫동안. 1984년 LA 올림픽 은메달로부터 32년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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