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추신수는 어떻게 홈런 치는 1번 타자로 자리 잡았나?

2016.08.12유지성

추신수는 지난 7월 5일, 보스턴의 에이스 데이비드 프라이스의 초구를 통타해 홈런을 쳤다. 개인 통산 20번째이자 올해만 4번째 1회 선두타자 홈런. 최근 5개의 홈런 중 4개가 1회 첫 타석에서 나왔다. 통산 20개의 1회 선두타자 홈런은 현역 타자 중 8위의 기록이며, 추신수가 1번 타자로 나서기 시작한 2012년 이후로는 전체 1위다. 2012년 이후 추신수가 친 79개의 홈런 중 1번 타자로 기록한 홈런은 54개. 메이저리그 전체 2위다. 그중 무려 20개가 1회 선두타자 홈런인 것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추신수는 같은 기간 1회 첫 타석뿐만 아니라, 이닝의 선두타자로 나와서도 42개의 홈런을 쳤다. 1회 첫 타자로 나왔을 때의 OPS는 전체 타자 중 1위, 이닝의 첫 타자로 나왔을 때는 전체 4위다. 추신수는 과연 어떻게 공포의 선두타자, 1번 타자가 된 걸까? 추신수는 포심 패스트볼에 강한 타자다. 2012년 이후 포심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0.329다. 500타석 이상 포심 패스트볼을 상대한 184명의 타자 중 7위의 기록이다. 장타율은 0.592로 전체 9위다. 그렇다면 추신수가 빠른 공에 강한 것과 선두타자 홈런이 많은 것은 무슨 상관일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포심 패스트볼 구사율은 35퍼센트 정도다. 그런데 1회 첫 타자를 상대로는 45퍼센트가 넘는다. 대부분의 1번 타자들은 공을 잘 맞히고, 유인구에 잘 속지 않기 때문이다. 주자도 없는 상황. 투수들은 빠른 공으로 피하지 않는 투구를 하는 경향이 높다. 더욱이 추신수는 선구안이 뛰어난 타자다. 어설픈 유인구는 통하지 않는다. 투수 입장에선 당연히 선두타자 추신수를 상대로 많은 공을 던지고 싶지 않다. 정면승부. 추신수가 첫 타석에서 홈런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참고로 추신수의 타석당 볼넷 비율은 12퍼센트가 넘지만, 1회 첫 타석에서는 9퍼센트에 불과하다.

야구는 ‘파워 스포츠’다. 특히 타자는 강한 스윙을 하기 위한 신체 조건이 중요하다. 추신수의 몸은 얼핏 봐도 빈틈이 없을 정도로 근육질이다. 힘이 좋은 추신수는 인-아웃 스윙도 뛰어나다. 인-아웃 스윙이란, 팔을 몸통에 바짝 붙이고 돌리면서 허리와 골반의 회전 속도를 높이는 기술을 말한다. 이것은 피겨스케이팅 선수들이 스핀을 돌 때, 속도가 빨라지고 나면 두 손을 몸통에 붙여 회전의 가속도를 더욱 높이는 원리와 같다. 즉, 타격 시 뒤쪽 팔은 몸의 앞쪽을 스치듯, 그리고 앞쪽 팔은 거의 편 상태로 몸통과 하체를 회전시키는 것이다. 덕분에 몸 쪽 공과 빠른 공을 정타로 받아칠 수 있게 돼 장타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메이저리그의 빠른 공 평균 구속은 약 148킬로미터다. 결국 빠른 공을 치지 못하면 장타는커녕 준수한 타율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인-아웃 스윙이 자연스러우면 공이 배트에 맞는 포인트에서 공과 배트의 가장 이상적인 각도가 나온다.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임팩트(배트로 공을 가격하는 순간)시 투수가 던진 공(의 궤적)과 배트를 90도 각도로 맞혀야 하며, 앞쪽 팔은 편 채로 있어야 하고 뒤쪽 팔은 굽힌 상태로 있다가 공이 맞을 때 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타자의 스윙 각도는 날아오는 공과 수평을 이루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쉽게 표현하면 투구는 투수의 릴리스 포인트에서 포수의 미트까지, 위에서 아래로 완만하게 하강한다. 그러니 타자의 올바른 스윙 각도는 비스듬히 올라가는 ‘슬라이트 업’ 스윙에 가깝다. 결국 추신수의 홈런 비결은 인-아웃스윙으로 회전력을 극대화시켜, 이상적인 ‘콘택트 포인트’에서 공을 맞히는 것이다.

    에디터
    유지성
    김남우, 이종열
    일러스트레이터
    전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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