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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 존스 = 루이 비통

2016.08.24윤웅희

이제 킴 존스라는 이름은 루이 비통의 동의어처럼 들린다.

새로운 모노그램 이클립스와 모노그램 일루션 얘기부터 해볼까? 개인적으론 참 마음에 들었다. 남성적이면서 현대적인 느낌도 나고. 이건 검정색 위에 검정색을 얹어보면 어떨까 하는 발상에서 시작했다. 검정색에도 농담이 있으니까 그걸 활용하면 신선하고 재미있는 조합이 나올 것 같았다. 특히 일루션은 검은 가죽 위에 모노그램을 실크스크린한 건데, 질감 대비가 아주 흥미롭다.

로고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디자이너도 더러 있다. 롤렉스는 얼핏 봐도 롤렉스라는 걸 알 수 있다. 특징적인 이미지와 세부가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의 경우엔 모노그램이 그런 역할을 한다. 루이 비통 하면 모두가 모노그램을 떠올리니까. 게다가 모노그램은 특별한 매력을 지녔다. 어디에나 잘 어울리는 데다 쉽게 질리지도 않는다. 변주의 폭도 넓고.

그동안 루이 비통 남성복의 영역과 카테고리를 계속 확장해왔다. 그런데 절대 만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아이템도 있나? 우리는 컬렉션을 준비할 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든 걸 직접 만든다. 실제로 판매하진 않더라도. 그러니까 ‘절대’라고 확신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모든 건 타이밍 문제가 아닐까?

하지만 루이 비통이 디스트로이드 진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역시 좀 어색하다. 그건 사실이다. 하지만 컬렉션의 구성상 필요하다면 과감하게 도전할 수도 있다. 이번에 선보인 크랙 프린트 데님 팬츠가 딱 그런 경우다. 이 제품 하나만 놓고 보면 생경할지 몰라도 전체적인 컬렉션 안에서는 꽤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품질이나 만듦새는 당연히 최고 수준으로 유지한다.

‘이것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는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흥미로워할 만한 여행 이야기를 만들고, 이를 패션의 틀 안에서 풀어내는 능력. 여행에 대해서만큼은 최고의 이야기꾼이다.

기억에 남는 여행지 몇 군데만 소개받고 싶다. 아프리카에 가본 적 있나? 없다면 한 번쯤은 꼭 가보라고 말하고 싶다. 보츠와나와 케냐, 탄자니아의 산은 실제로 보면 백 배쯤 더 경이롭다. 이스터 섬도 좋아한다. 시간 여유가 없어 닷새 정도 밖에 머물지 못했지만, 몇 주를 보내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이 밖에도 파타고니아, 일본, 모로코, 부탄, 미얀마, 인도…. 나와 여행 얘기를 하자면 삼 일 밤낮도 부족할 거다.

인스타그램을 보니 얼마 전에 휴가를 다녀온 것 같더라. 3주 전쯤 베컴 부부와 함께 그리스 아만조에 리조트에 갔다. 전략 기획을 짜야 해서 어시스턴트인 루시도 데리고 갔다.

휴가 중에도 일을 하나? 내가 일하지 않는 때는 거의 없다고 봐도 좋다. 휴가 중에도 근처 루이 비통 매장에 들러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일하고 있는지,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지 살핀다. 루이 비통처럼 큰 브랜드에서 일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 이 얘기를 하면 사람들은 힘들지 않냐고 묻지만, 난 괜찮다. 내 일을 사랑하니까.

한국을 주제로 컬렉션을 만든다면 어떤 이미지나 형태가 떠오르나? 사실 한국에 대해 충분히 안다곤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엔 몇 번 와 봤지만 너무 바빠 제대로 둘러볼 틈이 없었다. 나중에 시간을 내서 다른 도시들도 가보고 싶다. 문화적인 실례를 범하지 않으려면 어떤 것을 말하기 전에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5년 만에 다시 찾은 한국이다. 이번에 당신의 눈길을 끈 건 뭔가? 사람들이 옷 입는 방식. 한국 사람들은 확실히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성복 시장도 꽤 커진 것 같고. 어젠 사찰 근처 상점에서 재밌는 모자도 봤다. 이따 다시 들러서 제대로 살펴보려고 한다.

킴 존스를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없을 거다. 다만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창의적이고 세상에 대한 감수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에디터
    윤웅희
    포토그래퍼
    COURTESY OF LOUIS VUI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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