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김현수는 어떻게 되살아났나?

2016.08.13유지성

김현수는 스프링캠프에서 많은 출장 기회를 받고도 .178의 타율에 장타를 하나도 못 치면서 첫 시즌을 벤치에서 시작해야 했다. 무엇보다 타구의 질이 좋지 않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하던 김현수는 4월 팀이 23경기를 하는 동안 단 6경기에만 출장했다. 선발 출전은 네 차례뿐이었다. 그런데 김현수는 이 모든 경기에서 출루에 성공했다. 0.600의 높은 타율과 0.647의 출루율. 하지만 여전히 김현수의 타구 질은 좋지 않았다. 순수 장타율(ISO)은 .067에 불과했고, BABIP(인플레이 타구의 안타 비율)은 .692로 ‘운빨’이 강했다. 뜬공 비율은 불과 7.7퍼센트로 스프링캠프 때와 마찬가지로 타구를 띄우지 못했다. 극적인 반전은 장타력에서 비롯됐다. 5월 25일, 김현수는 2루타 2개를 포함 3안타를 쳤다. 이후 6경기 연속 선발 출전해 첫 홈런도 날렸다. 5월 25일 이후 김현수의 뜬공 비율은 28.3퍼센트까지 올라갔다. 그렇게 장타가 늘어나면서, 원래 김현수의 장점도 되살아났다. 바로 한국 프로야구에서부터 돋보였던 공을 맞히는 능력. 지금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타자 평균보다 스윙은 6퍼센트나 적게 하는 대신, 배트에 공을 맞히는 확률은 8퍼센트나 높다. 인내심이 뛰어난 교타자이니, 투수들이 상대하기가 까다롭다.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5.4 퍼센트) 또한 리그 평균의 절반 수준이다. 그렇다면 스프링캠프에선 왜 그렇게 못했을까? 김현수는 스프링캠프에서 볼넷을 하나 얻는 데 그쳤다. 삼진도 6개로 상당히 적었다. 즉, 타석에서 기다리기보다 일단 공을 치는 쪽을 택했다는 말이다. 첫 21타수 동안 안타가 없었기에 조급했던 건 아닐까? 볼넷보다 안타로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기 위해 나쁜 공에 손을 대면서, 타구 질도 자연히 나빠졌을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리고 그런 부담감이 없는 지금의 김현수는 우리가 알던 ‘안타 치는 기계’의 바로 그 모습이다.

김현수는 몸통을 제대로 활용하는 타자다. 보통 투수가 던진 145킬로미터의 투구는 0.4초면 홈플레이트에 도달한다. 타자는 이 짧은 시간 내에 자신의 몸을 십분 활용해 정확한 타이밍을 잡고, 타구에 힘을 전달해야 하는데, 김현수는 이 근본적인 타격 기술이 굉장히 뛰어나다. 그는 타격 준비동작(와인드업 구간)에서 스트라이드 동작(프리스윙 구간)으로 가는 과정에서 앞다리를 약간 포수 방향으로 들어 올린다. 자칫하면 몸의 균형을 잃을 수도 있지만, 김현수는 뛰어난 균형감각으로 체중을 앞으로 이동시킨다. 그리고 앞발이 땅에 닿는 순간 하체부터 ‘코어 존(복근과 엉덩이 부근)을 활용한 몸통 회전으로, 빠른 볼을 제 타이밍에 강하게 쳐낸다. 특히 이렇게 회전력이 강할 경우, 타이밍이 조금 늦었을 때도 힘으로 그 공을 이겨낼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결국 메이저리그에서는 투수들의 빠른 공을 칠 줄 알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김현수는 스프링캠프에서의 부진을 자신의 장점을 더 가다듬는 기회로 삼은 것 같다. 더욱더 몸통 회전을 극대화하며 이미 시즌 150타석이 넘게 들어선 지금, 당당한 3할 타자가 되었다.

    에디터
    유지성
    김남우, 이종열
    일러스트레이터
    전황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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